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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가능성을 지속성으로

2026.02.09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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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은 단순한 숫자 이벤트가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오랫동안 발목 잡혀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실질적으로 걷어내며 '시장 규율의 프리미엄'을 회복했다는 신호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가능성을 지속성으로 바꾸는 일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숫자 이벤트가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오랫동안 발목 잡혀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실질적으로 걷어내며 '시장 규율의 프리미엄'을 회복했다는 신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루어진 상법 개정 논의, 이사회·감사기구의 독립성 강화, 공시 투명성 제고,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가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은 싸게 사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불식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크게 늘어난 흐름은 밸류업이 구호에 그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상승의 엔진은 AI와 반도체다. 2025년 한국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점은 한국 경제의 강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쏠림이라는 구조적 위험도 함께 노출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표 기업의 호황이 지수를 끌어올릴수록, 그 성과가 다른 산업과 지역으로 퍼지는 통로는 더욱 중요해진다.

코스피 5000의 밝은 면은 성장 동력의 폭발과 투자 자신감 회복이다. 특히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렸던 가계 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된다면, 이는 기업의 투자 재원 확충과 혁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주식·펀드·연금이 장기 자금으로 자리 잡을수록, 기업도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기보다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같은 미래 현금흐름 창출에 투자할 여지가 커진다.

한국 증시 최초로 종가 기준 코스피 5000을 달성한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종가가 표시된 전광판을 배경으로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026.1.2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 증시 최초로 종가 기준 코스피 5000을 달성한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종가가 표시된 전광판을 배경으로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026.1.2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어두운 면도 분명하다. 특정 업종 집중이 심해질수록 지수는 상승해도 체감경기는 따로 노는 디커플링이 가속화될 수 있다. 2025년 4분기 역성장(-0.3%) 논란이 불거졌듯, 지수 랠리와 실물 사이의 간극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소비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고용 시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그냥 쉬었음'이 늘어나는 등 불안 요소가 상존한다. 지수의 환호가 청년의 일자리와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로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면, 코스피 5000은 사회적 통합을 강화하기보다 박탈감을 키울 수도 있다.

가계부채 부담은 이 간극을 더 넓힐 수 있다. 부채가 소비 여력을 갉아먹는 구간에서는 수출 호황이 와도 내수 반등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책은 '지수 부양'이 아니라 '순환 복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정은 단기 부양에 나서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민간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 즉 서비스 산업 혁신, 규제 합리화, 노동 이동성 강화를 지향해야 한다. 통화정책 역시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의 균형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2025년 말 기준 실업률 4.1%대, 청년 실업률 6.2% 안팎이라는 지표는 주가 상승이 곧바로 일자리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같은 시기 가계신용 잔액이 1968조 원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금리 부담은 소비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내수를 살리려면 임금·고용의 질 개선과 함께 중소 서비스업의 생산성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2025년 성장률이 반올림해 1%에 머물고 4분기 역성장 논란까지 겪은 만큼, "시장은 파티인데 실물은 냉각"이라는 경고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2026년 성장률을 1.8% 내외로 전망하는 것은 급반등보다 완만한 회복에 가깝다.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 5000 이후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첫째, 시장이 과열될 때는 '일괄 규제'보다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투자경고 종목이 늘어난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묶기보다, 위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해 변동성을 줄이고 투자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 둘째, 공매도는 필요하되 공정하게 운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불법 공매도는 확실히 차단하고, 관련 정보는 더 투명하게 공개하며, 개인 투자자도 제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 반도체 호황이 대기업 실적에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이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동시장에서 직무·성과 중심 문화가 자리 잡도록 돕고, 전직·재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더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대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 규모나 유동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외환·결제·계좌 개설 등 접근성에서 국제 투자자가 체감하는 불편을 줄이는 제도 정비가 핵심이다. 편입이 성사되면 패시브 자금이라는 안정적 수급이 생길 수 있지만, 그만큼 글로벌 위험회피 국면에서는 조정 폭도 커질 수 있다. 들어오는 돈만 볼 것이 아니라 나갈 때의 충격 흡수 장치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5000'을 위해 필요한 것은 숫자에 취한 낙관이 아니라 이익 체력에 기반한 질적 성장이다. 정부는 지수 중심 정책의 유혹에서 벗어나 내수 회복과 구조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은 주주환원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 규율로 내재화해야 한다. 투자자 역시 변동성 확대를 전제로 장기·분산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 지수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과정의 품질이 지속성을 좌우한다.

코스피 5000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가능성을 지속성으로 바꾸는 일이다.

우석진

◆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 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美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로 2008년부터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공공경제·재정학(출산·지방재정·기초소득), 노동경제학(최저임금·고령자 노동), 복지정책평가(보육·빈곤), 조세정책(종부세·조특법), 빅데이터·데이터사이언스이다. 빅데이터연구소장을 맡아 정책 평가와 실증분석을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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