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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해외에서 본 한국의 공무원 연금 개혁

해외 연금 전문가 “부담금 인상·지급률 하향 조정…유례 없는 용기 있는 선택”

2015.09.14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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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연금공단 등은 우리 정부가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더욱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지난 8월 중 해외 연금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여기에 참여한 이각희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 소장이 그 뒷얘기를 보내왔다.

이각희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 소장
이각희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 소장
지난 5월 수개월의 산고 끝에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60년에 도입된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제도는 신분제 공무원제도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과는 달리 공무원을 임용한 국가가 연금 지급 채무자가 된다. 연금급여 지출을 위한 재원은 공무원이 납부하는 기여금과 정부가 납부하는 부담금으로 조달하도록 설계돼 있다.

공무원연금제도 도입 초기에는 재직 공무원 수 대비 연금 수급자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연금 부양률이 낮게 마련이다. 즉 수입이 지출을 초과해 기금이 적립된다. 하지만 일정한 시점이 경과해 부양률이 증가하면 연금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기금이 소진된다. 연금 개혁은 이처럼 재정적자 규모가 점점 커지는 상태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진행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일각의 지적대로 개혁 이후 공무원연금 재정적자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혁 이후 재정적자의 규모 등이 상당히 감소하게 됐다. 아울러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을 조정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수령액과 국민연금 수령액만을 기준으로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분석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과 민간인의 직업 안정성과 보수체계 등에 대한 차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에는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므로 제도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번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에 대해 국내에서는 부분적으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의 연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는 8월 21일부터 28일까지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를 돌며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이 나라들은 사회보험을 세계 어느 곳보다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공무원연금제도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처럼 신분제 공무원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공무원연금은 신분제 공무원제도에서 파생된 제도다.

물론 우리나라와 이들 나라의 공무원연금제도 체계는 다르다. 신분제 공무원제도의 원조 격인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공무원연금 재정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급여는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에서 보수처럼 인건비로 지출되므로 연금 재정의 개념이 없다. 특히 독일은 공무원의 기여금도 없고 정부의 부담금도 없다. 또한 오스트리아는 공무원이 일반 근로자의 연금 보험료에 상응하는 기여금을 납부하지만 이는 일반회계 수입에 편입된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 우리나라 공무원연금 재정적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교적 유연하다.

이번에 취재차 만난 빈대학교 노동사회법학과 마잘 교수는 “한국의 이번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의 목표가 재정적자 완전 해소가 아니고 재정적자의 일부 경감에 있었다면 성공한 개혁”이라면서 “재정적자의 일부를 조세로 보전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소득 재분배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조세 수입에는 근로소득세뿐만 아니라 주식배당소득세, 임대소득세, 금융자산소득세 등의 자본 소득세가 포함돼 있어 ‘고소득층이 납부한 조세로서 연금 재원 일부가 조달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잘 교수는 “공무원연금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면서까지 공무원연금제도가 개혁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부 유럽국가에서 무조건적인 퍼주기식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개인의 책무는 소홀히 여긴 채 연대성만 강조해 제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총리실에 근무하는 하시만 연금국장은 “이번 개혁을 통해 한국 공무원이 납부하는 기여금과 한국 정부가 납부하는 부담금을 4년에 걸쳐 4%나 인상한 조치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간 연금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1.9%에서 1.7%로 하향 조정한 것 또한 바람직한 조치”라며 “연금지급률 경과기간의 장단(길고 짧음)에 대해서는 한국의 연금 재정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사회복지정책연구소장이자 연금 전문가인 마린 박사는 “공무원연금이 일반 근로자에 비해 지나치게 후하게 지급되고 있다면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공적연금 간 형평성’은 연금급여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연금 수급구조의 불균형’에 있다. 즉, 높은 기여를 한 가입자는 거기에 상응하여 높은 연금을 수령하고 낮은 기여를 한 가입자는 낮은 연금을 수령하는 ‘소득 비례형 연금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의 공무원연금제도가 공무원의 연금 산정 기준 보수 18%에 해당되는 금액을 납부하고, 이에 상응하는 연금액을 수령하게 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노사 간 타협 문화가 유럽처럼 정착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협상에 참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것 자체도 진보”라고 말했다.

우리의 연금 개혁에 대해 지속적인 개혁을 당부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독일 슈파이어대 행정학과 페르버 교수는 “한국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이 재정 절감 효과를 달성한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추후에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스위스 공무원연금공단 스톨러 이사장은 한국 공무원연금제도가 재정적자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개혁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급여 지출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을 만나며 연금제도의 완벽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연금 수급권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권리인 데다 그 기간 안에 사회·경제적 상황 및 인구구조가 수시로 변해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을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외 전문가들은 우리의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에 대해 과감하고 용기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미완의 예술품인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 남았다.

글 · 이각희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 소장)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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