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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한국 찾는 북한 여자축구단 방문의 의미

2026.05.15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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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를 어떻게 부르든 적대를 완화하는 노력은 중요하다…이번 만남이 남북 간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을 방문한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한 이후 최초이고,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 탁구 경기 이후 8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방문의 의미를 과대평가하기 어려운 남북 관계의 현실이지만, 동시에 두 국가론 이후 최초의 만남 의미를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번 여자축구팀의 방문은 북한의 두 국가론 이후 만남과 교류를 전망할 기회다. 

남북체육교류의 교훈

체육 교류의 역사는 길다. 1963년 스위스의 로잔과 홍콩에서 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북체육회담이 열렸다. 올림픽위원회가 1964년 도쿄 올림픽 단일팀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냉전체제에서 성사되지 못했다. 1991년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남북단일팀은 중국을 이기고 우승했다. 남북단일팀의 상징기인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연주되는 감동이 오랫동안 기억되고 영화 '코리아'로도 만들어졌다.

한반도기와 아리랑은 1960년대 시작한 남북 체육회담의 결과였다. 아리랑은 남북 모두 쉽게 합의했고, 한반도기는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결정했다. 한반도기를 이념적으로 혹은 색깔론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냉전 시대부터 남북이 서로 의견을 교환했고, 당연히 국제올림픽 위원회도 의견을 낸 합의의 결과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북단일팀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의 여자 하키를 비롯해 그동안 13번 성사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북이 공동 입장을 했다. 평화를 바라는 올림픽 정신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공동 입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9년 자카르타 장애인 아시안게임까지 총 12번이었다.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여자부 하나은행과 4·25체육단의 시범경기를 마친 양팀 선수들이 손을 잡고 경기장을 함께 달리고 있다.2018.10.2.(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여자부 하나은행과 4·25체육단의 시범경기를 마친 양팀 선수들이 손을 잡고 경기장을 함께 달리고 있다.2018.10.2.(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남북체육교류는 비정치 분야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남북 관계를 반영한다. 단일팀의 경험을 가진 탁구의 경우 과거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이제는 감독으로, 임원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한다.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서먹하다. 

이번에 참가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은 평양이 연고팀으로 2012년에 창단했다. 소비재 기업인 '내고향'의 후원받는 기업형 체육단이다. 선수 대부분이 연령별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대표급이다. 리유일 감독은 전 여자축구팀 감독을 역임했다. 조별 예선에서는 준결승에서 붙는 수원팀을 3:0으로 이겼고 도쿄팀에는 4:0으로 졌다.   

아시아 축구연맹이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를 거쳤고, 준결승이 5월 20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준결승전은 두 경기로 한국의 '수원FC 위민'과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 그리고 멜버른 시티FC와 도쿄 베르디 벨레자 팀이 붙는다. 여기서 이긴 팀이 5월 23일 수원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남북체육교류, 유의할 점

북한은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도 이번 여자축구단의 방문을 허가했다. 2021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불참한 것과 대비된다. 이번 참가의 이유는 북한 여자축구가 국제경쟁력이 있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으며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해야 하는데 불참하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2월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관계와 관련 "국익에 준한 냉정한 계산과 철저한 대응"을 선언했다. 이번처럼 이익이 있으면 방문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두 국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남북체육교류는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남북 간의 교류를 위해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호칭 문제다. 이번 대회는 국가 간 대항전이 아니고 클럽팀의 경기로 클럽팀 호칭인 '내고향여자축구단'으로 부르면 된다. 다만,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에서는 통상 정식 국호를 사용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응원은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제축구연맹의 '정치적 종교적 메시지 경기장 내 표현금지' 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남북 공동응원 때 항상 사용했던 한반도기의 경우 북한이 원하지 않고 국제축구연맹의 규정 등을 고려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변 보호다. 경기가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시위나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동시에 경기에 집중하도록 북한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신변 보호와 편의 보장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제 체육계에서 국제대회 운영 능력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북한 선수단에게도 예외가 아니기를 바란다. 

또 다른 교류로 이어지기를

축구 경기가 별일 없이 무사히 잘 끝나기를 바란다. 북한에서 혹은 한국에서 많은 국제 체육경기가 열린다. 한국의 경우 이번 대회 말고도 다양한 종목별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이 참여하면 더 많은 시민이 대회에 관심을 두고 인기가 높아진다. 여건이 조성된다면 우리 선수단도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체육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북한은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를 어떻게 부르든 적대를 완화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남북 관계의 실질적 내용이 향후 관계 설정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만남이 남북 간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연철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때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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