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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김치

200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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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김치가 우아하다”라고 말하면 “무슨 이상한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장김치를 보면 김치에서도 우아한 품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김치는 무와 배추를 네모지고 도톰하게 썰어 간장에 절이고 배, 밤, 잣, 석이버섯 등에 대파, 마늘 등 양념을 넣어 국물을 넉넉하게 부은 김치로 조선시대 궁중이나 대갓집에서 만들어 먹던 것이다. 재료가 호화로와 서민적이지는 않았으나 격식을 차리는 정월 떡국상이나 잔칫상에 올렸다. 하얀 떡국이나 장떡볶이와 같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궁중음식이나 반가음식들과 함께 잘 익은 장김치는 맛과 색, 향이 조화를 이루는 별미다.

이때 사용하는 간장은 햇간장이 아닌 묵은 집진간장이다. 간장을 담가 오래 두면 독 안에서 소금 결정체가 생기고 이들 소금 덩이를 2~3년마다 독 갈이를 하면서 제거하다 보면 염도가 떨어져 안 짜면서도 맛은 달콤하고 윤기가 도는 검은빛의 집진간장이 된다. 여기에 하얀빛의 배추와 무, 배 그리고 노르스름한 밤과 잣, 표고버섯을 모양 맞추어 썰고, 연둣빛의 미나리와 파채, 붉은 고추 실채와 대추, 검은 석이채를 넣고 장김치를 담그면 투명한 까만 국물 사이에서 살짝살짝 내비치는 재료들의 오방색(五方色)과 자태가 마치 검은 비로드(Veludo) 옷을 걸치고 예쁜 스카프로 멋을 낸 여배우의 품위와 우아함을 보는 듯하다. 물론 맛도 일품이다.

오랜 가문의 종가 댁에서 100년 된, 300년 된 간장이 나오면 이 귀한 간장에 값을 매기고 종자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넘어 보는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독을 갈아주고, 장독을 여닫으며 볕을 쬐고, 정갈하게 장독대를 간수하며 지켜온 묵은 집진간장이 갖는 귀함을 우리 조상들이 식생활에서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장을 갈무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것은 생활의 여유와 정성이 아니면 매우 힘든 일로 장김치는 어느새 일반 서민의 김치가 아닌 일부 양반가와 궁가(宮家)에서나 볼 수 있게 된, 어찌 보면 특별한 고급 김치의 성격도 띠고 있다.

겨우내 상에 올라오는 김장김치의 맛에서 살짝 벗어나 명절에나 즐길 수 있는 음식들에 장김치를 통해 새로움과 별미를 더해 즐길 수 있는 지혜도 다양한 김치 문화와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힘이다. 그런 장김치에도 조리의 과학성을 응용하였으니 미나리와 설탕은 김치가 익은 후 먹기 바로 직전에 넣는 것이 좋다. 이는 국물을 맑게 하고 간장에 의한 색 변화를 막아 녹색을 잘 살려준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우리나라에 김치가 얼마나 많은가. 재료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고, 가정마다 다르니…. 모든 김치가 맛나고 특색 있고,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의 김치가 정말 그 원래의 자태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인의 음식으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제대로 된 재료와 담금, 그리고 다른 음식과의 어울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먹는 음식이 아닌,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언제 먹어야 하며, 무엇과 먹어야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와 품격이 있는 김치 문화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이 김치 종주국인 한국의 맛을 지켜나가는 진정한 김치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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