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 30여 분을 꼬박 달려 강릉IC에 들어섰다. 장맛비가 그친 강릉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렀다. 강릉시내에 들어서자 평창동계올림픽을 알리는 각종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현수막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도시, 강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동상이 시선을 끌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강릉터미널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가벼운 옷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관광객들은 택시를 타고 강릉의 관광명소로 각각 흩어졌다. 터미널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작년 여름철만 해도 커피거리나 경포대로 가자는 관광객이 대다수였는데, 지금은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장이나 홍보체험관으로 가달라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했다.
강릉시내의 식당이나 카페의 상인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 식당 주인은 “상인들은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로 지난 테스트이벤트 당시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이 꽤 있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G-200일(7월 24일)을 맞아 오는 7월 21∼23일 강릉 커피거리에서는 평창문화올림픽 행사의 일환으로 ‘강릉재즈프레소페스티벌’이 열린다. 커피로 유명한 도시인 강릉의 카페 10여 곳이 재즈클럽으로 변신해 관광객을 맞이한다.
하키센터와 컬링센터, 아이스아레나 등이 몰려 있는 강릉올림픽파크로 향했다. 강릉종합운동장을 지나자 강릉하키센터가 보였다. 강릉하키센터는 경포호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다. 여기는 원래 쓰레기 매립장을 흙으로 덮은 뒤 궁도장으로 사용했던 곳이었다. 공사가 마무리된 강릉하키센터의 외관은 마치 눈이 덮인 건물처럼 회백색을 띤 팔각형이다. 아이스링크는 올림픽 규격에 맞게 길이 60m, 너비 30m로 주 경기장과 연습 경기장에 각각 1면씩 꾸려졌다. 강릉하키센터는 총 3층이다. 실제 경기가 펼쳐지는 주 경기장의 아이스링크는 1층에 있다. 관람석은 2층(전체)과 3층(일부 제외)에 마련됐는데 현재 강릉하키센터 내 좌석 수는 약 1만 석이다. 동계올림픽 전체 티켓 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아이스하키 종목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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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사진=C영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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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C영상미디어) |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 가는 관광객 늘어
하키센터 옆으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이 보였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의 트랙은 바다를 향해 탁 트인 강릉 경포호를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기둥 없는 건축물(기둥 사이 거리 가로 240m, 세로 120m)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경기장 점검 때문에 빙상장에서는 얼음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트장은 세계 최고의 빙상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크루 냉동기 등 최첨단 제빙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경기장 실내 온도도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에 최적인 약 15℃로 유지된다. 얼음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약 70℃의 뜨거운 물을 얇게 뿌리고 다시 얼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아이스아레나는 지상 4층 규모의 종목 전환형 경기장이다. 경기 색깔이 다른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 아이스아레나는 3시간 안에 종목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은 경기를 치르기에 적합한 빙질이 달라 피겨스케이팅의 얼음이 좀 더 무른 편이다. 두 종목에서 활용하는 빙면의 범위도 다르기 때문에 선수 보호 및 카메라 포지션을 위해 주변에 설치하는 패딩의 배치도 일부 변경해야 하는데, 이 모든 작업이 단 3시간에 가능하다.
강릉컬링센터 입구에는 ‘빙상 인구 10만 율곡프로젝트’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수십 명의 초등학생이 보였다. 임곡초등학교 4학년 권민성 학생은 “일주일에 한 번씩 스케이트 강습을 받으러 오는데 정말 재미있다”면서 “4~6학년 학생들은 모두 동계 스포츠 한 종목을 무료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컬링센터 지하 1층 빙상장에서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강습이 한창이었다. 연곡초등학교 심준형 교사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현재 강릉시내 초중학교는 대부분 동계 스포츠를 생활체육으로 배우고 있다”며 “학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아서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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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내부.(사진=C영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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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컬링센터 내 빙상장에서 초등학생들이 강사에게 스케이팅을 배우고 있다.(사진=C영상미디어) |
빙상 인구 10만 율곡프로젝트
실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동계스포츠에 대한 강릉 시민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미 컬링은 강릉 시민의 인기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강릉컬링대회에는 40개 팀, 총 200명이 참가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아이스하키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150여 명에 달한다. 강릉빙상경기연맹 최종민 운영과장은 “과거 비인기 종목이라고 불렸던 컬링, 아이스하키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뜨겁다”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계스포츠가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이나 정선도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은 모두 12개로 평창, 강릉, 정선에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설상경기장이 7개, 빙상경기장이 5개다. 12개 경기장 가운데 6개는 신설하고 나머지는 보완 및 확충해 사용한다. 현재 거의 완공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공정률이다. 신설 경기장은 정선알파인경기장, 평창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 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강릉하키센터, 관동하키센터 등 6개다. 강릉에 있는 빙상경기장은 시설 진척도가 100%이고, 정선·보광·용평·알펜시아 설상경기장의 경우 관중석과 음향시설 등의 정비만 남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모든 경기장 및 관련 시설을 오는 11월까지 완공하고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