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 교원들의 축제, ‘제8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가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됐다. 대회 참가를 위해 내한한 르함 체릉 에르뜸바타르(29·몽골), 주웨이(43·중국), 라이나 보리소바 베네바(37·불가리아) 등 세 명의 세종학당 교원들은 “한국을 알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이라는 직함을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 3인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특징을 가진 한국어의 매력에 매료됐다”며 “자부심을 갖고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
한국어를 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르함 체릉 에르뜸바타르(이하 에르뜸) “어릴 때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어를 접했어요. 당시 몽골에서 대장금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시청률 60%를 기록했어요. 심지어 드라마 방영시간이면 사람들이 일을 멈추고 볼 정도였죠. 드라마 주제곡 ‘오나라’를 따라 부르며 한국어를 연습했는데, 한국에서 온 자원봉사단 대원이 저에게 ‘한국어 실력이 좋다’고 칭찬해줘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주웨이 “1990년 고등학교 졸업 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북한의 김형직사범대학에서 한국어와 교육학을 공부했어요. 당시 중국은 남한과는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북한 대학을 가게 됐고, 북한에서 한국어를 접했죠.”
라이나 보리쏘바 베네바(이하 라이나) “저는 한류 바람이 불기 이전에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요. 고등학생 때 가족이 베트남에서 살았는데, 같은 반 친구 중 한국에서 온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 덕분에 한국어를 알게 됐어요.”
한국어의 특징은 뭔가요
르함 체릉 에르뜸바타르. |
에르뜸 “한국어의 매력은 자음동화에 있어요. 한국어에 있는 자음동화 덕분에 발음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할 때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재미와 보람을 느껴요.”
세 분은 한국어를 접한 후 대학에서 공부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어 공부를 결심한 계기는 뭔가요
에르뜸 “저는 뭔가 시작하면 제대로 하자는 주의예요. 대학에서 4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사회에 나가 일을 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한국어학 석사과정 연수를 받고 울란바토르대학원에서 언어학(한국어) 석사학위를 취득했어요.”
라이나 “학사학위는 한국학, 석사학위는 한국 사회, 박사학위는 한국 전통문화와 민속에 대해 연구해 취득했어요. 오랫동안 공부해왔지만 한국은 ‘더 알고 싶은 나라’예요.”
주웨이 “북한의 학사학위는 남한에서 인정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부산 경성대 사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학사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사학과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한국어가 아닌 사학을 전공한 이유는 한국의 전반적인 역사를 알고 싶어서입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도움 됐나요
주웨이. |
주웨이 “저는 한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한국어 공부할 때 도움이 됐어요. 김형직사범대학 졸업생을 판문점으로 관광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남몰래 라디오 프로그램을 테이프에 녹음했어요. 요즘 외국인 학생들은 라디오보다 드라마나 영화, 노래로 한국어를 배우더라고요. 저는 세종학당 한국어 강좌 신청하러 오는 학습자에게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어 습득이 빠르다’며 권해요.”
해외 세종학당에서 공부하는 분들 중에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요
라이나 “불가리아는 작은 나라인데, 수도 소피아에만 세종학당이 한 곳 있어요. 학습자들이 세종학당을 오가는데 약 5~6시간이 걸리지만 의욕이 충만해요. 가르치는 교원 입장에서도 무척 신이 나죠.”
한국어가 영어나 중국어, 스페인어처럼 세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에르뜸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많지만 앞으로는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세계 곳곳에 부는 한류 바람과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외국에서 한국어 학습 열기가 높고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으로서 어떤 마음을 갖나요
주웨이 “저는 대학을 한국에서 나왔고, 남편도 한국에서 만났어요. 한국이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셈이죠. 그래서 서울에 위치한 주한중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했어요. 아들을 임신한 것도 한국에 있을 때였습니다. 저와 한국은 뗄 수 없는 인연이에요.”
라이나 보리소바 베네바.
라이나 “자부심을 갖고 일해요. 적어도 불가리아에서 한국어와 한국에 대해 나만큼 의욕을 갖고 공부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국어 가르치는 일이 어렵고 힘들어도 기분 좋아요.”
에르뜸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어요. 한국을 알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이라는 직함을 얻게 됐거든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마다 감사하고 기뻐요. 무엇보다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를 통해 한국어 교원으로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 해외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기관의 브랜드는 ‘세종학당’으로 통합된 다. 사진은 ‘제8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 참가한 세종학당 교원들의 모습.(사진=문화체육관광부) |
정부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기관들의 브랜드를 ‘세종학당’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7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외교부는 국무회의에서 이를 골자로 한 ‘해외 한국어 교육 지원체계 개선 세부 실행방안’을 보고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종학당’을, 교육부가 ‘한국교육원’을, 외교부가 ‘한글학교’를 각각 따로 운영하거나 관리한다. 세종학당은 전 세계 57개국에 143곳, 한국교육원은 17개국에 39곳, 한글학교는 117개국에 1875곳이 있다.
이번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한국교육원 39곳은 ‘한국교육원 세종학당’으로 지정되며 세종학당 교재를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세종학당에서 교원도 지원받기로 했다. 한글학교는 재외동포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자생단체임을 고려해 현재대로 유지하되 세종학당으로의 운영체계 전환을 원하는 경우 심사를 거쳐 바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