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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면…

서울시, 편의점 655곳 ‘여성안심지킴이집’ 운영…112 핫라인 신고 신속 대응

2014.03.24 정책기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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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또각 또각’ 구두굽 소리가 어둠을 메우는 시간이 되면 옆에 무심히 지나가는 남자만 봐도 괜히 신경이 곤두서고, 앞서가는 여성이라도 보이면 동지를 만난 듯이 바짝 붙어서 가게 된다. 아무래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묻지마 폭행’이나 각종 성범죄들에 여성들이 쉽게 노출되니 늦은 밤길은 무섭고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김민지(28) 씨도 몇 년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 씨는 “밤길을 걸어가는데 골목길에서 갑자기 20대로 보이는 남성 한 분이 나와 말을 걸며 쫓아오는 거예요. 말이며 행동이며 ‘아차’ 싶다가는 성범죄 대상이 될 것 같아 깜깜한 골목길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서 큰 길로 나왔지요. 마침 버스가 서있기에 얼른 올라탔어요. 더 이상 그 남성분이 쫓아 오지는 않았는데 너무 놀라서 버스 안에서 울기만 했던 기억이 나요.” 라며 과거 밤길을 걷다 경험했던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어두운 밤길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 편의점을 여성안성지킴이 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두운 밤길,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는 편의점을 ‘여성안성지킴이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김 씨는 밤에 신체적 위협을 받을 때 ‘사람들이 많은, 밝은 곳’으로 피하는 것이 상책임을 특히 강조했는데, 서울 시내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밝은 곳은 아마도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아닐까 싶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등도 사람은 붐비지만 밤 12시가 지나면 운영을 거의 중단하기 때문에 위험을 피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도심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편의점의 경우 24시간 밝게 유지되고 이용객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항상 대기하기 때문에 대피하기에도 쉽다.
서울시는 이 점에 착안해 3월부터 서울시내 24시간 편의점 656곳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긴급 대피와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는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서울맵으로 쉽게 여성안심지킴이 집을 검색하여 찾을 수 있다.
‘스마트 서울맵’ 앱을 통해 여성안심지킴이집을 쉽게 검색해볼 수 있다.
 
만약 늦은 시간 술 취한 남성이 따라와 위협을 느낀다면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된 가까운 편의점으로 몸을 피하면 된다. 이들 지킴이집들은 112와의 핫라인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필요한 경우 편의점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에 설치된 비상벨과 무다이얼링(전화기를 내려놓으면 112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통해 연락하면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한다.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과의 협조를 통해 여성안심지킴이집 명단을 112, 각 지역 경찰서, 지구대와 함께 공유하고 있으며, 신고 및 출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또 정기적인 순찰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편의점의 점주나 아르바이트생들이 항시 카운터에 대기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 대비해 호주머니에 휴대했다가 즉시 신고할 수 있는 ‘무선비상벨’도 희망하는 점포에 지원한다.

편의점 직원들에게 안내 책자와 함께 담당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대처요령등을 안내를 해주어 직원들이 안심지킴이집 운영에 대해 잘 인지를 하고 있다.
편의점 직원들에게 배포된 ‘여성안심지킴이집’ 안내책자. 실제로 직원들 몇몇에게 물어보니 여성안심지킴이집 운영에 대해 비교적 잘 인지하고 있었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은 편의점이 24시간 항시 운영되고, 24시간 촬영 가능한 CCTV가 구축돼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늦은 시간 낮선 사람이 따라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나 집으로 대피할 경우 사는 곳의 위치를 노출시킬 위험이 있을 때 인근 편의점으로 긴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이번에 선정된 편의점 656곳은 서울시내 5,709개 편의점(2013년 11월 30일 기준) 중 자발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편의점들을 대상으로 유흥가나 인적이 드문 지역을 우선 선정했다. 실제로 역이나 유흥가 주변의 편의점에는 술 취한 남성들이 따라와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도 서울시 성범죄 현황을 살펴보면, 강간·강제추행 발생 지역은 노상(14.3%), 주거지(13.3%),숙박업소·지하철(각9%) 순으로 노상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 가장 많았다.

여성안심지킴이집 간판 모형과 안내 책자의 모습(출처=서울시)
여성안심지킴이집 간판 모형과 안내책자의 모습.(출처=서울시)
 
여성안심지킴이집은 편의점 출입문 우측 상단에 부착된 여성안심지킴이집 간판을 통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스마트 서울맵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거나 각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자기 주변의 여성안심지킴이집 지정 편의점의 위치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다. 필자가 직접 독산동과 가산동, 신림동, 강남 일대의 편의점 지정 현황을 살펴본 결과, 아직 제도 도입 전 단계인 만큼 ‘스마트 서울맵’과 실제 현판을 부착한 편의점 간에 약간의 오차가 있기는 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담당관 김지현 담당자는 “3월에는 화이트데이와 같이 편의점 자체적으로 행사가 많아 현판과 비상벨을 설치하는 데 다소 지연이 있긴 했지만 현장 추진단이 현재 편의점을 직접 방문해 현판 설치와 비상벨 설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번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여성안심지킴이집이 점차 정착해나가 여성 귀가길 안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안심지킴이의 노란 간판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 위협 시 들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이라는 노란 간판이 설치돼 있는 경우 위협을 받을 때 들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강남 역삼예성점 미니스톱 편의점 직원 이석주 씨는 “서울시 담당자들이 나와 직원들이 항상 휴대할 수 있도록 ‘여성안심지킴이집 업무 핸드북’을 나줘주고, 몇 가지 주의점과 대처 요령 등을 친절히 설명해줬다.”며 “여성안심지킴이집에 대한 편의점 직원들의 인지도 역시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안심지킴이집에는 성폭력 관련 정보, 서울시 여성안전정책을 담은 리플릿을 비치해 여성들의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여성안심지킴이집 설치와 함께 지속적인 운영·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자치구와 함께 반기별로 직접 현장 점검을 실시해 철저히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 깜깜한 밤 거리에 편의점만이 운영되고 있어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다 .
밤 12시가 넘은 시간, 어두운 밤거리에 편의점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위촉돼 지킴이로 활동 중인 CU 종로시사점의 김진호 점주는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우리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대림동에 거주하는 이하영(30) 씨는 “여성 혼자서 다니다보면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편의점에 부담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인 것 같다.”며 “다만, 아무래도 공포를 느끼는 구간이 인적이 드문, 좁고 깜깜한 골목길인 만큼 여성안심지킴이집이 좁은 골목길에 있는 편의점 위주로 설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정책기자 김수정(직장인) moduenjo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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