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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장인의 땀이 이룬 ‘구두 메카’

[지역경제 키우는 소상공인들]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

수제화 명문 거리로 자리매김…500여 제조업체·40여 판매업체 밀집

2014.07.30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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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 성수역 일대에는 ‘수제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구두 제조업체 500여 개와 판매업체 40여 개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구두의 메카’다.
서울 성수동 성수역 일대에는 ‘수제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구두 제조업체 500여 개와 판매업체 40여 개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구두의 메카’다.

1925년 완공된 서울역에는 화물 보관창고가 있었다. 창고에 들고나는 가죽들이 밀거래되면서 그 가죽들을 활용하는 구두 수선점도 인근에 40여 개 생겼다. 서울 중구 의주로2가 염천교 일대는 우리나라 제화(製靴)산업의 출발지다.

1960년대 서울 명동에 백화점이 들어서자 구두 관련 업체들이 성수동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성수동과 뚝섬 일대는 섬유공장과 가죽공장이 모여들면서 구‘ 두의 메카’가 됐다. 유명 브랜드 구두회사와 거리가 가까운 데다 명동 등에 비해 임대료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성수동 일대에는 1,200여 개의 구두 제조업체가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물밀듯 몰려오면서 성수동 구두의 거리는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섬유·가죽·유통업체 등이 동반 침체를 겪었다. 서울성동제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성수동 일대에는 제조업체 500여 개, 판매업체 40여 개가 있다. 성수동은 서울 제화산업의 86퍼센트가 밀집해 있는 ‘수제화의 메카’다.

한없이 추락할 것 같던 성수동 ‘수제화거리’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디자인·제작·판매·마케팅 등 4개 분야 23개 핵심사업에 43억원(시비 30억원, 구비 1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은 이미 ‘구두 테마역’으로 변신했다. 성수역 교각 주변공간에는 서울시가 조성한 구두 공동판매장인 ‘프롬 SS’가 들어섰다. 또 지하철 역사(驛舍) 내 2층 1·4번 출구 쪽 공간과 3층 승강장 공간 일부에는 수제화 산업의 가치와 역사 등을 홍보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프롬 SS’ 맞은편에는 서울성동제화협회가 2011년 6월 문을 연 ‘SSST(Seoul Sung-su Sujewha Town)’ 매장이 있다.

정성스레 구두를 만드는 장인의 손길.
정성스레 구두를 만드는 장인의 손길.

시중가 50퍼센트…성수역 1·2번 출구서 ‘주말 구두장터’

수제화를 신고 싶어 성수동을 찾았다는 주부 이현정(37)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백화점 같은 데서는 30만원쯤 하는 수제화가 이곳에서는 20만원도 안 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프롬 SS’에 입점한 업체의 월 관리비는 50만원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다. 따라서 백화점 등보다 50퍼센트 정도 저렴한 가격에 수제화를 판매할 수 있다.

박동희 서울성동제화협회장은 “백화점에서는 수수료, 매장관리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지만 성수동은 다르다. 기본적인 재료비, 인건비 등만 받고 저렴한 가격에 수제화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력도 인정받고 있다. 서울성동제화협회의 대표 브랜드인 ‘구두와 장인’은 올해 2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했다. 올가을에는 부산 등지의 백화점에도 정식으로 납품된다.

성수동이 ‘수제화거리’로 다시 뜨고 있지만 아직은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지하철 역사 안을 제외하면 이 일대가 ‘수제화거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조금 밋밋한 탓이다. 이에 서울성동제화협회와 성동구 등은 마케팅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격주로 운영하던 ‘주말 구두 장터, 슈슈마켓(www.shoeshoemarket.com)’을 올해 들어서는 매주 열고 있다. 토요일마다 성수역 1·2번 출구에서 진행되는 행사에는 제조업체·디자이너·상인 등이 참여한다. 서울성동제화협회는 오는 9월 초 ‘구두 데이’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누구나 다양한 이벤트와 구두 만들기 경연대회 등에 참가할 수 있다. 구두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기술 계승·발전시킬 전문인력 양성교육도 진행

서울성동제화협회와 성동구는 수제화산업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2012년부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능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65명의 수료생이 배출됐고, 57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8월 1일부터 진행되는 하반기 교육에서는 구두 이론과 디자인 등 기초과정을 배우게 된다. 기초과정에 이어 심화과정까지 소화하고 나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바느질할 미래의 장인들이 배출된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장인(匠人)이라 할 만한 인력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다. 후진 양성을 게을리하면 기술 전수가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까지 휴학한 채 올해 4월부터 구두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있다는 김동협(26) 씨는 “디자인을 배워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힘들지만 보람차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동제화협회와 성동구는 2012년부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 수강생이 전문가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서울성동제화협회와 성동구는 2012년부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 수강생이 전문가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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