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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기술 입혀 융합콘텐츠로 날다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업체들 신산업 활발

2016.02.10 2016 설 고향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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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계천로의 옛 한국관광공사 빌딩. 멋진 뷰를 가진 이곳 10층부터 15층까지 6개 층에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개관한 문화창조벤처단지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6개 거점 중 두 번째로 문을 연 곳이다. 문화콘텐츠 분야 벤처기업을 위한 입주 및 제작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벤처단지에 입주한 93개(2015년 현재) 기업들은 ‘원스톱 종합 지원’을 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콘텐츠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라이브케이 문화기술로 전통을 현대에 되살린다

대니 조 감독과 라이브케이 직원들.
대니 조 감독과 라이브케이 직원들.

두둥~ 낮은 북소리와 함께 고구려 수렵도가 선명한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나타난다. 화면 속 무사가 애니메이션처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구려 무사는 어느새 고구려 무사 복장을 한 비보이 댄서와 자리바꿈을 하고, 댄서는 마치 고구려 무사가 오늘에 되살아나 춤을 추다 다시 그림 속 무사로 돌아간다.

문화창조벤처단지 10층 입주기업 ‘라이브케이’의 대니 조 감독은 라이브케이가 어떤 회사인지 묻자 영상부터 보여주었다.

“‘천상무도’라는 전통문화 콘텐츠인데, 고구려 수렵도가 이렇게 움직이고 살아납니다. 무대 위 공연자가 손에 든 활과 화살은 홀로그램이에요.”

수렵도에 이어 고구려 무용도에서 되살아난 남녀무희가 팝핀댄스를 펼치고, 신윤복의 그림 ‘주유청강’속 양반과 기생이 라킹, 재즈댄스의 향연을 벌인다. 영상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듯이 라이브케이는 모션그래픽, 미디어 퍼포먼스, 홀로그램과 같은 문화기술(CT)을 활용해 주로 전통소재를 현대화하거나 그것을 융·복합기술로 콘텐츠화하는 기업이다.

2012년부터 ‘코리안 랩소디’라는 댄스 그룹을 이끌고 국가 간 수교 기념 융·복합공연 등에 참여해온 라이브케이는 K-드라마, K-팝, 스트리트댄스 등을 묶은 뮤지컬 타입 극 형식과 문화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한류 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규모는 직원 4명에 무용단원 15명, 객원 단원도 5명 있다.

조 감독은 “지금 작업 중인 천상무도가 한 시간짜리로 완성되면 공연도 가능하고, 백남준의 미디어아트와 같이 전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단지에 입주한 장점으로 “무엇보다 관련 업체들이 가까이 있어 활발한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홍보 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는데, 입주하자마자 첫 번째 국내 공연전시가 확정되어 오는 2월 말이나 3월 초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천상무도를 대중 앞에 선보이게 된다.

문의 라이브케이 070-4670-3039

아이포트폴리오 유서 깊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와 손잡다

아이포트폴리오 사무실에서 만난 이종환 부사장(왼쪽)과 직원들.
아이포트폴리오 사무실에서 만난 이종환 부사장(왼쪽)과 직원들.

“누군가는 오백 살과 두 살의 만남이라 하더라고요.”

벤처단지 13층에 입주한 인터랙티브 e북 플랫폼 개발업체 ‘아이포트폴리오’의 이종환 부사장은 창업 2년 만에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와 제휴관계를 맺고 e북 플랫폼과 500여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얘기로 회사 소개를 시작했다.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한국의 신생벤처를 파트너로 삼게 된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이 회사의 김성윤 대표와 이 부사장은 서울대 천문학과 91, 92학번 선후배.

아이포트폴리오의 ‘트래벌룬’ 앱.
아이포트폴리오의 ‘트래벌룬’ 앱.
“옥스퍼드대 출판부 담당자가 지나다 보고 관심을 갖더니 몇 달 뒤 비밀 유지 서약서를 보낸 뒤 샘플을 만들라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애플의 디지털 교과서 전용 플랫폼 등 미국, 영국 회사 4곳이 이미 후보로 선정된 상태. 그런데 중동 시장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10회 중 아홉 번을 한국의 ‘듣보잡’ 신생기업이 최고 평가를 받았다. 고민에 빠진 옥스퍼드대 측이 기술·재정 평가에 윤리 평가까지 두루 거친 뒤 2013년 1월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는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협력사업으로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대 e북 플랫폼 화면에도 ‘파워드 바이 스핀들스’라고 병기되어 있어요. 그래서 콘텐츠가 팔리면 우리도 로열티를 받습니다.”

그 로열티가 꽤 높아 20%가 넘는다고 했다. 지난해 아이포트폴리오의 매출은 10억 원 규모. 국내 e북 시장에서는 꽤 큰 규모다.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다. 현재 주력사업이 옥스퍼드대 측과의 제휴지만, 이들이 먼저 작업을 한 건 여행책자다.

이 회사는 웹 기반 툴로 기존의 여행책자를 e북으로 만든다. e북상 웹 주소를 클릭하면 곧바로 해당 웹으로 연결된다. 메모나 사진 저장도 된다. 남들은 두달 걸려도 하기 어려운 작업을 웹 기반 툴 덕분에 일주일이면 해낸다. 특히 특허 등록을 한 맵버튼(위치기반 페이지 검색 기능)은 남다른 e북을 구현한다.

이 부사장은 아이포트폴리오의 여행콘텐츠 플랫폼 ‘트래벌룬(Travalloon)’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구동해 보여주었다. 메인화면에 보이는 ‘밍글(Mingle)’은 이용자들이 여행의 순간과 팁을 공유하는 누리소통망(SNS). ‘와치(Watch)’를 누르면 전 세계 1000여 도시의 1만여 동영상이 펼쳐진다.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 영상들을 보기 쉽게 2분, 3분 단위로 자른 것이다. ‘스토어(Store)’에 들어가면 한국관광공사 등 각국 관광청과 출판사의 유·무료 e북 여행서가 즐비하다.

이 회사에는 정직원 16명, 재택근무자까지 20명이 일한다. 이 부사장은 “이번 설 연휴 고향 오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막히면 트래벌룬 앱을 깔고 근처 여행지도 다녀오시라”고 권했다.

문의 아이포트폴리오 0505-333-8288

에스와이오 장애인 공정여행, 새로운 여행모델 개척한다

오서연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간 분위기가 훈훈한 에스와이오 사무실.
오서연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간 분위기가 훈훈한 에스와이오 사무실.

벤처단지 15층 입주기업 ‘에스와이오’는 관광 플랫폼 ‘어뮤즈 트래블(Amuse Travel)’ 개발업체다. 사무실 앞에 놓인 입간판에 핑크와 하늘색으로 낙하산을 탄 휠체어 장애인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네 남자와 시커먼 다스베이더 피규어가 반긴다.

문 앞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싶었지만 알고 보니 오서연(36) 대표와 이 회사 직원들 모두 장애인 봉사를 하며 알게 된 속정 깊은 사람들이다.

“강원도의 장애인 가족이 서울의 롯데월드를 가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까. 롯데월드 근처 철수네 가족이 강원도에 사는 장애인 가족의 롯데월드 여행을 도와주고, 철수네 가족이 강원도 여행을 가게 될 때에는 장애인 가족이 매칭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관광 플랫폼 개발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 대표는 자신까지 정직원 4명, 외부에서 돕는 이까지 모두 7명이 어뮤즈 트래블 개발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 구축 작업을 하고 있는데 늦어도 올 6월까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착한 기업이지만 지속성도 있어야 하기에 수익 모델을 찾는 데도 힘을 쏟아 기업의 사회 공헌 분야와의 매칭, 글로벌 네트워킹 등을 모색하고 있다.

“저희 목표는 일반적인 관광을 사회적 약자와 공유해 사회적 약자도 부담을 덜고 좀 더 자유롭게 관광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 해외여행도 지원하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장애인을 위한 에어비앤비(Airbnb : 남는 방을 여행자들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공유경제 사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장애인에게 문화바우처로 여행경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해외여행까지 지원하고 있어 이러한 공정여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면 관련 시장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오 대표는 기대했다.

그는 “벤처단지 입주가 가능했던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를 잘 살려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에스와이오 02-6441-3777

코자자 대한민국 대표 숙박 공유 플랫폼

조산구 코자자 대표.

조산구 코자자 대표와 코자자가 올린 구글의 한옥 동영상.
조산구 코자자 대표와 코자자가 올린 구글의 한옥 동영상.

“한국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할 때 두 가지 큰 장벽이 있었어요. 하나는 모르는 사람을 집에 재울 수 있을까 하는 폐쇄적 문화였고, 또 하나는 ‘게스트’ 개념이 없는 한국의 주거 환경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우려와 달랐습니다.”

벤처단지 14층에 입주한 숙박 공유 플랫폼 ‘코자자’ 사무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돈이 되니 폐쇄적인 생각이 바뀌고, 개인 집을 이용하게 되니 사람들도 한층 선하게 행동하더라”고 말했다.

1월 19일로 만 네 돌을 맞은 코자자는 아이들을 재울 때 쓰는 “코 자자”를 따서 만든 이름. 조 대표는 “다들 한번 들으면 잊지 않는다”며 “외국인들도 그 이름의 뜻을 알려주면 굉장히 재미있어한다”고 전했다.

입주업체 대표 중 비교적 높은 연령대(50대)인 조 대표는 30년간 인터넷 분야에서 일했고 실리콘밸리에서도 벤처창업을 했던 IT 전문가. 대기업 상무까지 지낸 그가 한옥 홈스테이로 코자자를 시작하자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요. 그렇지만 만약 그대로 있었다면 더 후회했을 거라 생각해요.”

게스트들에게 제공한 종이 한옥 모형.
게스트들에게 제공한 종이 한옥 모형.

조 대표는 한옥의 깊은 맛과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 어떤 한옥은 700장을 촬영하다 보니 주인보다 더 그 집을 잘 알게 되더라고. 그의 한옥 사랑은 구글에 한옥 동영상 소개 코너가 마련되고, 2012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한국 방문 당시 한옥을 찾게 만들었다.

그는 한옥의 가치를 발견하고 숙소로서 대중화한 점에서도 보람을 느끼지만 사업 측면에서는 한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해 올해를 제2의 도약의 해로 삼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자자는 일반 숙박 예약 시스템과 달리 호스트와 게스트 간 예약이 성사돼야 상호 신분이 제공되는 시스템이어서 개인정보 보호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 대신 코자자의 직원 6명은 그 이면에서 신뢰를 쌓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 실제 숙박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러 어려움 때문에 그간 우리나라 숙박 공유업체가 10개쯤 됐으나 이제 코자자만 남은 상황이라고.

“올해는 다를 것 같아요. 서비스와 플랫폼이 안정돼 있고 4년간의 업력이 있거든요. 우리 호스트가 2000명이 넘고 숙소도 5000개나 있습니다. 앞으로는 글로벌 마케팅을 어떻게 해서 성장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조 대표는 현재 중국 측과 제휴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전에는 직원들과 회의 한번 하기 힘들었는데 이곳에 오니 좋은 여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할 수 있어 좋아요. 이제 ‘한 우물만 판다’는 생각으로 에어비앤비가 못 따라올 차별화된 서비스로 한국 시장만이라도 우리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문의 전국 1544-5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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