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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한국 노래 스페인 교과서에 실을 겁니다”

‘밀레니엄 합창단’ 이끄는 스페인 동포 지휘자 임재식 단장

광복 70년 내한공연 뜻깊은 시간

2015.07.03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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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9일 지구 반대편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공연장에 울려 퍼진 ‘밀양아리랑’. 오케스트라 연주와 장구 가락이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 나는 무대가 펼쳐졌다. 노랫말의 뜻은 잘 몰라도 관객은 음악으로 하나가 됐다. 목소리 주인공은 놀랍게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벽안(碧眼)의 성악가들로 구성된 ‘밀레니엄 합창단’이었다.

외국인 성악가들이 한국 민요와 가곡을 부르는 이 독특한 합창단 덕분에 한국 노래를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스페인 동포 지휘자 임재식(52) 단장이다. 그는 K-팝(Pop)이 한류의 중심이 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유럽 사회에 한국 음악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임 단장의 오늘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호흡을 맞춘 밀레니엄 합창단. 단원들은 모두 한복 차림으로 무대에 선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호흡을 맞춘 밀레니엄 합창단. 단원들은 모두 한복 차림으로 무대에 선다.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를 동경하던 20세 청년은 한국의 대학 2학기 등록을 포기하고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 그를 두고 주위에선 시기와 질투, 심지어 ‘건방지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당시 그는 형편이 어려워 도저히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그런 임 단장의 스페인행이 가능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스페인에는 갖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유학을 간 누님이 살고 있었고, 입양기관을 통해 해외에 입양될 아이를 현지에 데려다주면 공짜로 비행기 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스페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학비가 무료인 왕립음악원에 들어갔지만 낯선 동양인을 대하는 시선은 차가웠다. 가난한 유학생이라 종일 물로 배를 채워야 했던 날도 적지 않았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고깃간을 서성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먹지 않고 버리는 사골을 얻기라도 하는 날에는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다.

“배고픔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외로움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눈물도 많이 흘리고. 어머니를 그리며 마음을 굳게 다졌는데, 유학 중에 돌아가셔서 제 한(恨)으로 남았죠.”

왕립음악원을 졸업한 임 단장은 마드리드 시립합창단에 입단했다. 그 무렵 합창단 동료 소프라노가 그에게 오디션 자유곡으로 한국 노래를 하고 싶다며 가르쳐달라고 했다. 임 단장은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한 가곡 ‘동심초’를 가르쳐줬는데, 그 소프라노가 곧잘 불렀다고 한다. 그는 무릎을 쳤다. “이거다, 이거!”

바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성악가를 통해 한국 노래를 부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야 우리 음악을 널리 그리고 제대로 알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려면 자신이 그만한 위치에 있어야 했다. 때를 기다린 임 단장은 1999년 60년 전통의 스페인 국영방송합창단(RTVE) 부지휘자 격인 테너 파트장을 맡았다.

“우리 음악 교과서에 외국 노래들이 얼마나 많아요. 우리는 초등학생 때 "에델바이스

온갖 고생 끝 왕립음악원 졸업
그리고 국영방송합창단 테너 파트장

그는 이 합창단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임 단장은 함께 노래하던 국영방송국 합창단원들에게 자신의 꿈이 담긴 합창단의 창단 취지를 설명했다. 80명의 단원 중 25명이 그의 생각에 공감해 합류했다.

밀레니엄 합창단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이들에게 한국 노래를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발음이 큰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악보에 일일이 국제 음성기호로 노랫말을 적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합창단원들은 우리 성악가도 발음 구분이 어려운 ‘의, 는, 을’ 등을 정확하게 발음하며 노래했다.

단원들의 수준이 기대만큼 올라가자 공연이 하고 싶어졌다. 국내 대기업의 스페인 현지 법인을 찾아 한국 문화를 알려야 회사 이미지와 홍보에 도움이 된다며 설득했다. 그리고 스페인 국립극장 무대에 올렸다.

국립극장에 ‘옹헤야’, ‘경복궁 타령’ 등이 울려 퍼졌다. 향수에 젖은 동포들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밀레니엄 합창단이 부를 수 있는 한국 노래는 ‘아리랑’과 ‘그리운 금강산’ 등 한국 가곡과 민요 50여 곡에 이른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국인들도 평소 잘 부르지 않는 우리 노래들을 한복을 입은 스페인 합창단이 부른다.

밀레니엄 합창단의 정기 공연은 스페인 국영방송을 통해 스페인 전역에 방송됐다. 15년 전 첫 정기공연 때 시범으로 시작한 것이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합창단 방송을 부탁하기 위해 방송국을 찾아갔는데 한 연출자의 부인이 알고 보니 왕립음악학교 동창이었어요. 연출자 또한 한국 음악을 알리려는 제 말을 듣고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했죠. 게다가 자신들 처지에서 베토벤, 슈베르트 등 서양 음악가들의 곡은 너무나 익숙하다 못해 질릴 정도였을 테니, 한국 음악에 대해 더 솔깃하지 않았을까요.”

밀레니엄 합창단은 2010년 한국과 스페인 수교 60주년을 맞아 스페인 순회공연도 펼쳤다. 임 단장은 스페인과 한국의 문화 교류에 가교 역할을 한 공로로 스페인 정부로부터 ‘국왕 십자훈장’을 받았다.

밀레니엄 합창단은 2005년부터 1년에 한 번 한국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내한공연도 열고 있다. 이들은 공연마다 스페인 노래와 우리 가곡, 민요를 선보이며 국내 관객들에게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우리 국민들이 한국 노래를 잘 몰라요. 가곡 ‘보리밭’이 뭔지, ‘별’이 뭔지. 그래서 거꾸로 우리가 내한해서 우리 노래가 우수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우리 노래를 다시 사랑하고 부를 수 있게 하려고 하는 거죠.”

임 단장은 제2, 제3의 밀레니엄 합창단을 만들어 한국 노래를 스페인은 물론 다른 나라에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한다. 그는 그 꿈을 스페인 음악 교과서에도 담고 싶어 한다.

“우리 음악 교과서에 외국 노래들이 얼마나 많아요. 우리는 초등학생 때 ‘에델바이스’를 배우잖아요. 스페인 음악 교과서에 ‘아리랑’이 실리지 말라는 법도 없고요. 스페인 음악 교과서에 우리 노래가 실리는 게 제 소망입니다.”

밀레니엄 합창단은 다가오는 8월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갖는 무대인 만큼 임 단장은 더 특별하고 뜻깊은 공연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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