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H쇼핑몰은 소비자에게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넷스루에 솔루션을 의뢰했다. 넷스루는 H쇼핑몰의 웹과 모바일 사이트 전체 회원의 쇼핑몰 이용 패턴을 분석했다. 이용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웹사이트에 접근했는지, 어떤 상품을 가장 많이 클릭했는지, 어떤 상품은 왜 클릭만 하고 구매하지 않았는지 등이다. 그뒤 분석결과를 20개 영역에 각각 다른 형태로 적용했다. 메인페이지에는 전체 이용자가 평균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를, 카테고리 페이지에는 성별, 연령 등 소비자군별로 가장 선호하는 인기 상품을 노출시켰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해당 상품과 함께 다른 이용자들이 많이 클릭한 관심 상품을 추천했다. 또 회원 각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분석해 할인·프로모션 정보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H쇼핑몰에서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나 회원들의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 상품은 팝업 알림창으로 띄웠다.
그 결과 H사는 R사의 추천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에 비해 쇼핑몰 이용자의 구매 전환율이 20%나 증가했다. 구매 전환율이란 온라인상의 광고를 클릭해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을 말한다. 더불어 회원들의 만족도도 증가했다. 회원 개인별로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한 덕에 검색시간이 단축됐기 때문이다.
넷스루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분석해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온라인상에서 이용자들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는 웹 클릭 스트림 서비스를 자체 제작했고, 최근에는 이를 고도화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업을 지원하는 세종대학교 빅데이터산업진흥센터와 협업하고 있다.
|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넷스루’의 직원이 웹상에 남겨진 이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
고객이 찾기 전에 제품 정보 알아서 전송
비대면 거래 느는 금융기관서도 적극 활용
지난 1월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선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인공 가운데 하나로 빅데이터를 선정했다. 빅데이터란 말 그대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일컫는 말로, 생성주기가 짧고 그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은 사람들이 온·오프라인 상에 남긴 흔적을 분석해 정책과 마케팅을 수립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넷스루의 유동하 전략기획부장은 “빅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생산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넷스루의 400여 개 고객사 가운데 빅데이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업계는 앞선 온라인 쇼핑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의뢰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유 부장의 설명이다. 금융기관에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대면 방식의 거래가 늘면서 고객 분석을 더욱 세밀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늘었고, 공공기관에선 정책 수립에 수용자의 목소리를 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고객사인 예금보험공사는 펀드, 예금 등 수많은 상품 가운데 무엇을 중점적으로 마케팅할 것인지 알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또 은행 창구에서는 B라는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를 온라인상의 B에 대한 클릭 수를 분석해 파악했죠. B 상품에 관심이 있는 고객이 C나 D에도 관심이 있어하는지 등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 같은 공공기관에선 야시장에 관한 트래픽이 늘었다면 이와 관련된 관광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동남아 국가 공공기관의 의뢰가 크게 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데 빅데이터를 더욱 활발하게 사용해야 할 겁니다.”
빅데이터 분석 핵심은 ‘세밀 분석’
정보 제공자에겐 프로모션 정보 등 혜택 줘야
한편 소비자들의 행동에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역으로 그 패턴은 일정 기간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이에 대해 유 부장은 “빅데이터에서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세밀하게 변하는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체로 한 웹사이트 소비자들의 행동 유형은 1년간은 큰 변화가 없더군요. 그러나 더 이상 달라질 게 없다고 확신하는 순간 빅데이터 분석은 실패하고 맙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트렌드를 포착해야만 급작스럽게 변하는 큰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빅데이터산업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죠.”
2000년대 후반에서야 정보를 활용하는 단계에 이른 빅데이터산업이 본격적으로 안착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사용자의 정보를 어디까지 수집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는 실정. 이에 대해 유 부장은 정보 제공자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일종의 ‘거래 관계’가 성립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정 상품을 클릭한 사람이 20대 여자이고, 검은색 자가용을 소유했고, 빨간 립스틱을 좋아한다. 여기까지는 괜찮죠. 여기서 더 나아가 이름, 나이, 거주지, 학교나 직장 등 개인정보까지 송두리째 가져가선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정보 수집에 제한이 생기면 분석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정보 제공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동의하에 정보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메일 용량을 더 제공하거나 더 정확한 할인·프로모션 정보 등을 제공하는 거죠.”
그는 정보 활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의료산업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피를 뽑는 대신 인체에 스마트기기를 부착하게 될 겁니다. 인체 정보 역시 개인정보인데 이 같은 정보 제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넓은 거죠. 혈당, 맥박, 운동량 등을 측정하기 위해 인체에 부착한 스마트기기를 통해 이용자의 이동 경로, 구입 상품 등 부가적인 행동 분석을 하는 수준에 이를 겁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