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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 골목 문래동이 달라졌습니다”

소공인특화지원센터 개소 1년

2015.11.25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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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기도 생후 1년이 지나면 아장아장 걷는다. 이처럼 1년은 놀라운 변화를 일궈낼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어느덧 개소 1년을 맞았다. 개소식(지난해 11월 21일)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소공인(小工人)의 노고를 치하하며 청년 인력 양성, 생산 환경 개선, 신사업 모델 발굴, 예술인 협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래동. 이곳은 문래동 1~4가에 걸쳐 1400여 개의 철공소들이 들어선 ‘철공소 밀집소’다. 1970년대에 형성돼 1980년대 호황을 누렸고, 현재도 다양한 창업자들이 모여 기계·금속업종의 부품을 생산한다. 20년 이상 일한 사람이 53.1%, 10~19년 동안 일한 사람이 36.4%에 달하며 소공인의 평균 연령은 53.5세다.

센터가 들어선 후 문래동 소공인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11월 17일, 센터 직원인 이호준 과장의 안내로 달라진 문래동 사람들의 삶을 들어봤다. 이 과장은 길을 안내하며 “그간 화장실과 간판이 개선되고, 한국소공인 정밀기술 경진대회(팽이기술대전)와 같은 소공인 활동이 활발해졌다. 소공인 특화교육으로 경영교육, 기술(3D프린팅)교육, 정보화교육이 진행돼 각각 320명, 30명, 22명이 수료했다”고 말했다. “‘메이드인 문래(Made in Mullae)’ 상품화 개발에 이어 소공인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동아리와 협동조합도 운영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수볼트와 의료부품을 생산하는 ‘태성기공’은 아버지 김교술 씨, 어머니 이민자 씨, 비보이 김태성 씨가 일구는 삶의 터전이다. 아들은 소공인, 예술인들과 협동조합을 꾸려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수볼트와 의료부품을 생산하는 ‘태성기공’은 아버지 김교술 씨, 어머니 이민자 씨, 비보이 김태성 씨가 일구는 삶의 터전이다. 아들은 소공인, 예술인들과 협동조합을 꾸려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문래동 1가 ‘유수가공’ - 한 지붕 세 사업자

권용옥(53) 씨가 운영하는 유수가공은 한 지붕 안에 들어선 세 개의 사업장 가운데 하나다. 텔레비전의 포장 비닐을 덮을 때 사용하는 ‘롤러’, ‘와이어 드럼(크레인 등에 사용하는 와이어로프를 감는 동체)’이 주력상품이다. 권 씨는 20년 동안 일요일만 빼놓고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홀로 1남 1녀를 키워낸 여사장이다. 부천에서 이곳까지 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게 취미였는데, 운전을 하며 취미를 잃었지만 요즘은 센터 합창반에 푹 빠져있다.

“매주 수요일은 문래동 철공소가 오후 6시면 끝나거든요. 퇴근하고 3시간 정도 합창반에서 노래 부르면 시간이 후딱 가요. 12, 13명이 모이는데, 문래동 예술가가 지어준 ‘문래 머시닝밸리가(歌)’를 부르면 장인정신도 느끼죠. 대학에 다니며 문래동 4가 사람들과도 사귈 수 있서 좋아요.”

대학은 소공인 특화교육인 경영교육을 말하는 것으로, 권 씨는 2012년 11월부터 한 달 반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씩 야간에 비즈니스 매너, 스트레스 관리, 직원 관리 등에 대해 배웠다. 그는 “교육을 받은 뒤로는 손님을 위해 주차공간을 만들고, 정리도 잘하게 됐다”며 웃었다.

“여기 있는 많은 소공인들이 사라지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죠. 젊은이들이 쉬운 창업만 하지 말고 소공인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문래동 견학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재연기계’를 이끄는 아버지 안승문 씨와 아들 안성모 씨. 아들은 11월 말 정부 지원을 받아 독일 소공인들을 만나고 돌아올 예정이다.
‘재연기계’를 이끄는 아버지 안승문 씨와 아들 안성모 씨. 아들은 11월 말 정부 지원을 받아 독일 소공인들을 만나고 돌아올 예정이다.

문래동 4가 ‘재연기계’ - 아버지 代 잇는 아들

안성모(35) 씨는 아버지 안승문(63) 씨와 재연기계를 꾸린다. 아버지는 45년 경력자로 ‘내경 헬리컬 기어’ 전문가다. 1남 1녀를 둔 아버지는 아들에게 “대학에서 기계공학만 전공하면 그 뒤에는 네 마음대로 하라”고 했고, 약속대로 아들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꿈을 찾아 신학대에 진학해 선교사로 활동했다. 아들이 이곳에 온 건 3년 전 아버지가 쓰러지면서다.

“마음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센터 지원을 받아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요즘 팽이에 빠져 있는데요. 센터에서 기회를 마련해준 팽이 기술대전에 참가하면서 가공을 잘해야겠다 싶었어요. 일본 국제대회에서는 탈락했지만 국내 대회에서는 3등을 했지요, 하하. 12월에 일산 킨텍스에서 예술인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만든 결과물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일이 점점 더 재밌어집니다.”

아들 안 씨는 센터의 경영교육을 받으며 제품 안내 자료와 누리집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고객이 도면을 주면 기계 부품을 가공했지만, 이제는 홍보를 통해 고객을 찾아내고 완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장작을 쪼개는 스크류 기계도 그런 완제품 중 하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해외시찰단으로 선정돼 11월 말 정부로부터 경비 일부를 지원받아 독일 소상공인을 만나고 돌아올 예정이다. 들떠 있는 안 씨는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소공인에게 지원을 해준 정부가 없었다고 하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참에 정부가 소공인 가업 승계 법안도 정비해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문래동에서 일하며 1남 1녀를 키워낸 ‘유수가공’ 권용옥 씨는 센터 합창반 활동을 하며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문래동에서 일하며 1남 1녀를 키워낸 ‘유수가공’ 권용옥 씨는 센터 합창반 활동을 하며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문래동 4가 ‘태성기공’ - 협동조합 준비에 한창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아들의 이름을 상호로 내건 태성기공. 특수볼트와 의료부품을 생산하는 이곳은 아버지 김교술(59) 씨, 어머니 이민자(54) 씨가 1997년부터 일구는 삶의 터전이다. 1남 1녀를 둔 어머니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도시락을 싸와 남편과 함께 먹었는데, 3년 전부터는 가업을 잇는 아들 태성(27) 씨의 수저도 챙긴다.

추운 날씨에도 반팔을 입고 캡 모자를 쓴 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일하는 태성 씨는 비보이 출신으로 소공인, 예술인과 협동조합 준비에 한창이다. “협동조합 사업계획서 정도만 만들어둔 상태라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으로 제품 판매와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자전거를 타고 부품을 사러 갔다 돌아온 아버지에게 대뜸 가족사진 촬영을 제안했다. 아버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찍을 게 뭐 있느냐”면서도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이를 쉽게 돌려세우지 못했다. 카메라 앞에서 고단한 주름을 펴고 환하게 웃는 아버지, 앞치마를 풀어 던지고 매무새를 다듬는 어머니, 긴 옷을 꺼내 입은 아들. 서로 어깨를 두른 이들의 얼굴에 문래동의 미래가 보였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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