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 계획 초과근무제,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 공직사회에 근무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재충전 휴가 이후 업무생산성 향상, 삶의 만족도 개선 등 조직과 개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이러한 사례들을 수기 공모전을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사범님,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자, 애들아. 모두 도복 입고 집합!”
의왕시 청계동 산골짜기에 위치한 한 보육원은 예전에 고아원으로 불렸던 아동복지시설이다. 내가 가진 재능 중에 태권도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서울구치소에 근무할 때 근처에 있는 곳을 찾아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주겠다고 생각하고 2009년부터 찾았던 곳으로 어느덧 8년이 돼 간다.
매주 월요일 8년째 태권도 재능기부
그동안 나는 여주교도소로, 서울구치소로, 그리고 지금은 수원구치소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예전 같으면 힘이 들어서 꾀도 생기곤 했지만, 요즘은 유연근무제로 초과근무가 줄어들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매주 월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찾고 있다.
보육원 입구에 들어서자 꼬맹이들이 줄넘기, 축구 놀이를 하다 반갑게 맞이한다.
“삼촌, 아니 사범님, 오늘을 뭐 사오셨나요?”
“사범님, 맛있는 것 사 오셨죠?”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해맑게 인사하고는 바로 내 손에 들려 있는 것부터 살피기 시작한다. 찾을 때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간식거리를 사 갔더니 이제는 아주 당연한 일이 돼 아이들은 나 못지않게 간식거리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간혹 어떨 때는 간식거리부터 챙기는 아이들을 볼 때도 나는 그들이 전혀 밉지 않다. 오히려 하루 근무로 인해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확 사라지는 기분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몸을 풀 시간이 아니던가?
보육원에는 유치원생부터 사춘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 50여 명이 있다. 원장을 포함한 종사자 15명이 함께 살고 있는데, 정부지원을 받는다지만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뻔하다. 그래서 내가 태권도로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하실 때 아주 반갑게 받아주셨던 원장님의 환한 미소가 기억에 생생하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하면서 정말 밝아졌어요.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물론 더 잘 해달라고 하는 입에 바른 말일지 몰라도 기분이 좋다. 이 모든 것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품에서 3남1녀 중 막둥이로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로 위축된 채로 초등학교 생활을 했다. 내성적이었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더욱 내성적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안쓰러웠는데 열 살이 많은 큰형이 인근 태권도장에 소개를 시켜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큰형의 한 살 어린 동생이 사범으로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태권도를 시작했다. 정말 좋았다. 집에 있을 때는 괜히 위축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싫었는데, 태권도를 하면서 온몸에 땀을 짝 빼고 나면 온몸이 가볍게 날아갈 것만 같았다. 당연히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나 보다.
“상원아, 무슨 좋은 일 있어?”
“왜요?”
“요즘 얼굴이 밝아지고 항상 웃어주니까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나는 그냥 웃어줬지만, 속으로는 ‘나 요즘 태권도 하고 있어요. 정말 좋아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타고난 재능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나는 정말 태권도를 좋아했고 즐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그 덕분에 중고등학교 때는 대회에서 상도 참 많이 탔다.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꿈도 꿨지만,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 젊은 날의 꿈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태권도는 내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켜 줬다. 그것도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 인생을 이끌어 줬다.
군대에 가서도 태권도로 좋은 실력을 발휘해서 남들에게 부러움도 많이 받았다. 지금 교도관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태권도 덕분이 아니던가. 무술 유단자 특채가 있다는 것을 알고 태권도 4단이라는 것에 용기를 내서 지원을 했고 이렇게 당당히 합격해서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웬만한 대회에 나가면 남 못지않게 실력을 발휘해서 상을 타고 있으니 생각해 보면, 그때 큰형 못지않게 나를 받아준 사범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뭐하면 제가 데리고 사범을 시켜줄게요.”
큰형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정말 사범이 돼 형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사범님은 학년이 올라가고 단증을 땄을 무렵부터 내게 돈을 받기 보다 오히려 알바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면서 태권도를 가르쳐 주셨다.
그 덕분에 내 태권도 실력은 더욱 일취월장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없어서 넉넉하지 못한 우리집 사정을 헤아려 주신 사범님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정말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었다. 내가 이곳 보육원을 찾기 시작한 것도 어렸을 적에 받았던 것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육원생 중 양○○(18세, 여)이라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를 만났다. 어쩌면 태권도 입문 시기가 나와 비슷하다. 나 역시 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했으니 속으로 묘한 인연이라 생각했다.
근무지를 옮기면서 거리가 멀어지고 야근이라도 있을 때면…
이 학생을 보는 순간 그 무렵에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태권도를 좋아했고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가르쳤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만으로는 뭔가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가 근무지를 옮기면서 거리가 멀어지고 야근이라도 있을 때면 어쩔 수 없이 함께 할 수 없을 때가 있어서 더욱 그랬다.
그 무렵에 알게 된 태권도 도장이 있었다. 내 신분을 밝히고 운동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더니 사범들과 대련을 시켜 보고 굳이 등록하지 않아도 되니 오고 싶을 때 마음대로 와서 운동하라고 했다. 바로 마음씨 좋은 김재호 관장님이 있는 곳이다.
또한 국가대표 출신인 송남정, 방경애 관장은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학생을 소개시켜줬더니 두 말없이 받아 주셨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잘 키워서 우리 도장 사범으로 쓸게요.”
내가 어렸을 때 사범님처럼 똑같은 말을 하면서 아이를 받아 줬다. 다른 아이들에게 전혀 티나지 않게 똑같이 대해 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학생은 나와 관장님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가 그 나이 때 그랬던 것처럼 아이는 진심으로 태권도를 즐겼다.
보육원에서 인덕원, 인덕원에서 산본역까지 몇 번의 차를 갈아타고 다니는 것에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열정적으로 연습을 했다. 지금은 태권도 3단에 합격해서 대학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이 학생을 볼 때마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언젠가 나처럼 태권도로 재능기부를 하며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삶을 즐기며 살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어찌 보며 내가 크게 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주 월요일만큼은 빠지지 않고 아이들을 찾아가려고 한다. 근무지가 멀어지면서 한때 힘들었을 때는 몸으로 못하는 것만큼 주머니로라도 하고 싶어서 태권도복과 장비, 그리고 해마다 있는 태권도 심사비와 각종 대회비를 온전히 내 몫으로 지원하고 있다.
물론 내게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돈은 아니다. 하지만 더 큰 가치를 위해 지원은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형편이 어려운 보육원이나 아이들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집사람도 말없이 내 선택을 존중해 주곤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각종 품새 및 겨루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고 시군 줄넘기 대회에도 매년 2회 이상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성적보다 아이들의 밝은 표정이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다 보니 표정이 밝아졌다.
처음에는 태권도에 재능이나 흥미가 없어 보였던 아이들도 1년 정도 지나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더욱 노력해 가는 모습이 보인다. 친구들이 대회에서 성과를 얻기 시작하니까 용기를 갖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국기원 승품단심사에 5명이 참가해서 모두 합격하는 영예도 누렸다.
아이들이 열심히 하니까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도 생겼다. 90년대 세계대회 및 국내대회를 평정한 겨루기 국가대표 출신인 윤송희 사범, 수원구치소 태권도 동호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교도관 선배들도 아이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챙겨준다.
또한 안양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은 태권도복 40여 벌을 기증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작은 금액이지만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한번에 5만 원의 장학금도 지급할 수 있었고 자비로 액자를 구입해서 품증을 예쁘게 넣어 전달하는 수여식도 가졌다. 해맑은 웃음을 가득 짓는 아이들을 보며 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떠올라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
초과근무가 줄어들며 귀가 시간을 지킬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 모든 것이 초과근무가 줄어들며 귀가 시간을 지킬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인 월요일만큼은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나는 태권도 6단에 합격하고 경기도태권도협회 겨루기 상임심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기원 승품단 심사위원 자격을 취득했다. 내 어렸을 때 꿈을 이루게 해준 태권도 수련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아이들도 아빠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잘 자라주고 있다. 세상에 모든 것을 얻는다 해도 자식이 올바르게 커주는 것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아이들에게는 잘 하라는 잔소리보다 함께 어울리고 놀아주며 스스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최고라 생각한다.
구치소에서도 인성교육을 담당하면서 항상 주안점을 두는 것이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듣고,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달달 외운다 하더라도 작은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이다. 지식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삶의 행복을 찾고, 뭔가 의미를 찾아나가면 그것만큼 행복한 삶도 없다고 본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누군가를 위해 일 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인성교육을 할 때 수형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사실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는 곳이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세상은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밖에 없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가져서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더욱 행복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할 수 있어 더더욱 행복하다.
그러고 보니 내 주변에도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말 한 마디만 믿고 양○○ 양을 받아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송남정 국가대표 아리랑 태권도장, 방경애 관장님이 있고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지켜주고 응원해 주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정말 좋다.
아울러 내 삶을 바꾸게 해준 작은 시작, 쾌적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근무혁신을 이끌어 주신 분들이 계시기에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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