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있는 날 친정어머니에게 혹은 후배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무대에 오르곤 했는데 이젠 지정된 곳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됐네요. 예술인들이 반디돌봄센터에 맡기고 더 나은 공연예술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해요.”
공연예술인 최정화(38)씨는 15일 서울 종로구 명륜2가 아남아파트에 개소한 ‘시간제 돌봄센터(반디돌봄센터)’에 자녀 김우서(5) 양과 함께 들렀다. 반디돌봄센터는 공연예술인이 공연이나 연습시간 중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돌봄 센터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된다.
15일 서울 종로 명륜2가 아남아파트에서 열린 반디돌봄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축하공연을 한 박지언 서울문화재단 영재바이올리니스트 등 주요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최 씨는 “공연이 저녁 늦게까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됐다”며 “공연이 갑자기 잡히는 경우도 있어서 자녀를 둔 공연예술인들에게는 센터 개소가 더 없이 반갑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15일 서울 대학로에 연극인, 무용인 등 공연예술인들이 공연이나 연습시간 중 자녀들을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돌봄 센터(반디돌봄센터)’를 개소했다.
이용 대상은 24개월에서부터 10세까지의 공연예술인 자녀로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월요일 휴무),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다. 긴급한 경우나 형제자매가 함께 이용하는 경우에는 11~13세도 이용이 가능하다.
반디돌봄센터는 유아와 아동의 분리없이 함께 이용하는 연령통합 돌봄센터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500원(석식 및 간식 비용 별도)이다. 24~36개월의 유아는 전담인력 배정을 위해 하루 전 사전예약을 신청해야 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명륜2가 아남아파트에서 연극인, 무용인 등 공연예술인들이 공연 또는 연습시간 중에 자녀들을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돌봄 센터인 ‘반디돌봄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종로구립대학로어린이집 어린이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
공연예술인들의 활동시간을 고려한 맞춤 돌봄 서비스를 지향하는 반디돌봄센터는 예술강사를 통한 연극, 무용, 음악놀이 프로그램을 매일 1회 진행하고 초등학생을 위한 숙제 지도를 하는 등 이용 아동들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정하 연극인부모협동조합 이사장은 “재능 있는 공연예술인들이 육아 문제로 예술을 포기하며 아이를 양육하는 현시점에서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맡길 공간이 대학로에 개관하게 돼 기쁘고, 앞으로 더 많은 공연예술인들의 아이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아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참석해 반디돌봄센터를 이용하는 공연예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유진룡 장관은 “반디돌봄센터 개소함에 따라 재능있는 공연예술인들이 센터에 아이를 맡기고 마음놓고 공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가운데),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반디돌봄센터 놀이방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공연예술인 손경원 씨(43)는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두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공연장에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을 데려간 적도 있다”며 “반디돌봄센터가 마련돼 앞으로 공연예술인들이 자유롭게 공연하고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 씨는 “공연예술인들은 보통 저녁 늦게 공연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일반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도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반디돌봄센터는 밤 11시까지 맡아준다니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연예술인 한혜수 씨(44)는 “친정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거나 대학로 인근 키즈카페에 아이를 맡기고 공연에 오르곤 했었는데 그래도 제 처지는 좋은 편이었고 주변 동료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일을 그만둔 친구도 많았다”며 “단순히 보여주기 식 센터가 아닌 예술인들과 아이들이 공연이 없는 날에도 드나들며 예술인들의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15일 반디돌봄센터에서 공연예술인 한혜수 씨와 딸 장나은 양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 공연예술인의 44.2%가 실업 원인으로 ‘육아’를 꼽고 있다. 41.6%가 해결 방법으로 ‘직장·인근 보육시설’ 설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평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공연이 끝나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공연을 해야 하는 공연예술인들은 활동 시간의 특수성에 따라 어린이집과 같은 기존의 보육시설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늦은 시간까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반디돌봄센터 개소로 공연예술인들이 안정적인 직업 환경에서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