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하며 시작된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사태가 종식을 향해 가고 있다. 메르스의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그러나 이제는 그 상처와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한예방의학회’와 공동으로 ‘함께 만들어요, 건강 한국’을 연재한다. 이를 통해 국내 메르스 사태가 가져다 준 교훈들을 살펴보고 건강 한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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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메르스의 집단 발생으로 나라 전체가 휘청거렸다. 최근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문가 단체들을 중심으로 정책 대안들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6월 17일 메르스 관련 제9차 긴급위원회 발표문에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의 미흡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한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을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2015년 7월 10일 기준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64명(34.4%), 간병인이 8명(4.3%)으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간병제도와 문병문화가 신종 감염병의 확산을 조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독특한 간병제도·문병문화, 신종 감염병 확산 조장
대부분의 선진국 병원들은 환자와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입원 환자에게 병원이 고용한 인력이 간병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환자 가족 또는 문병객의 면회도 제한된 시간에만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7월부터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업무까지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이 수행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포괄간호병동에 비해 일반병동 환자의 요로 감염률이 4.3배, 폐렴 감염률이 6.8배 높게 나타나 가족 또는 간병인 간병이 의료관련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병동 환자가 포괄간호병원 환자에 비하여 낙상(2.3배)과 욕창(2.5배)도 빈발하는 것으로 나타나 의학적 측면에서 포괄간호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포괄간호서비스’ 빠른 시일 내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해야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입원하면 가족이 병실에 상주하면서 환자를 돌보거나 직접 간병을 할 수 없으면 간병인을 고용한다. 전체 입원 환자의 15% 정도가 간병인을 고용해 1일 7∼8만원의 간병비를 부담하고 있어 이의 경제적 부담도 상당히 큰 편이다. 연간 2조원이 간병인 고용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어 간병비는 선택진료비, 병실료 차액과 함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약화시키는 3대 비급여 항목에 속한다.
포괄간호서비스 사업은 올해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현재 지방과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 사업을 2018년에 전체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간병제도의 취약성이 노출된 만큼, 중증 감염 위험 환자들이 많이 입원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까지 포괄간호서비스를 빠른 시일 내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병원은 문병 엄격히 통제…국민들도 기꺼이 동참해야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방문해 위로와 격려를 하는 문병문화도 환자와 방문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는 병원체를 보유하거나 배출하고 있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일반인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병원체에도 쉽게 감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병원의 중환자실이 보호자나 문병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메르스 집단 유행에서도 환자 문병을 했던 일가족 5명이 메르스에 감염돼 그 중 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병원도 이제는 문병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국민들도 이에 기꺼이 동참하는 방향으로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병실을 직접 방문해서 문병하기 보다는 입원 중에는 휴대전화 등을 이용, 환자와 가족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 퇴원 후에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