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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문패 ‘애국자의 집입니다’

조국 위한 희생 잊지 말자…울산 중구 ‘국가유공자의 집’ 명패 달기

2014.01.27 정책기자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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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애국자의 집입니다.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24일, 울산시 중구 중앙길에는 매우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울산시 중구가 6.25참전 등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유공자의 집 명패 달기’가 바로 그것. 울산시 중구는 국가유공자의 명예 선양과 애국심 고취를 위해 지난 12월부터 관내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 약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애국자의 집입니다.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명패를 제작해 부착해왔다.

6.25참전유공자 장지우(85)씨의 집 앞에 ‘국가유공자의 집’이란 명패를 달고 있다.
6.25참전유공자 장지우(85) 씨의 집 앞에 ‘국가유공자의 집’이란 명패를 달고 있다.
명패는 100×200×5㎜의 크기로 아연과 구리가 포함된 황동 재질이다.
명패는 100×200×5㎜의 크기로 아연과 구리가 포함된 황동 재질이다.
 
울산보훈회관 단체장, 국가유공자, 중구청 담당 공무원 등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진행된 ‘국가유공자의 집 명패 달기’ 행사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명패를 달기까지는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고 숙연했으며, 의미는 매우 특별했다. 

특히 자신의 집 앞에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명패를 달게 된 장지우(85) 씨는 “고맙심더. 이 명패가 있어 국가 유공자라고 알아주니 진짜 말도 못하게 고맙심더.”라며 매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5형제 모두가 6.25에 참전한 흔치 않은 경험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명패달기 행사가 끝난 후 울산 보훈회관 단체장 및 국가유공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명패달기 행사가 끝난 후 울산 보훈회관 단체장 및 국가유공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큰 형은 의가사 제대를 했고 둘째, 셋째 형은 전사하고 동생은 상의군인이고 나만 만기 제대했다. 6.25 전쟁 시에 관리체계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형제들을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데도 꽤 고생을 했다.”며 “이 명패 하나 붙인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명예를 알아주니 고맙다.”고 전했다. 

마침 이 길을 지나던 대학생 유호준(27) 씨가 명패달기 행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유 씨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국가유공자셨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셨으니까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혜택은 당연하고 좋은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유 씨는 이어 “그동안 너무 소외받은 감이 있다. 우리 세대에게 전쟁은 옛날 일 같고 오랜 전 일 같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의 연평도 폭격도 있었고 아직까지는 휴전국가로 안보교육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전쟁에 참여하신 분들에게도 젊은 세대들이 감사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5형제 모두가 6.25에 참전한 장지우씨
5형제 모두가 6.25에 참전한 장지우 씨
전쟁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젊은 세대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유호준씨
전쟁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젊은 세대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유호준 씨.
 
행사를 모두 마치고 인근 울산 중구 보훈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 6.25참전용사인 박인환(83세) 씨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듯했다. 박 씨는 60년 전의 일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인 양 생생하고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50년도에 3사단 22연대에 입대했다. 3사단은 3.8선을 제일먼저 돌파한 부대”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 씨는 “동해전선으로 이북의 흥남, 성진까지 올라갔다가 중공군이 들어오는 바람에 부산으로 후퇴했다. 부산에서 많은 병력이 잘 때가 없어서 노숙을 밥 먹듯이 하고 다시 전선을 정비해 울산을 통해 안동으로 올라갔다. 도중에 울산에서 면회가 있었지만 가족들을 면회하지 못했다.”며 숨 한 번 쉬지 않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박 씨는 “팔에 총을 맞는 부상을 당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경상이라 여겨 위생병한테 치료만 받고 총 맞은 팔로 다시 전투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53년 휴전을 며칠 앞두고 마지막 전투에서 동료들이 눈앞에서 전사하던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는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남규 사무국장, 박만동지회장, 이준택 운영위원, 이춘락부회장, 박인환고문
김남규 사무국장, 박만동 지회장, 이준택 운영위원, 이춘락 부회장, 박인환 고문.
 
1970년 월남전에 참전한 김영찬(63) 씨는 “그때는 외국을 간다는 게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 목숨이야 팔자소관에 달린 것이고 외국을 한번 가보겠다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갔다.”며 월남전 참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월남전의 경험을 듣고 싶다는 필자의 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쟁은 참혹했고 잔인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차분히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내가 속한 백마부대 전술지역 안에서는 베트콩 게릴라들과의 전투가 많았는데 양민인지 적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만큼 베트남 전체가 불안한 전선이 형성돼 있었다.”며 그날을 기억했다. 김 씨는 이어 “월남에서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나니 국가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뼈저리게 깨달았다. 전쟁터에서 하계식을 할 때 태극기를 보며 부동자세로 거수 경례를 한다. 이때 많은 전우들이 눈물을 흘렸다.”며 다시 한 번 목이 잠기는 듯 호흡을 가다듬었다.

베트남 참전 당시 찍었던 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영찬씨
베트남 참전 당시 찍었던 사진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영찬 씨.
 
그는 이어 “약 2분 정도의 시간동안 태극기를 보며 나와 전우들이 반드시 살아서 태극기의 주인 나라에 꼭 가야된다는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버텼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이 태극기를 소홀히 여기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매우 안타깝다. 대한민국이 아직은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학교에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나름대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보훈회관을 통해 군부대 위문을 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 중 군부대 위문을 통해 젊은 현역 병사를 직접 만나 전쟁 당시의 작전, 생활 등을 생생한 증언으로 들려준다고 말했다. 비록 후방에 있는 현역병들이긴 하지만 전쟁영웅들이 전하는 생생한 체험담을 매우 진지하게 듣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이고, 착실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쟁 참전용사들은 현역병들을 만나 전쟁의 참상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쟁 참전용사들은 현역병들을 만나 전쟁의 참상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울산 중구청 보훈담당자 이창은 씨는 “나도 전쟁을 모르는 세대인데 국가 유공자분들께서 문패를 보고 감격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진작 해드릴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유공자의 존재에 대해 잊고 지낼 수 있는데 이 사업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국가 유공자들의 희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주변에 계시는 분들도 국가유공자가 우리 동네에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한다.”며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전쟁에 참여했던 분들도 이제는 80을 넘긴 고령이 대부분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전쟁은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이며 국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기를 바라본다.

정책기자 정해경(프리랜서) chnag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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