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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특허청 차장 |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맞아 12월 11~12일 이틀간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특별 정상회의는 한·아세안 관계를 신뢰의 동반자로 격상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겠다.
1967년에 태국 등 5개국이 동남아 지역의 공동 번영을 목적으로 창설한 아세안은 그동안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10개국이 가입한아시아지역 최대의 지역협력기구가 되었다. 2015년에는 유럽연합(EU)을 벤치마킹하여 아시아의 EU를 표방한 경제공동체로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출범하게 되면 인구 6억 명에 전체 국내총생산(GDP) 2.4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 규모를 갖는 경제블록이 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일본도 그동안 아세안과의 특별한 관계를 유지·발전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아세안은 우리의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이다. 교역규모에선 중국에 이어 두 번째이고, 무역흑자 중 65%가 아세안 에서 나오고 있다. 이 지역을 방문한 우리 국민이 2013년에 490만 명에 달하고, 아세안에서도 160만 명이 한국을 찾는 등 인적교류 역시 활발해졌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우리 상품의 아세안 시장점유율은 2007년 5.0%에서 2012년 6.2%로 올라가 우리 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는 추세이다.
아세안에서 우리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시장 지배력은 높아졌지만, 우리 기업 상품을 모방한 짝퉁상품이 범람하는 등 우려할만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 손톱깎이, 프라이팬과 같은 생필품을 비롯하여 스마트폰, 계측기와 같은 첨단 제품에 이르기까지 소위 짝퉁으로 불리는 위조상품이 아세안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우리 상표를 허락 없이 악의적으로 선등록 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여 현지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투자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태국과 베트남에서만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 피해 및 관련 상담이 2009년 71건에서 2013년에 390건으로 5배 이상 급증하였다.
이번 특별정상회의 이후 한·아세안 관계는 경제적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더불어 교역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제 아세안의 전반적인 지식재산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우선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이 현지에서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아세안 회원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지식재산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지식재산제도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특허청 국제지식재산연수원은 그간 연례적으로 운영해 온 아세안 ‘지식재산 담당 공무원 초청 연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아세안 국가의 정부관계자들이 지재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미국·중국·일본에 파견되어 정부차원의 지식재산 분야 협력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특허관의 아세안 현지 파견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지재권 피침해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태국, 베트남 2곳에 운영 중인 해외지식재산권센터(IP-DESK)를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주요 아세안 회원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지재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아세안에 특허행정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만큼, 아세안 회원국에 한국의 특허행정 경험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이다. 우리 특허청이 정부차원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특허심사대행서비스와 특허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행정한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한국과 캄보디아 간 특허정보시스템 분야 협력이 의제로 포함되어 있어 이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밝다고 하겠다.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이 있다. 한·아세안은 미래를 향한 배에 함께 탔다. 지난 25년간 쌓아온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더욱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간다면, 한·아세안은 서로가 공동 번영하는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가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