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 밴드 ‘세컨드드림’ 멤버들. 왼쪽부터 김동조, 서용훈, 김지훈, 김동한, 이수영 씨. |
‘책상과 필통 안에 붙은 머리 긴 록 스타(Rock Star)와 위인들의 사진들. 이제는 나도 어른이 되어 그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모든 것을 가끔씩은 기억하려고 해….’
가수 신해철의 록 밴드 넥스트(N.EX.T)는 <더 히어로(The Hero)>라는 곡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노랫말처럼 비록 록 스타는 못 되고 평범한 어른이 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학창 시절 꿈꿨던 음악의 길을 잊지 못한 사회인 아저씨들이 똘똘 뭉쳤다. 경기 분당에 틈틈이 모여 연습하고 공연도 하는 사회인 밴드 세컨드드림(2nd Dream)의 이야기다.
“우리가 첫번째로 하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한 일이라면, 두 번째로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자는 뜻에서 밴드 이름을 세컨드드림(두번째 꿈)이라 지었죠. 음악은 우리 삶의 활력소예요. 스트레스가 싹 해소됩니다.”
밴드 리더이자 기타를 맡고 있는 김동조(41) 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더 들면 정말 음악을 못할 것 같아 부랴부랴 밴드를 결성한 것이 2010년이었으니 올해로 5년째다. 현재 멤버는 모두 재작년 무렵부터 합류했다. 보컬을 맡은 서용훈(37), 드럼을 담당하는 김지훈(35), 기타와 코러스를 맡은 김동한(32), 베이스를 맡은 이수영(32) 씨까지 5명이다.
직업도 음악 취향도 제각각이다. 동조 씨는 자영업을 하고 용훈 씨는 외국계 기업에 다닌다. 지훈 씨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음악교사다. 친구 사이인 동한 씨와 수영 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시스템 엔지니어로 IT 기업에서 일한다. 편안한 모던록(Modern Rock)이나 재즈를 좋아하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강렬한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 하나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다. 바로 ‘음악을 사랑한다’는 것.
바쁜 일상 속에 여가를 갖기가 쉽지 않지만 활동을 위해 모일때만큼은 예외다. 수영 씨는 “2주에 한 번 모여 2시간씩 연습을 한다”며 “퇴근 후로 모임 시간대를 맞추다 보니 보통 밤 9시부터 11시까지가 된다”고 전했다. 공연 날짜가 임박하면 한 주에 두 번 이상 모이기도 한다. 분당에 있는 사운드랩스튜디오처럼 팀별로 합주실 대여가 가능한 곳이 아지트가 된다.
연 2~3차례 외부공연…“불러주면 갑니다”
세컨드드림은 연 2~3차례 외부공연에 나서고 있다. 윤도현밴드나 자우림 같은 인기 록 밴드의 대중가요에서부터 국내 인디밴드나 해외 유명 밴드의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다. 공연에서는 적게는 1~2곡, 많게는 10곡씩 부르고 연주한다.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 공연들이다. 재작년 충남 천안박물관에서 공연할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때만 해도 합주를 2~3번만 같이 하고 갔을 만큼 연습을 많이 못했죠. 용훈이 형이 노래하다가 갑자기 ‘기타!’라고 외치면서 동조 형 쪽으로 사람들 시선이 집중됐어요. 기타 독주를 해 달라는 거였죠. 그런데 형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서 그대로 얼어붙었어요. 어찌나 민망했는지….” 동한 씨 말에 멤버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자 동조 씨가 말했다. “내가 자괴감에 빠져서 그 이후로 한동안 기타에 손을 안 댔어, 손을.”
세컨드드림은 돈을 받고 공연하지 않는다. 돈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사회 거주민들과 함께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경기 용인의 한 백화점 특설무대, 판교 카페거리의 한 재즈바 등 다섯 사람의 집·직장과 가까운 장소에서 무료공연을 했다.
동조 씨는 인터뷰 말미에 “무료 공연을 원하는 분들은 저희에게 연락해 달라는 내용을 기사에 꼭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더 많은 분들과 음악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거든요.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참, 키보드 담당과 여자 보컬을 새 멤버로 찾고 있으니 함께하실 분들은 꼭 연락 바랍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