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행사장에서는 하루종일 다양한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전문 공연단이 펼치는 수준 높은 퍼포먼스는 여수엑스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 그중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더욱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틸트(Stilt, 우크라이나)팀과 컴퍼니 위드 볼스(Compagnie with balls, 독일)팀을 소개한다.
오징어, 해파리 등 바닷속 동물 복장과 장대 다리를 한 우크라이나 거리공연 팀. 관람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스틸트(Stilt)는 ‘나무로 만든 장대 다리’로, 서커스·거리극 등 다양한 공연에 활용되는 공연 도구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스틸트에 올라선 ‘키다리 공연단’이 흥겨운 음악과 함께 거리에 나타나자 관람객들은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했다. 이들과 함께 걸으며 손을 흔들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몇몇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자 단원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길게 손을 뻗어 그들의 손을 잡았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구에도 흔쾌히 응하는 등 관람객과의 소통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춘 즉석 댄스도 선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사무실에서 스틸트와 무대 의상을 벗은 단원들을 만났다. 이반, 세르게이, 데니스, 아나스타샤 등 이날 공연에 참가한 네 명의 단원은 모두 20대 초중반의 앳된 얼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의 유명 스틸트 전문 공연단 소속으로 이번 여수엑스포에는 모두 8명이 왔다고 한다.
“스틸트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아주 유명한 공연이라 전문 극장도 있어요.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인데 관객들이 정말 열정적이라 깜짝 놀랐어요. 악수하고, 같이 사진 찍고, 포즈 잡아주고, 관객들의 요청에 일일이 응해주다 보면 매번 공연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곤 하는데, 그래도 재미있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한국 관객들을 칭찬하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이들은 “여수엑스포에는 여러 가지 거리공연이 많아 다른 팀들의 무대를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9일부터 여수엑스포 거리공연에 합류한 ‘컴퍼니 위드 볼스(Compagnie with balls)’팀은 ‘묘기’에 가까운 춤으로 눈길을 끈다. 이들이 선보이는 ‘Join the parade!(함께해요, 퍼레이드!)’ 공연은 2미터 높이의 거대한 공 위에 선 발레리나와 4미터나 되는 초대형 마리오네트의 사랑 이야기로, 대사 없이 음악과 춤으로만 표현되는 비언어극이다.
2006년 처음 공연을 시작한 이래 프랑스, 스페인, 헝가리,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로, 2008년 안산 국제거리극축제와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 때 초연했다.
6월 9일부터 여수엑스포 거리공연에 합류한 독일의 ‘컴퍼니 위드 볼스’ 팀. |
공연에 참가한 두 배우는 마리올레인 와그터(45)와 피터 반 발큰후프(60). 발레리나 역을 맡은 마리올레인이 공 위에서 춤을 추고, 피터는 초대형 마리오네트의 몸짓을 조종한다. 독일의 유명 서커스 공연단 출신인 마리올레인은 2006년, 프랑스 대형인형극단에서 일했던 질 칸델라와 함께 ‘컴퍼니 위드 볼스’를 만들었다.
1년 뒤 질 칸델라가 팀을 떠났고, 그 뒤 새롭게 합류한 배우가 바로 피터. 그 역시 평생을 서커스 공연단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마리올레인과 피터는 2년째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15년간 서커스 공연단에서 일하면서 직접 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배우들을 지도하고, 공연 기획을 하기도 했어요. ‘Join the parade!’는 일반적인 공연과는 달리 서커스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 공연을 만들게 된 것이죠. 공연단에서 독립 후 처음 만든 작품이라 제게는 아주 각별하고,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행히 관객들도 즐겁게 봐주시니 기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