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신동엽의 톡킹 18금’에 출연하던 시절의 신민주 씨. |
경기 연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신민주(31) 순경은 이렇게 학기마다 관내 21개 초·중·고를 돌며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예방교육도 그의 몫이다. 그의 강의는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도 있어 인기가 높다. 개그우먼 출신이라는 장점을 100%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2006년 개그맨 허경환, 개그우먼 장도연과 함께 Mnet ‘신동엽의 톡킹 18금’으로 데뷔해 어느 정도 개그우먼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연극에 출연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고, 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인지도도 쌓았다.
“어려서부터 제가 재미있으니까 친구들로부터 개그우먼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친구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그게 1000: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해서 방송도 하게 됐고요. 방송이 정말 재미있기는 했지만 생활이 안 됐어요. 스물여섯 살이 되도록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건 아니다 싶었죠.”
부모님은 그가 공무원이 되길 권했다. 가족 중에 공무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장점도 살리면서 안정된 직업이 뭘까 생각하다 경찰관을 떠올렸다.
“고3 때까지 제 꿈이 뭐였는지 아세요. 대통령이었어요. 학교 선생님도 하고 싶었고요. 경찰관을 떠올린 것도 그래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셋 다 개인의 명예나 부귀가 아닌 공공을 위해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이잖아요.”
26세 되도록 부모에게 용돈 받다 전직 결심
3년 만에 필기시험 합격하고 경찰 꿈 이뤄
본격적으로 경찰관 시험에 도전한 그는 3년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인성검사와 체력검사를 거쳐 면접을 통과해 2014년 2월 제복을 입게 됐다.
“여경은 채용 인원이 적어 경쟁이 더 치열해요. 제가 천성적으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인데 3년 동안 가만히 앉아 공부까지 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웃음).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죠. 트레이닝복 바람으로 고시원에 가다 텔레비전에 나온 친구들 보면 괜히 기분이 우울해지고. 그걸 이겨내니까 합격을 하더라고요.”
그는 2015년 2월부터 연천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래 사는 곳은 서울이에요. 아버지가 군인이신데 이곳에서 근무하실 때 제가 태어났대요. 그래서 연천으로 발령이 났다고 하자 제가 연어처럼 회귀본능이 있는 모양이라며 반가워하셨죠.”
신민주 순경이 학교폭력 예방 강의 후 초등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
그가 하는 일은 강연만이 아니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계 소속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간다. 피해자에 대한 1차 상담에서 시작해 사후 관리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게 다 그의 일이다.
“처음 경찰관이 되려고 했을 때는 내가 도둑 잡으려다가 오히려 도둑에게 맞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제가 폭력남편을 막아주지는 못하더라도 피해자 어깨 한번 더 두드려주고 위로의 말 한마디 해주는 것에 피해자가 위로를 받고 안심한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내 작은 도움이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보람을 느끼게 된 거죠.”
그가 관리하는 학교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만 500명이 넘는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은 연결된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 문제를 자주 일으켜 몇 번 상담한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그 학생 집이었어요. 그 아이도 아버지에게 학대받는 희생자였던 거죠. 그 아이를 이해하게 됐고, 그 친구도 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저를 누나라고 부르며 따르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는 학교에서 생활 태도가 너무 좋아졌다며 선생님들이 놀라더군요. 그 학생을 보며 보람을 느꼈죠.”
그는 경찰관이 된 후 자신의 삶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휴가 중에 하루는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늦어 서둘러 지하철을 타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길을 물어보는 거예요. 예전 같았으면 대충 알려주고 제 길을 갔겠지만 저도 모르게 사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친절하게 그분을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고 제 일을 보게 되더라고요. ‘친절한 경찰’이 몸에 밴 거죠.”
경찰이 된 후 어려운 점을 묻자 그가 뭔가 생각난 듯 까르르 웃었다.
“방송계는 자유분방한 세계였는데, 경찰은 계급사회잖아요. 그게 처음엔 힘들었어요. 윗분들이 모두 아빠 같고 삼촌처럼 여겨져 편하게 대했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거든요. 한번은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데 저쪽에서 서장님이 오시는 거예요. 반가운 마음에 ‘서장님, 점심은 맛있게 드셨어요. 어디 가세요’ 하고 인사했는데, 나중에 서장님이 ‘상관과 마주쳤을 땐 거수경례를 해야 한다’고 귀띔해주시더라고요. 그래도 다들 저를 예쁘게 봐주세요. 저 덕분에 경찰서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하는 분도 계시고, 저를 보러 경찰서에 놀러 오는 주민도 계세요.”
경찰 된 후 자신도 모르게 친절 몸에 배어
“경찰 비난하기보다 칭찬 많이 해주셨으면…”
그는 국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저도 밖에서 볼 땐 몰랐는데 경찰 업무가 정말 많아요.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직업이더라고요. 그런데 장난전화가 많아요. ‘참새가 비를 맞고 있어요. 어떻게 하죠’라든가, 고양이 두 마리가 싸운다고 가정폭력 신고를 해서 출동하게 한다든가….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출동에 늦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늦는다고 욕하고, 민원인 마음에 안 든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게 안타까워요. 비난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냥 ‘수고하십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 한번 건네주는 게 우리 경찰에겐 정말 힘이 돼요. 보람도 느끼고 사명감을 더 갖게 되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방송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얼마 전 이수근 선배가 오셔서 방송 다시 하자고 하더군요. 업무가 많을 땐 힘들어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쉽게 경찰이 됐으면 벌써 사표를 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3년 동안 고생한 게 아까워서 사표 못 내요. 지금은 하루 한 번 이상 뿌듯함과 자긍심을 느끼다 보니 경찰이 천직이란 생각이 들어요. 국민들은 여전히 경찰을 무섭게 생각해요. 제가 재미있게 생겼는데도 제복을 입고 있으면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해요. 친근한 경찰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경찰관은 언제든지 어려울 때 생각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존재란 걸 심어주고 싶어요.”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