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4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이 오랜만에 떠들썩하다. “국방부 의장대의 퍼레이드가 시작됩니다. 힘찬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진행 요원들의 유창한 영어, 중국어 안내 방송이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는 국방부 의장대와 군악대 대원들의 정례 의장 및 군악 행사가 열린다. 보무도 당당한 퍼레이드와 양악 공연, 전통 의장대 시범, 여군 의장대의 공연, 국악 공연, 3군 의장대 시범 등 다채로운 내용이 관람객들의 흥을 돋운다.
특히 인기 있는 것은 국방부 전통 의장대의 십팔기 시범과 여군 의장대의 공연. 십팔기는 조선 정조 14년에 편찬한 종합 무예 군사교범인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조선의 국기(國技)를 말한다. 철저하게 고증을 거친 조선시대 군복에 현대적 이미지와 활동성을 가미해 만든 의상을 입은 대원들은 “찔러!” “세워!” 기합 소리와 함께 월도를 휘두르고, 창을 찌른다. 5분여의 짧은 시범이지만, 선인들의 무예와 멋을 현대적으로 계승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여군 의장대는 목총과 깃발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기술을 선보이며 관람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세계 유일’의 여군 의장대는 지(智) 덕(德) 미(美)를 갖춘 소수정예로, 부사관급 이상에서 선발된다고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압권은 3군 의장대의 통합 시범. 육군, 해군 및 해병대, 공군 의장대로 구성된 3군 의장대는 9개의 다양한 대형과 개인별 동작을 한 치의 실수 없이 일사불란하게 보여준다. 특히 순차적으로 총을 하늘로 높이 던졌다가 받는 ‘던져총’ 동작은 관람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끌어낸다.
1시간여의 행사가 끝나면 의장대원들의 ‘진짜 서비스’가 시작된다. 바로 관람객들과의 기념 촬영. 특히 이 서비스는 나들이를 온 가족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다. 특히 이날의 ‘스타’는 6명의 마스코트들이었다. 호국이(육군), 돌고래(해군), 독수리(공군), 진돗개(해병대), 빨간 베레모를 쓴 여자(여군 의장대), 전통 의상을 입은 남자(전통 의장대) 등으로 구성된 6명의 마스코트들 옆에는 아이들과 학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총 2백22명의 의장대원들이 참여하는 이 행사는 4월부터 6월 27일까지(상반기), 10월 3일부터 11월 28일까지(하반기) 매주 토요일 오전에 선보인다. 국민들에게는 청와대를 좀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하고,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군의 우수성과 전통문화를 선보이는 행사다. 여기에 참여하는 대원들은 국방부 의장대원과 군악대원들로, 모두 정예 장병이다. 각 군에서 선발된 장병들은 3주 동안 의장병집체교육을 통해 의장대원 자격을 심사받는다.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훈련은 고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훈련 중에는 간혹 사고가 나기도 한다. 공군 의장대 소속의 한 대원은 “총을 돌리는 훈련을 할 때 자칫하다간 머리 오른쪽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라며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행사에 나와 국민들이 흥겨워하는 것을 보면 힘든 걸 잊게 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걱정되는 건 곧 다가올 더위다. 한여름엔 행사를 하지 않는다 해도 장시간 뙤약볕 속의 공연은 자칫 일사병을 부를 위험이 있어, 항시 의무병이 대기한다. 특히 신참들이 주로 맡게 되는 마스코트의 경우 가장 고통스럽다고.
한편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던 이날 공연에서는 유독 나이 지긋한 미국인들이 많이 보여 이채를 띠었다. 알고 보니 한국 파병 경험이 있는 퇴역 미군들로, 오랜만의 동우회를 한국에서 연 것이라고 한다.
1960년과 1974년 두 차례 한국에서 근무했다는 리처드 시너블 씨는 “몰라보게 발전한 한국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구석구석을 보고, 판문점에서 근무했던 옛 한국인 전우들도 만날 생각입니다”라며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어우러진 멋진 행사였습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또 상명대 부속 여자고등학교 ‘세상보기 반’ 학생들을 인솔해 이곳을 찾은 최홍식 교사는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는 청와대를 보고 학생들이 국가관을 새롭게 키우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꽃들이 만발한 4월,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주말엔 청와대 앞 광장을 방문하는 건 어떨까. 흥겨운 음악 속에서 의장대원들의 절도 있는 동작을 보게 되면 그곳이 우리 군의 우수성을 발견하는 산 교육장임을 알게 될 것이다.
글·정지연 기자 / 사진·지호영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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