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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6·19대책, 8·2대책, 10·24대책 등 부동산과 관련이 있는 굵직굵직한 대책을 발표했고, 재임기간 동안 추진할 주거복지로드맵과 도시재생로드맵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공적주택을 100만 가구 공급하고,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채워지는 혁신공간도 250곳 조성한다. 혁신공간은 활기를 잃어버린 구도심을 변화시키고 소멸위기에 내몰린 지방도시에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촘촘히 짜여진 두 개의 로드맵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효율성 있게 추진할지는 정부의 남은 과제다. 국지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하는 주택가격을 안정시켜 국민의 주거안정을 회복하고, 쇠퇴해가는 도시를 살기좋은 동네로 만들어 사람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로 달라진 점이 있다. 지난 3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한 달간 3만 5006명이 임대주택사업자(개인)로 신규등록했다. 지난해 3월에 등록한 임대사업자 4363명 대비 8배 증가한 수치다. 2월에 등록한 9199명과 비교해도 3.8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등록한 주택 수는 무려 7만 9767채다. 7만 9767가구는 적어도 4~8년간 이사걱정 없이 한 집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대료도 연 5% 이내에서 제한된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간접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집주인의 적정수익을 보장하고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상생전략 결과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세입자는 약자라는 인식이 만연해있었고, 상대적으로 집주인은 세입자보다 많은 기득권을 가진 계층으로 분류했다. 결과적으로 세입자의 권익보호를 강조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냈다. 주거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주인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집주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였을 것이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요인으로 작동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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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수 법무부 심의관, 김현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 김 장관, 최영록 기재부 세재실장, 노홍인 복지부 건강보험정책 국장.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모두 행복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집주인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했다. 등록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여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기한을 2018년에서 2021년까지 3년간 연장하고, 2019년부터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 분리과세를 하되, 필요경비율을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하고 감면대상을 확대해서 등록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8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상향하고, 종합부동산세에 합산하지 않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크게 증가우려가 있는 건강보험료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임대소득 정상과세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정상 부과하되, 2020년 말까지 등록한 연 2000만 원 이하 분리과세 대상 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 동안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40~80%수준으로 대폭 감면해 준다. 2021년 이후에는 상황을 따라 추가연장도 검토하기로 했다.
인센티브 정책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매월 2000~4000명 수준이던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1월에는 9313명, 2월에는 9199명이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했고, 4월 양도소득세 중과조치를 앞둔 3월에는 3만 5000명이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했다. 이러한 결과 전국적으로 개인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31만 2000명에 이른다. 이들이 등록한 임대주택 수는 총 110만 5000채이다. 적어도 100만 가구 이상이 잦은 이사와 과도한 임대료 상승에 따른 주거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정책에 대한 초기 시장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임대주택 등록보다는 오히려 집주인이 여유주택을 매각하거나 등록하지 않은 채 보유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등록임대주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집주인에 대한 지원정책이 결국 세입자의 주거안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향후 과제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 여건조성이다. 집주인이 등록임대주택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재 제공된 인센티브가 충분한지 살피고, 임대주택을 유지·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도 최소화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집주인과 세입자의 균형된 시각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