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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200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시아 평화와 한반도의 역할’을 주제로 한 한겨레-부산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2007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시간에 늦지 않게 밀고 가기 위해서는 정상들의 선언으로 결정적인 이정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이 문제를 풀어가는 실무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며 “그래야 가다가 어려운 일에 부닥치더라도 좌절하는 일 없이 결론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후에 선언을 하는 것은 그저 축배를 드는 것 이상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핵폐기와 평화협정 체결할 시간 충분치 않다”
아울러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의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그리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이라며 “그래서 그 체결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많은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면 시간이 또 더 늦어질 것이다.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사정에 비하면 부시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두고 그것은 평화협정의 끝에 하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협정 이전에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다”며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을 위한 정상선언이라면 그 취지가 맞다면 명칭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통일비용과 관련해선 “저는 한반도에는 통일비용이 없다, 이렇게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북한이 붕괴하지 않으면 독일식 통일은 없는 것이고, 통일비용이라는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오랜 시간을 두고, 북한 경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정부지원과 민간투자를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위험의 땅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페기와 평화체제 동시 진행 후 종착점에서 만나야”
노 대통령은 북핵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의 선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쪽은 ‘선 평화체제, 후 핵폐기’를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선 핵폐기, 후 평화체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노 대통령은 “두 가지 모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그리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이어서 어느 한쪽을 먼저 완전히 끝내고 다른 한쪽을 시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치로 보아서도 북핵 문제는 정전체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는 따로 갈 수가 없는 것”이라며 “두 가지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종착점에서 만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순서를 가지고 싸우다가 대화를 깨버려서는 안된다”며 “북한의 핵 포기 의사는 확실하다. 북한을 응징하거나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의한 해결은 가능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는 허남식 부산시장과 한겨레신문 및 한겨레통일문화재단 관계자, 학계·언론계 인사, 외국 전문가, 기타 부산지역 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와 공동행사로 제1회 행사를 개최한 후 회의의 성과를 발전시키고 정례화하기 위해 한겨레신문사와 부산시가 매년 11월 ‘동아시아 평화’를 모토로 열고 있는 국제심포지엄이다. 3회째를 맞은 올해 국제심포지엄의 주제는 ‘2007 남북정상회담 이후 동북아시아 평화와 한반도의 역할’이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 전문이다.
■ 노무현 대통령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기조연설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을 매우 뜻깊은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오신 학자 그리고 전문가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저를 초청해주신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시 관계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와서 토지공사 사장님, 철도공사 사장님을 만나서 언뜻 이 분들이 여기 뭐하러 오셨냐 이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미처 생각이 안나서 ‘여기 뭐하러 왔어요?’ 이렇게 질문을 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지금 그러니까 남북협력의 맨 선봉에 서 있는 두 업체인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서 각별히 아마 초청을 하고 또 후원도 요청했지 싶습니다만, 아주 뜻 깊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심포지엄 주제 그대로는 준비를 못하고 대체로 비슷한 주제로 준비를 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는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핵심적인 국정목표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한반도가 아니고 동북아시아 평화냐? 이런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은 냉전체제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냉전체제는 해체되었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냉전체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동북아의 냉전체제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동북아의 냉전구도가 보다 뿌리가 깊은 동북아의 대결구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동북아시아의 대결구도는 냉전체제보다 그 역사가 오래된 것입니다. 400년 전 임진왜란 이래 동북아시아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은 지속적인 대립과 충돌을 반복해 왔습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그때부터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갈등과 대립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동북아 대결구도의 일부이고, 또한 그것에 의해서 규정받아 왔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동북아에 남아 있는 역사적, 이념적 갈등이 해소되고 새로운 협력의 질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북아 평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왜 동아시아가 아니고 동북아인가 이 점도 의문입니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협력질서를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잘 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동북아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직도 대결의 질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역량을 가진 동북아시아 3국이 화해와 협력의 질서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기 전에는 아세안에서 한·중·일 간의 각축은 심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동아시아 전체의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공동체를 전제하지 않고 동아시아 공동체를 말하는 것은 좀 공허하다 싶습니다.
따라서 동아시아공동체가 성공하려면 동북아시아공동체가 먼저 성공하거나, 적어도 병행해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동아시아 전체의 번영과 결속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저는 동북아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반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거꾸로 말씀드리면, 한반도 문제가 풀려야 동북아 문제도 풀릴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대립과 긴장은 동북아 정세에 여러 가지 대립과 긴장의 요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 미사일 문제,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체제 등이 한반도의 대결상태에서 비롯되었거나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에 냉전체제가 계속되는 한 동북아시아의 대립과 긴장은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문제는 핵문제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해결이 될 것입니다.
지금 북핵 문제는 본격적인 대화의 국면에 들어와 있습니다만, 지금도 대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깨져라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옳지 않습니다. 대화가 아닌 압력수단으로는 북핵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북한체제가 위협을 느꼈을 때 핵을 손에 잡았습니다. 안전보장과 관계정상화를 약속받았을 때 핵 포기를 약속했습니다. 약속의 이행에 대한 불안이 생겼을 때 다시 핵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압력이 가중되었을 때 마침내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체제가 불안하거나 압력이 높을수록 사태는 더욱 더 악화되어온 것이 과거의 경험입니다.
결국 대화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지난날 무력행사의 가능성을 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것은 진심은 아닐 것입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말하는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근거 없는 기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전쟁 이상의 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재앙은 1차적으로 아니, 고스란히 우리 한국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정말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만, 아직도 대화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언론에는 북한에 대하여 뚜렷한 근거도 없이 여러 가지 의혹과 불신을 제기하는 보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한 번 되짚어 본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핵 포기와 안전보장, 관계정상화라는 큰 틀에는 이미 합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이행절차에 관해서도 합의를 하고 이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 문제가 있고 그 이행의 순서에 관해서는 서로 이견이 남아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이 할 일을 먼저 약속하고 이행하라는 것입니다. 서로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쪽이 먼저 약속하고 이행을 해버렸는데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곤란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나는 쌍방이 실제 이상으로 상대방을 불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쌍방 간 불신이 너무 깊어서 어느 쪽도 설득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지난 4, 5년 내내 이것이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다만, 나는 이 점에 관해서, 쌍방의 처지가 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일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은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수단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북한은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거나 새로운 압력수단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 핵의 완전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절차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쪽은 ‘선 평화체제, 후 핵폐기’를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선 핵폐기, 후 평화체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문제를 풀기가 정말 어려울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그리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이어서 어느 한쪽을 먼저 완전히 끝내고 다른 한쪽을 시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치로 보아서도 북핵 문제는 정전체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는 따로 갈 수가 없는 것 입니다.
두 가지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종착점에서 만나면 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순서를 가지고 싸우다가 대화를 깨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대화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의 핵 포기 의사는 확실합니다. 북한을 응징하거나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의한 해결은 가능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의 남북관계 진전이나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잘 소개됐습니다. 다시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라, 즉각 강경한 대응을 하라, 압력을 행사하라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상호의존성이 높아질수록 평화에 대한 지렛대가 커지는 반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잘못됐을 때 북한에 가 있는 사람과 물자가 볼모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화의 지렛대와 인질이라는 상반된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이러한 양면성을 고려하면서도 교류협력을 중단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는, 북한은 체제의 안전과 관계정상화가 보장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확신과 남북문제는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문제해결의 결정적인 열쇠입니다.
나는 남북대화가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6자회담이 남북대화를 진전시키는 선순환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 중의 하나가 4자 정상선언입니다. 4자 정상선언을 하자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형성을 보다 확실한 흐름으로 굳혀서 북한이 조속히 핵 폐기를 이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의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그리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그 체결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많은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시간이 또 더 늦어질 것입니다.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에 비하면 부시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시간에 늦지 않게 밀고 가기 위해서는 정상들의 선언으로 결정적인 이정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 문제를 풀어가는 실무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가다가 어려운 일에 부닥치더라도 좌절하는 일 없이 결론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후에 선언을 하는 것은 그저 축배를 드는 것 이상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두고 그것은 평화협정의 끝에 하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협정 이전에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을 위한 정상선언이라면 그 취지가 맞다면 명칭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통일비용에 관해서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국가와 국가경제 신인도에 따라서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통일비용이라는 주장은 독일 통일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반도에는 통일비용이 없다, 이렇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통일의 과정이 독일과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흡수통일을 바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북한이 붕괴하지 않으면 독일식 통일은 없는 것이고, 통일비용이라는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두고, 북한 경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정부지원과 민간투자를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위험의 땅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
정부지원은 일방적인 비용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멀리 보면 국내의 인프라 투자와 마찬가지로 남북 경제 모두의 발전에 기여하고 마침내 이익으로 회수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영국 회사가 북한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한국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이제, 서두에 말씀드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말씀드릴 차례입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유럽 통합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도 EU와 같은 평화와 공존의 질서가 실현되기를 꿈꿔 왔습니다. 그래야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동북아시대 구상은 북핵 문제에 발목이 잡혀서 큰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정을 동북아시대로 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무진 노력해 왔습니다.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형성을 위한 조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동북아 구상이 9·19선언에 담겨 있습니다. 제대로만 실현된다면 동북아에서 60년 만에 냉전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화질서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 이후에도 북핵 문제를 풀어낸 역량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안보협력체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안보문제만이 아니라 역내 저개발 지역의 발전과 물류, 에너지, 금융, 통상 등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동북아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가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동북아시아만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역주의를 추구하자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개방적 지역주의를 통해서 동북아의 통합이 동아시아의 통합, 나아가 더 큰 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역사는 평화와 공존, 통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끝내 세계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역사의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EU는 인류사회가 추구해야 할 질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와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있어서 상호 교류와 협력, 상호 의존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통합의 질서로 이미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로를 경계하며 군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역사인식에 있어서 국수주의적 경향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서로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된 것일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경계심이 위협에 대한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날의 역사만 보면 또다시 침략하고, 점령하고, 지배하는 역사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이상 더 점령과 지배가 가능하지 않은 시대로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점령이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배는 더더욱 불가능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이 누구의 지배도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신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대국답게, 그리고 일본은 세계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나라로서, 이제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합니다. 동북아의 대결구도를 해소하고 평화를 이끌어나갈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불안과 경계의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 가슴 속에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저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야말로 역내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할 공동의 미래라고 확신합니다.
미국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당사자입니다. 특히 동북아 지역의 평화구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앞으로 6자회담이 성공하면 미국은 동북아시아를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한반도는 동북아의 요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수많은 침략을 겪어야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동북아시아는 평화는 유지되었고, 그렇지 못했을 때 동북아의 평화는 깨졌습니다.
이제 한국은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를 여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준비와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유사 이래 단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일이 없는 평화세력입니다. 이 지역의 갈등과 불신을 풀 수 있는 도덕적 명분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이 동북아의 화해와 협력을 이루는 촉진자가 되고, 한반도가 평화의 발원지가 될 때 동북아시아는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역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북핵 문제 때문에 동북아시대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또한 핵 문제로 인해서 9·19 공동성명이 이루어졌고, 우리는 그 안에 동북아 안보 협력에 관한 실마리를 담아두었습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준 기회를 살려 나갑시다. 그래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갑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을 매우 뜻깊은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오신 학자 그리고 전문가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저를 초청해주신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시 관계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와서 토지공사 사장님, 철도공사 사장님을 만나서 언뜻 이 분들이 여기 뭐하러 오셨냐 이렇게 생각해 봤습니다. 미처 생각이 안나서 ‘여기 뭐하러 왔어요?’ 이렇게 질문을 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지금 그러니까 남북협력의 맨 선봉에 서 있는 두 업체인 것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서 각별히 아마 초청을 하고 또 후원도 요청했지 싶습니다만, 아주 뜻 깊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심포지엄 주제 그대로는 준비를 못하고 대체로 비슷한 주제로 준비를 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는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핵심적인 국정목표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한반도가 아니고 동북아시아 평화냐? 이런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은 냉전체제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냉전체제는 해체되었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냉전체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동북아의 냉전체제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동북아의 냉전구도가 보다 뿌리가 깊은 동북아의 대결구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동북아시아의 대결구도는 냉전체제보다 그 역사가 오래된 것입니다. 400년 전 임진왜란 이래 동북아시아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은 지속적인 대립과 충돌을 반복해 왔습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반도의 분단은 그때부터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갈등과 대립은 한반도만의 문제 아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갈등과 대립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동북아 대결구도의 일부이고, 또한 그것에 의해서 규정받아 왔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동북아에 남아 있는 역사적, 이념적 갈등이 해소되고 새로운 협력의 질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북아 평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왜 동아시아가 아니고 동북아인가 이 점도 의문입니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협력질서를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잘 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동북아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직도 대결의 질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역량을 가진 동북아시아 3국이 화해와 협력의 질서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기 전에는 아세안에서 한·중·일 간의 각축은 심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동아시아 전체의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공동체를 전제하지 않고 동아시아 공동체를 말하는 것은 좀 공허하다 싶습니다.
따라서 동아시아공동체가 성공하려면 동북아시아공동체가 먼저 성공하거나, 적어도 병행해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동아시아 전체의 번영과 결속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저는 동북아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반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거꾸로 말씀드리면, 한반도 문제가 풀려야 동북아 문제도 풀릴 수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이 평화번영의 동북아 시대 여는 첫 걸음”
한반도에서의 대립과 긴장은 동북아 정세에 여러 가지 대립과 긴장의 요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 미사일 문제, 주한미군, 미사일 방어체제 등이 한반도의 대결상태에서 비롯되었거나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에 냉전체제가 계속되는 한 동북아시아의 대립과 긴장은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문제는 핵문제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해결이 될 것입니다.
지금 북핵 문제는 본격적인 대화의 국면에 들어와 있습니다만, 지금도 대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깨져라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옳지 않습니다. 대화가 아닌 압력수단으로는 북핵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북한체제가 위협을 느꼈을 때 핵을 손에 잡았습니다. 안전보장과 관계정상화를 약속받았을 때 핵 포기를 약속했습니다. 약속의 이행에 대한 불안이 생겼을 때 다시 핵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압력이 가중되었을 때 마침내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체제가 불안하거나 압력이 높을수록 사태는 더욱 더 악화되어온 것이 과거의 경험입니다.
결국 대화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지난날 무력행사의 가능성을 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것은 진심은 아닐 것입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말하는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근거 없는 기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전쟁 이상의 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재앙은 1차적으로 아니, 고스란히 우리 한국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정말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붕괴는 재앙이며 고스란히 한국의 부담될 것”
다행히 지금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습니다만, 아직도 대화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언론에는 북한에 대하여 뚜렷한 근거도 없이 여러 가지 의혹과 불신을 제기하는 보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한 번 되짚어 본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핵 포기와 안전보장, 관계정상화라는 큰 틀에는 이미 합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이행절차에 관해서도 합의를 하고 이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 문제가 있고 그 이행의 순서에 관해서는 서로 이견이 남아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이 할 일을 먼저 약속하고 이행하라는 것입니다. 서로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쪽이 먼저 약속하고 이행을 해버렸는데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곤란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나는 쌍방이 실제 이상으로 상대방을 불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쌍방 간 불신이 너무 깊어서 어느 쪽도 설득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지난 4, 5년 내내 이것이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다만, 나는 이 점에 관해서, 쌍방의 처지가 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일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은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수단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북한은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돌리거나 새로운 압력수단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 핵의 완전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절차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쪽은 ‘선 평화체제, 후 핵폐기’를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선 핵폐기, 후 평화체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문제를 풀기가 정말 어려울 것입니다.
“핵폐기와 평화체제 동시에 진행돼야”
두 가지 모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그리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이어서 어느 한쪽을 먼저 완전히 끝내고 다른 한쪽을 시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치로 보아서도 북핵 문제는 정전체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는 따로 갈 수가 없는 것 입니다.
두 가지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종착점에서 만나면 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순서를 가지고 싸우다가 대화를 깨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대화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의 핵 포기 의사는 확실합니다. 북한을 응징하거나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의한 해결은 가능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의 남북관계 진전이나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잘 소개됐습니다. 다시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라, 즉각 강경한 대응을 하라, 압력을 행사하라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은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상호의존성이 높아질수록 평화에 대한 지렛대가 커지는 반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잘못됐을 때 북한에 가 있는 사람과 물자가 볼모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화의 지렛대와 인질이라는 상반된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하지 않은 이유들
참여정부가 이러한 양면성을 고려하면서도 교류협력을 중단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는, 북한은 체제의 안전과 관계정상화가 보장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확신과 남북문제는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인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문제해결의 결정적인 열쇠입니다.
나는 남북대화가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6자회담이 남북대화를 진전시키는 선순환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 중의 하나가 4자 정상선언입니다. 4자 정상선언을 하자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형성을 보다 확실한 흐름으로 굳혀서 북한이 조속히 핵 폐기를 이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의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그리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그 체결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많은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시간이 또 더 늦어질 것입니다.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정에 비하면 부시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시간에 늦지 않게 밀고 가기 위해서는 정상들의 선언으로 결정적인 이정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 문제를 풀어가는 실무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가다가 어려운 일에 부닥치더라도 좌절하는 일 없이 결론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후에 선언을 하는 것은 그저 축배를 드는 것 이상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한반도 평화 취지 맞으면 4자 정상선언 명칭 문제 안돼”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두고 그것은 평화협정의 끝에 하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협정 이전에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을 위한 정상선언이라면 그 취지가 맞다면 명칭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통일비용에 관해서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국가와 국가경제 신인도에 따라서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통일비용이라는 주장은 독일 통일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반도에는 통일비용이 없다, 이렇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통일의 과정이 독일과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흡수통일을 바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북한이 붕괴하지 않으면 독일식 통일은 없는 것이고, 통일비용이라는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두고, 북한 경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정부지원과 민간투자를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위험의 땅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
정부지원은 일방적인 비용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멀리 보면 국내의 인프라 투자와 마찬가지로 남북 경제 모두의 발전에 기여하고 마침내 이익으로 회수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영국 회사가 북한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한국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이제, 서두에 말씀드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말씀드릴 차례입니다.
“EU와 같은 평화공존 질서 실현돼야 한반도 진정한 평화”
저는 오래 전부터, 유럽 통합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도 EU와 같은 평화와 공존의 질서가 실현되기를 꿈꿔 왔습니다. 그래야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동북아시대 구상은 북핵 문제에 발목이 잡혀서 큰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정을 동북아시대로 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무진 노력해 왔습니다.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형성을 위한 조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동북아 구상이 9·19선언에 담겨 있습니다. 제대로만 실현된다면 동북아에서 60년 만에 냉전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화질서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 이후에도 북핵 문제를 풀어낸 역량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안보협력체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안보문제만이 아니라 역내 저개발 지역의 발전과 물류, 에너지, 금융, 통상 등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동북아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가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동북아시아만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역주의를 추구하자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개방적 지역주의를 통해서 동북아의 통합이 동아시아의 통합, 나아가 더 큰 통합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역사는 평화와 공존, 통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끝내 세계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역사의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EU는 인류사회가 추구해야 할 질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와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있어서 상호 교류와 협력, 상호 의존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통합의 질서로 이미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로를 경계하며 군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역사인식에 있어서 국수주의적 경향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서로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된 것일 것입니다.
“한·중·일 간 경계심 위협에 대한 착오에서 비롯”
저는 이러한 경계심이 위협에 대한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날의 역사만 보면 또다시 침략하고, 점령하고, 지배하는 역사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이상 더 점령과 지배가 가능하지 않은 시대로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점령이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배는 더더욱 불가능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이 누구의 지배도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신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대국답게, 그리고 일본은 세계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나라로서, 이제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합니다. 동북아의 대결구도를 해소하고 평화를 이끌어나갈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불안과 경계의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 가슴 속에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저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야말로 역내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할 공동의 미래라고 확신합니다.
미국 또한 동북아시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당사자입니다. 특히 동북아 지역의 평화구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앞으로 6자회담이 성공하면 미국은 동북아시아를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한반도는 동북아의 요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수많은 침략을 겪어야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동북아시아는 평화는 유지되었고, 그렇지 못했을 때 동북아의 평화는 깨졌습니다.
“평화세력 한국이 동북아 화해협력 촉진자돼야”
이제 한국은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를 여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준비와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유사 이래 단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일이 없는 평화세력입니다. 이 지역의 갈등과 불신을 풀 수 있는 도덕적 명분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이 동북아의 화해와 협력을 이루는 촉진자가 되고, 한반도가 평화의 발원지가 될 때 동북아시아는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것입니다.
참석자 여러분,
역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북핵 문제 때문에 동북아시대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또한 핵 문제로 인해서 9·19 공동성명이 이루어졌고, 우리는 그 안에 동북아 안보 협력에 관한 실마리를 담아두었습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준 기회를 살려 나갑시다. 그래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갑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7년 11월 13일
정책브리핑 공공누리 담당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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