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안
내년 예산, 확장적 재정운용이 필요한 이유
2019.09.04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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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최근 세계경제 둔화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GDP 대비 세계교역량 비율은 계속 증가 추세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한국 수출은 2011년 이후 사실상 거의 정체 상태며 2017~2018년 수출 증가는 반도체 특수에 의한 예외 국면이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경제도발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는 투자 촉진 조세 감면도 확대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커 기업 투자 증가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경기 하강으로 가계소득 증가, 가계소비 증가라는 소득주도성장 선순환 효과도 그만큼 약화 된다.
수출 감소를 상쇄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가장 확실한 방안은 정부 지출로 직접 내수를 창출하는 확장재정정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통해 저금리·저물가에선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불황을 타개하는 효과가 더 강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각국 정부들은 재정정책을 경기대응 거시경제 정책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전년 본예산 대비 9.3%, 추경포함 예산 대비 8% 증가한 총지출 513조 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2020년 확장적 예산안 목표는 내수 확대와 성장잠재력 강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확장적 예산안 편성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비율은 다소 악화되지만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불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성장률 저하로 재정 수입이 감소하고 실업과 빈곤 문제 확대로 사회복지 재정 지출이 증가해 재정건전성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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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확장적·적극적 재정운영 기조를 강화한 513조 5천억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거시경제학자들은 불황을 방치하면 실업 장기화로 인적 자본 손실이 발생하고 기업가의 투자 의욕 감퇴로 실제 투자율이 하락하면서 공급능력과 잠재성장률이 저하되는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에 불황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은 2019년 예산을 슈퍼예산, 2020년 예산안을 초슈퍼예산이라고 부른다. 총지출 470조원 규모의 2019년 예산은 전년 본예산 대비 9.5%, 추경 포함 예산 대비 8.6% 증가했다. 9.5% 증가율은 그 이전 예산 증가율에 비해 큰 폭의 증가이기에 슈퍼예산이라고 부를 만 했다. 그러나 2020년 예산안 증가율이 2019년 예산 증가율보다도 낮은데도 불구하고 단지 총액이 500조원 규모를 돌파했다는 이유로 초슈퍼예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2019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2.7%였다. 지금 한국은행은 2019년 성장률을 2.2% 정도로 보고 있다. 전년대비 9.5% 증가한 2019년 슈퍼예산이 현재의 경기하강을 대응하기 역부족이란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년대비 9.3% 증가한 2020년 예산안이 현재의 불황을 타개할 정도의 충분한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 적극적 경기대응을 하려면 9.3%보다 더 큰 예산안 편성이 필요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건전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 정도 수준의 예산안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에도 추경을 또 편성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예산안은 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 등 성장률을 높이는 경기대응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SOC 예산이 2018~19년 예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경제가 나빠지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 서민이 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일자리 등 보건·복지·노동 예산도 2019년과 비슷하게 큰 폭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는 철저한 예산 심사를 통해 성과가 낮은 비효율적 예산사업들을 걸러내야 하지만, 적극적 경기대응을 하려면 충분한 규모의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하여 예산안 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