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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저작권 이야기

생각은 베껴도 말과 글은 베끼지 말라

[생활속의 저작권 이야기] ⑥ 표절

2008.12.10 최경수 저작권위원회 저작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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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저작권 논란이나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저작권 이야기’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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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은 문인이나 문화예술인이 넘어야 할 벽이다. ‘우리읍내’라는 희곡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 작가 와일더(Thornton Wilder)는 “나는 아무 부끄럼 없이 다른 작가의 것을 빌린다”고 고백했다. 미국 변호사이자 작가인 린디(Alexander Lindey)는 표절과 독창성(plagiarism and originality)이라는 책에서 세익스피어의 폭풍이 표절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하였다. 세익스피어 희곡 헨리6세는 무려 6,033행이 홀린세드(Holinshed)의 연대기(Chronicles of England, Scotland and Ireland)와 같고 2,373행은 표현을 바꾼 것이라고 힐난하였다.

‘아이디어는 베껴도 되지만 표절은 절대 안돼!’

18세기 이후 저작권 사상이 유럽에 보급되면서 표절을 바라보는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사람의 생각(아이디어)을 담은 표현은 저작권 보호대상이므로 표현 수단인 글이나 그림을 베껴서는 안 된다고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들은 저작권의 등장을 반겼다. 이제 남들이 자신의 글이나 그림을 베끼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의 것을 베끼지 않는 한 법적으로 비난받을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는 베껴도 되지만 그 표현은 표절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제공했다.

아이디어란 소설의 주제와 같은 것이라고 보면 쉽다. 예를 들어, 남녀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사랑하고 번민하는 과정을 다룬 소설은 동서고금을 통해 흔한 주제이다. 이러한 주제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법이 예정하고 있는 아이디어와 표현의 분리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백년 이상 무수한 판례를 축적한 미국 법원조차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판례는 아이디어와 표현을 분리하기 위하여 이른바 아이디어와 표현의 융합 이론, 필수장면 이론 등을 동원하였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저작권법이 아이디어를 보호영역에서 배제한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하고 학교에서는 선현의 지혜와 지식을 배운다. 따라하고 배우는 과정이 부모님과 선현의 생각과 의식을 베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저작권법의 눈으로 보면 아이디어 베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 사상이 널리 보급된 지금 이러한 경우를 표절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몰래 따라 쓰는 것은 표절…원작 접근여부로 판단

많은 사람들이 표절하면 저작권 침해를 떠올린다. 저작권 침해 판단은 두 가지 요소로 확정된다. 하나는 표현을 베끼는 것(copying)이고 다른 하나는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misappropriation)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표절의 사전적 정의는 저작권 침해 판단 요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표절을 풀이하기를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따다 쓴다는 것은 베낀다는 것이고, 몰래 한다는 것은 원작자의 동의가 없이 무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베꼈는지 여부는 저작권 침해(표절) 의심자가 다른 사람의 것에 접근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저작권 침해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작권법은 동일한 두 개의 저작물을 인정한다. 분명 나중에 나온 것이 종전 것과 같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침해 문제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저작권 보호를 해준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것을 본 적도 없는 데 동일한 저작물을 창작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접근에 대해 법원의 태도는 매우 엄격한 듯하다. 아직 우리나라 판례는 없으나 미국 사례는 이 점을 잘 말해준다. 1976년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비틀즈 멤버인 해리슨(George Harrison)이 작곡한 “My Sweet Lord”가 원고의 음악 “He's So Fine”을 고의로 이용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해리슨이 원고의 음악에 접근한 적이 있고 잠재의식 속에서 그 음악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침해를 인정한 바 있다.

‘표절왕국’ 오명 사라지지 않는 한 선진문화예술은 먼 일

표절이 논란이 되면 일단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전체 사실에 대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도덕적 비난이 쏟아진다. 누구든지 입방아에 오른 것만으로도 마치 ‘확정판결’을 받은 듯 왜소해진다. 표절은 지식인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학자로서나 공직자로서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정부에서나 대학교에서 표절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것도 이러한 표절의 엄중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표절은 이제 개인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표절은 그 사회의 의식과 지식의 성숙도를 재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저런 경로로 우리 사회의 표절 문제를 접해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저작권 법제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저작권법적 관점에서 표절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정도라고 본다. 표절을 저작권 침해와 동일시하고, 저작권 침해에 대해 엄중하고 매서운 사법적 판단을 내리기만 해도 표절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아이디어 표절이라는 도덕적 비난은 역사 발전의 궤도에서 볼 때 몇몇 에피소드로 축소될 수 있을 것이다.

숙제는 여전히 계속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그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절 왕국이라는 오명이 남아 있는 한 선진 문화예술, 선진 학문은 여전히 멀기만 할 것이다.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베껴도 좋다는 저작권법의 관용을 배반하는 표절행위는 사회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가깝고도 쉬운 길이 바른 길이 아니라면 돌아가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은 학문과 문화를 업신여기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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