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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한국 경제의 보이지 않는 속살

2026.01.29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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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 턱걸이할 정도로 경제성장률이 추락한 가운데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바로 고환율이 지속되는, 한국 경제의 '실제' 펀더멘털(속살)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핀란드 경제가 노키아 몰락 이후 이른바 '노키아 리스크'를 겪은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 25년간 실패한 산업생태계의 진화가 시급한 이유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는 성장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 한 배경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환율 안정화를 위해 애쓰는 이재명 정부의 안쓰러움은 이재명 정부가 물려받은 과거 유산에서 비롯한다. 환율 안정화에 책임을 떠맡고 있는 당국 수장들의 구두 개입이나 국민연금 동원 등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공정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세제 혜택이라는 강수(?)까지 동원하였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13거래일 후에는 다시 1470원대로 돌아갔고, 1월 21일부터 25일 사이에 한일 정상의 구두 개입으로 환율은 하향 안정세로 전환하였다. 

문제는 고환율이 취약한 경제구조의 산물이기에 하향 안정세 추세가 지속할 수 있는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의 환율 수준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가 되었다는 주요 당국자들의 주장은 구조의 취약성을 외면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펀더멘털은 고용·생산·물가 등 경제의 기본 체력을 의미하며, 환율은 단기적으로 펀더멘털 변화를 예상해 움직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 상태에 따라 움직인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모두가 주지하듯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지난 35년간, 특히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이후 빠르게 약화해 왔다. 예를 들어, 성장률은 10%대 성장률 시대의 막을 내린 1992년 이후 연평균 7.8%(1992~97년)→4.1%(1998~2019년)→2.0%(2020~24년)로 계속 하락해왔고, 지난해에는 급기야 1.0%를 턱걸이하였다. 같은 기간 일자리 증가율 역시 연평균 2.2%→1.1%→1.0%로 하락해왔고, 지난해에는 1% 밑으로 떨어져 0.7%를 기록하였다. 그런데 이는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와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 그에 따른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취업률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OECD 기준 경제활동인구(15~64세) 대상 일자리 변화율을 기준으로 보면 2.0%→0.9%→0.2%로 더 빠르게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0.6%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경제 체력의 지속적 약화는 모두가 아는 얘기이다. 

그에 따라 원달러 환율 역시 외환위기 이전 평균 819원에서 외환위기 충격이 완화된 2000년 이후부터 닷컴버블 붕괴나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때를 제외하면 러·우전쟁 발발(2022년 2월 24일) 이전까진 평균 1130원, 러·우전쟁 이후부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2025년 6월까지 평균 1352원, 그리고 지난해 7월 이후 최근까지 1422원으로 구조적 상승이 진행되었다. 펀더멘털이 취약해지며 환율도 계속 상승해 왔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원화 가치의 하락이 과거와 달리 지난해 2분기부터 진행된 자본시장 붐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은 2024년 12월 3일 계엄 전후로 1400원을 돌파하였고, 그 이후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며 지난해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때까지 1450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이재명 정부의 출범 등으로 환율은 안정세로 돌아서 지난해 상반기 마지막 날인 6월 30일에는 1350원대 초까지 약 100원 가량 하락했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더니 9월 26일부터 1400원을 다시 돌파한 이래 최근까지 4개월 동안 평균 1450원대로 뛰어올랐다. 일반 국민은 내란 상황 때로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이 '3차 외환위기 조짐'을 거론하고, 한국은행이 전문가 대상으로 조사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에서는 주요 리스크 중 환율이 가계부채를 제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동원할 수 있는 대부분 조치가 쏟아져 나왔고, 그 결과 한두 달 내에 1400원 전후로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전망이 실현된다 해도, 현재의 환율 수준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이전 20년 이상 지속됐던 평균 1100원대와 비교하면 매우 낯설고 불편한 수치이다. 통화의 대외적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 경제의 신뢰를 반영한다. 그런데 원화가 주요국 통화 중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통화 중 하나라는 사실은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현황이 표시되어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현황이 표시되어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제학에서 말하는 환율의 결정 요인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상식적 수준에서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은 달러 대비 원화의 상대적 가치(가격)라는 점에서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높아질수록 원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고, 한국 경제에 비해 미국 경제가 건강하고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면 돈(달러)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출되고, 그 결과 환율은 상승할 것이다. 이러한 상식적 판단을 반영하여 경제학에서는 경제성장률이나 통화량 증가율이 환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한다. 환율과 관련하여 거론하는 펀더멘털로 고용이나 생산, 물가 등을 말하는데, 고용이나 생산 등은 경제성장률의 구체적 산물이고, 통화량 증가율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금리 차이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일시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축소됐음에도 엔저는 개선되지 않았고, 한국에서도 환율이 상승으로 전환한 지난해 7월에 비해 그 이후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축소되었음에도 원화 가치는 반대로 하락이 지속되었다.

그렇다면 통화량 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을 중심으로 지난해 7월 이후의 환율 상승 배경을 살펴보자. 소비쿠폰 지급 등 정부의 돈 풀기가 환율을 올렸다는 야당의 주장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통화량 증가가 고환율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7~11월 사이 한국의 총통화량은 2.1%가 증가했고, 미국은 1.7%가 증가했다. 그런데 통화량 증가가 비례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기계적 사고다. 경제활동을 매개하는 돈의 규모는 통화량 자체뿐만 아니라 돈이 얼마나 빠르게 순환하는가를 나타내는, 이른바 화폐유통속도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돈이 돌지 않는다는 말이 한국 경제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듯이 한국의 화폐유통속도는 미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화폐유통속도 하락만큼 통화량 증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억제될 수밖에 없다. 시중에 공급된 돈 중 많은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며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인플레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환율에 대한 마지막 설명 요인은 경제성장률이다. 그런데 환율이 상승세로 전환한 지난해 3분기(7~9월)의 성장률 1.3%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 기준으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성장률 수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듯이 지난해 7월 이후 환율 움직임은 이전과 다른 패턴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와 달러의 움직임에 의해 대부분 결정되었다. 구체적으로 러·우전쟁 발발 이후부터 지난해 6월 30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4.6% 하락하였는데, 같은 기간 위안화는 달러 대비 13.4% 하락했고, 달러는 0.9% 상승했다. 달러와 위안화 가치의 변화가 원달러 환율 변화의 약 98%를 설명한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이후 최근(1월 20일)까지 원화 가치는 9.5% 하락했는데 달러와 위안화 가치의 변화는 19%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이 기간에 위안화 가치는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하였다. 오히려 이전 기간에 사실상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약화한 엔화 가치 하락률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원달러와 엔달러가 동조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에 변화가 있음을 말한다. 실제로 수출과 무역수지, 경제성장 등에서 반도체에 과도한 의존을 해왔다. 수출에서 반도체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18~2024년간 최대 20% 안팎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지난해엔 24%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를 분기별로 보면 1분기까지는 종래 흐름의 연장선인 20.6%에 불과했으나 코스피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분기에 23.1%, 3분기에 25.1%, 4분기에 28.3%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이전 가장 규모가 컸던 2022년과 2024년의 7%대에서 지난해에는 9%대로 증가하였다. 지난해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7.7%였으나 2분기 8.3%, 3분기 9.7%, 4분기 11.3%로 급증하였다. 지난해 GDP(1조 8662억 달러)는 2024년 GDP(1조 8746억 달러)보다 0.4% 줄어들었는데 반도체 수출액은 22% 이상 증가하였다.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의 급증으로 반도체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반도체는 중요한 산업임에도 반도체를 제외한 지난해 수출액이 2022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듯이, 반도체에 대한 극단적 의존은 반도체가 불황으로 바뀔 시 파국을 피할 수 없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자본시장의 붐 속에 실물경제 침체가 공존하는 배경이다. 

1%에 턱걸이할 정도로 경제성장률이 추락한 가운데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바로 고환율이 지속되는, 한국 경제의 '실제' 펀더멘털(속살)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과거 한때 휴대폰 시장의 약 절반까지 차지하였던 노키아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던 핀란드 경제가 노키아 몰락 이후 이른바 '노키아 리스크'를 겪은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난 25년간 실패한 산업생태계의 진화가 시급한 이유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는 성장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 한 배경이다.

최배근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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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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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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