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옥상에 설치된 거대한 태양광 모듈이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의 햇볕을 그대로 흡수한다. 가로 길이가 족히 10m는 될 법한 태양광 모듈 왼쪽에는 옥외 자립형 현황판이 설치돼 있다. 현재 발전량, 외기 온도, 일사량 등 태양광 발전 현황을 시시각각 보여주는 장비다. 태양광 모듈에서 발전되는 전압은 접속반, 인버터 등의 기기를 거쳐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로 바뀐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와 1층 사무실로 이동하자 벽 한가운데 모니터들이 즐비하다. 방금 보고 온 건물 옥상의 태양광 모듈뿐 아니라 이 회사가 거래하는 국내 기업과 지자체, 해외 기업들의 태양광 발전 상황을 알려주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에너지신산업 기업 ㈜대연씨앤아이의 작업장 풍경이다.
|
에너지신산업 기업인 대연씨앤아이는 건물 옥상에 태양광 모듈과 자사의 접속판 및 현황판 등을 설치해 태양광 발전 현황을 시시각각 모니터링한다. |
‘녹색 에너지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연씨앤아이는 이 같은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1998년 설립된 에너지신산업 기업이다. 주 사업 영역은 태양광 수집, 모니터링 시스템, 현황판 기상 데이터 수집장치 등의 개발 및 공급. 2012년 국가 조달 태양광 시스템 공급자로 등록된 이후 에너지 관리 시스템, 태양광 모듈 감시 및 진단장치, 태양광 발전 보호 시스템에 관한 꾸준한 기술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은 글로벌 기후변화로 새로 형성되고 있는 대규모 신시장이다. 기존 에너지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자동차 등 제조업, 농업, 금융 등 다른 산업을 융합해 에너지의 이용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에너지신산업에 해당한다.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 자립섬, 태양광 대여, 전기자동차,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등 에너지신산업에 해당하는 유망 8대 사업을 발굴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태양광 관련 정보기기를 개발하는 대연씨앤아이 역시 이러한 에너지신산업 기업에 속한다.
“설립 당시에는 산업자동차 제어장치 등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회사였어요. 하지만 미래 먹을거리로서 신산업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2008년부터 태양광 발전 시스템용 접속반 및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현재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감시•제어장치를 개발해 제조·판매하고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을 사용 가능한 전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기계와, 태양광 생산 현황을 수치로 나타내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연씨앤아이에는 엔지니어가 대부분이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에 자리한 이 회사 작업장에서도 접속반 등을 제작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 생산은 전 세계의 미션이기에 태양광 사업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예요. 그에 따라 태양광 발전 시스템 운영 및 모니터링 사업도 주목받고 있죠. 저희는 여기에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좀 더 정밀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태양광 시장 포화, 해외로 눈 돌려야
신재생에너지 활발한 일본시장 주력할 것
대연씨앤아이의 사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들 가운데 일본어로 표시된 모니터링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대연씨앤아이 장진욱 연구소장은 “(대연씨앤아이와 계약한) 일본 기업 TTS의 태양광 발전 및 매매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에너지신산업의 수요도 크다”고 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포화 상태예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죠.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국제 인증을 받아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해외 태양광 시장을 넓혀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일본시장으로의 수출이 해외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점차 동남아 전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카자흐스탄에 각각 50kW 규모의 테스트베드를 설치·운영 중이며, 미얀마에도 20kW의 독립형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2012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으로 진출했고 최근에는 일본시장에도 안착했죠. 앞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범위를 확대해 태양광 접속반, 모니터링 선두업체로서 자리를 확고히 해나갈 예정이에요. 올해는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해외 사업을 통해 달성해 수출 전문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대연씨앤아이 직원들은 부쩍 바빠졌다. 임성택 상무이사도 수시로 국내외 출장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통해 국내 에너지 자립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한 고객들이 자신들의 발전소를 편리하고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보람을 얻죠.”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등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연씨앤아이 같은 중소기업 처지에서는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이 더없이 반갑다.
“태양광 발전은 전반적으로 많은 정보기술(IT), 통신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중소기업이 이를 자체 개발하기란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죠. 정부나 산하단체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과제나 실증 과제 등은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또한 해외시장 진출 지원 과제를 수행하면서 동남아시아시장 진출의 기틀을 쌓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반면 아쉬움도 있다. 임 상무이사는 “단기간 내 성과를 요하는 정책으로 중복 투자, 현실성 없는 비즈니스 모델 지원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적인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이 꾸준히 추진돼야 기업의 자생력과 기술력이 쌓이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