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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공원 반환부지 중 일부가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돼 국민에게 개방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시 집무실 주변에 국민 공원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미래의 주역이 어린이라는 의미로 공원의 이름을 정하게 되었고, 어린이날과 취임 1주년을 맞아 임시 개방하게 되었다. 마침 어린이날 연휴가 있는 시기라 아이와 함께 방문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았다.
용산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문득 대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여기서 일했던 친구가 있어 요 앞까지 몇 번 와봤던 기억이 났던 것. 그 시절에는 출입증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던 곳인데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싶다. 약 120년 만에 개방되었다는 사실, 20대에는 미처 와보지 못한 곳에 40대가 되어 온 가족이 방문하게 되어 의미 있는 일이었달까.
임시 개방한 용산어린이정원의 주요 시설은 총 16곳으로 나뉜다. 운영시간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다. 사전 예약과 현장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주차가 불가해 대중교통으로 방문했으며, 만 12세 이하 어린이 축구장과 야구장 사용은 홈페이지(https://yongsanparkstory.kr/)를 통해 가능하다.
어린이정원으로 향하는 길, 제일 먼저 홍보관을 지나가게 된다. 주한미군 용산기지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옛날 지도를 보면서 오늘날 용산기지가 어떻게 변했는지 대한민국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도 확인하는 시간. 사진과 영상으로 이곳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어린이정원에 바라는 점을 적는 코너와 경청 우체통이 있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소통공간의 면모도 엿보았다.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건 역시 스탬프 투어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곳은 홍보관, 용산서가, 이벤트 하우스, 기록관, 전망 언덕 등 곳곳에 퍼져있다. 도장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정원 한 바퀴를 다 둘러보게 된 것. 와보기 전에는 그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공원을 조성한 줄만 알았는데 전시관, 박물관, 도서관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머물기 좋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도서관과 어른 도서관으로 나누어진 ‘용산서가’는 온 가족이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다. 다양한 종류의 책이 고루 있어 읽을거리가 많다. 플라타너스 나무가 드리워진 상쾌한 산책로를 지나면 ‘전시관’이다. 지금 만날 수 있는 기획전시는 ‘온화(溫火, Gentle Light)’, 집이라는 공간의 따스한 온기를 구현한 설치예술 작품이다. 이제껏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을 따스한 불빛으로 밝힌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용산어린이정원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다. 문화가 있는 ‘이음마당’에서는 가족사진을 무료로 인화해 주는 서비스와 페이스 페인팅, 풍선쇼와 마술쇼가 펼쳐졌다. 화분 심기 행사가 있어 운 좋게 참여해 반려식물도 하나 들여왔다. 그동안 구입한 적은 있지만 다 같이 심어보는 건 처음 있는 일. 화분에 그림을 그리고 분갈이도 하며, 우리 가족의 웃음꽃이 피어나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이벤트 하우스’를 지나면 탁 트인 ‘잔디마당’이 펼쳐진다. 폭신한 잔디밭 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은 풍경화같고 들려오는 라이브 연주는 영화같다. 이곳에서는 평일 1회, 주말 2회, 버스킹 공연이 열려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로수길을 지나 하늘바라기길 따라 가볍게 걷다 보니 들꽃 산책로가 등장! 전망 언덕까지 봄바람이 살랑인다.
어느 사이 국립중앙박물관 옆 어린이 축구장에 도착했다. 2023 전국 유소년배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역시 가족의 뜨거운 응원을 만날 수 있었다. 어딜 가든 어린이가 가득한 용산어린이정원의 모습이다. 공원에는 반려동물도 입장할 수 있어 가족의 공간, 소통의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과거 거주했던 미군 가족의 일상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기록관 1’에서는 1967년 9월부터 1970년 6월까지 거주했던 다섯 식구의 생활을 재구성하였다.
‘기록관 2’에서는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미8군 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종종 등장했던 소재인데 기록으로 만나본 그 시절 음악 이야기는 1950년대 유행했던 음악은 물론 그 시절의 문화까지도 엿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같은 장소였다.
잔디마당에서는 대통령실 건물이 한눈에 보인다. 아이에게 알려주니 깜짝 놀라는 눈치! 대통령실 앞마당에 있는 공원이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새롭게 문을 열게 되었고, 공원을 정식으로 조성하기 전에 임시 개방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역사를 기억하는 과거를 만나는 동안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소중한 공간에서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미래를 밝혀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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