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한 혈액으로 유사시 군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국방부와 보건복지부·대한적십자사의 협업으로 구축된다.
이에 따라 창군 이래 인식표(군번줄)에 주로 의존해 오던 신원확인 시스템이 첨단 유전자 기반 과학적인 신원확인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됐다.
국방부는 15일 “혈액원에서 보관 중인 헌혈 혈액 검체 일부를 군 전사자 등의 신원확인용 시료로 제공하고 대신 군은 적극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는 내용의 공동협약을 16일 체결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조치로 전사 혹은 순직한 장병들의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고, 전사·순직 장병들에게 국가가 최선의 예우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은 그동안 주로 인식표를 이용한 신원확인체계를 활용해 왔지만 6·25 전사자 신원확인율이 4.4%에 불과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정확한 확인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사자 유해발굴 과정에서도 유전자 시료 채취와 유가족 확인 등 복잡한 사후 조치가 뒤따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수년간 해외파병 장병, 조종사, 잠수함 승조원, 함정 근무자 등 유사시 신원확인 필요성이 높은 장병 약 4만 명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혈액을 채취, DNA 보관카드 형태로 신원확인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전 장병으로 이를 확대하기에는 예산·인력이 걸림돌이었다. 전체 현역장병 혹은 군무원을 대상으로 신원확인 시료(DNA)를 보관할 경우 “매 10년마다 약 300억 원 이상의 예산과 혈액 시료 채취·관리인력 20여 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추산이다.
이에 국방부는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원에 보관하는 혈액 검체에 주목했다. 혈액 검체란 헌혈 때 질병 추적용으로 5cc 정도 별도 보관하는 혈액이다. 적십자사는 수혈 부작용 등을 확인할 목적으로 매년 250만 명분의 혈액 검체를 채취, 10년간 보관해 오고 있다.
국방부는 2013년 기준 군 장병의 헌혈 실적이 41만1930건에 달할 정도로 매우 많으므로 헌혈로 혈액원이 획득한 혈액 검체를 군의 신원확인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의 협조를 요청해 이번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국방부 관계관은 “처음에는 사업 필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던 유관 부처도 최근 협업을 강조하는 정부 분위기와 국방부의 합리적 설명과 설득에 공감대를 넓혔다”며 “정부 부처 간 효율적인 자원 활용에 따른 예산·인력 절감 사례이자 현 정부가 강조하는 협업과 소통의 모범적 사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