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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석 해양경찰청 차장 |
계절의 여왕인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지고 철쭉이 지천에 만개하면서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좋은 계절의 기운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들과 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봄을 맞아 바닷속 생물들도 육지만큼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양새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족자원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꽃게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봄이 되면 깊은 바다에 있던 꽃게가 서해 앞바다로 돌아온다. 봄 꽃게는 속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 차 어민들은 내심 ‘꽃게 풍어’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바닷속에서 꽃게들이 활발하게 헤엄을 치는 이 맘 때만 되면 우리나라 바다 위에서는 이를 탐내는 불법조업 외국어선이 활개를 친다. 해양경찰의 신경이 한껏 곤두설 수밖에 없다. 웃음꽃 가득한 상춘객들이 북적이는 육지와는 극명하게 다르다.
필자는 이맘 때 바다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과 전쟁을 치루는 해양경찰 이야기를 잠깐 꺼내볼까 한다. 해양경찰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발생 시 미흡한 대처와 구조 실패로 조직 해체라는 뼈아픈 아픔을 겪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해체 이후 외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극심해지면서 어민들은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 할 정도로 분노가 폭발하였고, 중국어선이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달아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직 해체라는 시련 속에서 해양경찰은 가슴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으나 바다가족과 수산자원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뼈를 깎는 다짐과 노력의 시간을 통해 ‘불법조업 저승사자’로 거듭난 것이다.
공용화기를 사용하고 서해5도특별경비단 창설을 통해 불법조업 외국어선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한 결과 우리 바다를 넘보던 그 어선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자 ‘꽃게 풍년’을 기다리던 어민들의 얼굴에 육지의 상춘객만큼이나 밝은 미소가 번졌다.
숫자가 바로 해양경찰의 노력을 방증한다. 외국어선의 무허가, 영해침범 등 중대위반 사례가 2016년 21%에서 2017년 16%로 감소했고, 2017년 연평도 꽃게 총 어획량은 154만 6196㎏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136만 4825㎏)가 증가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강력한 단속으로 꽃게어장을 지켜준 해양경찰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해양경찰은 국민의 열망에 힘입어 재탄생했다. 해양경찰이 달라졌다는 새로운 평가와 함께 말이다. 해양경찰에 등을 돌렸던 국민들이 다시 해양경찰을 선택해준 것이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강조해온 새 정부 출범 1년, 바다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우리 해양경찰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어려운 형편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기대하면서 올해도 황사처럼 나타나는 불청객 불법조업 외국어선을 막아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꽃게 풍년’을 기다리는 어민들에게 만화방창(萬化方暢) 호시절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곧 해양경찰을 다시 선택한 국민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해양경찰은 오늘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바다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