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봄 중학교 3학년이던 김채울(23) 씨는 한 살 터울인 언니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금융 특성화고인 안양여자상업고에 진학한 김 씨의 언니는 방과 후 수업을 통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방학 때 해외 기업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어 공부에 전념했다. 김 씨에게 “자신만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며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은 구직 시장에서 큰 메리트가 없다”고 했다.
김 씨의 고민이 시작된 건 그 다음이었다. 뉴스에서 접한 인문계 고교생은 3년간 꼬박 대입을 준비했다. 힘들게 대학에 진학하고서도 기업 입사에 지원하는 족족 고배를 마시는 모습이 특성화고 졸업자와 상반됐다.
그러던 중 교내 게시판에서 ‘선 취업, 후 진학’이란 공문이 눈에 들어왔다. 특성화고에 진학해 먼저 취업한 후 재직기간 3년이 넘으면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거다’ 하고 생각한 그는 언니를 따라 안양여자상업고에 지원서를 냈다. 방학 때마다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금융에 일찍 눈을 뜬 그는 경영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김 씨의 중학교 내신 성적은 200점 만점에 182점. 그는 “간판 이기는 스펙 없다”며 “대학에 진학하라”는 주위의 만류도 일부 있었지만 이들을 설득해 주변의 시선보다 꿈을 택했다. 2010년 안양여자상업고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 |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졸 사원 1기생인 김채울 씨는 “고졸 학력이 오히려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며 “우리 사회도 학벌이라는 장벽이 허물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
내신 200점 만점에 182점, 안양여상 수석 입학
전산회계, 무역관리기능사 등 자격증 15개 취득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가 결국 졸업한 후 직장을 구하려는 것인데, 그럴 바에는 취직해 직장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친구들이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하고 싶었던 경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실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꿈을 좇아가니 길이 보였다. 다른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 수능시험 준비에 매달리던 시기에 그는 전공인 경영 공부에 집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말, 회계에 관심이 생겼다. 남들은 복잡하다며 쳐다보기 싫어하는 대차대조표와 세법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는 거의 매일 오후 8시까지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했다. 이후 1년 6개월 만에 전산회계, 무역관리기능사, 펀드투자상담사 등 15개 자격증을 취득했다.
잘하는 것을 찾다 보니 진로가 명확해졌다. 목표 기업으로는 공기업과 은행을 정했다. 2년 후인 2012년 6월 김 씨는 한국지역난방공사(마포지사)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3학년 1학기 때였다. 회사는 김 씨에게 “고졸 출신 1기생으로 입사했으니 졸업 전에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고객지원팀에 배치된 김 씨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회계 업무를 2년 내 익히는 것이다. 사내 업무 매뉴얼과 상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철저히 분석했다. 같은 팀 선배가 알려주는 업무 관련 내용은 메모해뒀다가 자신만의 업무노트를 만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어느 날 회계 프로그램을 알려주던 상사가 김 씨에게 “척 하면 척 하고 알아듣는다”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2년간 회계 업무를 맡았던 그는 계약 업무를 숙지하고 올해 8월부터 영업 업무를 맡고 있다.
“2014년 저의 담당 업무가 회계에서 계약으로 바뀌었어요. 그때 제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회사가 저에게 다른 업무를 배당한 것이 ‘그동안 업무에 숙달하느라 고생했다. 이제 통과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여겨졌거든요.”
오히려 김 씨의 고민은 입사 이후에 생겼다. 연차가 쌓이면서 ‘너의 실력이 곧 고졸 사원의 역량을 대변하니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선배의 충고를 듣고 나서다. 그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후 그는 책상 앞에 ‘최선’이라는 단어를 써서 붙여놓은 뒤 보고서가 틀린 건 없는지 수없이 확인하곤 한다. 사무실에서도 팩스기와 복사기의 상태를 항상 살피고, 회식 자리에서도 선후배들한테 예의를 깍듯이 지킨다.
김 씨는 올해 초 ‘직대딩’이라는 누리소통망을 개설했다. 직대딩은 직장인과 대학생 두 개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커뮤니티다. 현재 회원 수는 480명.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졸 출신 후배들이 산업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 발견한 부족함을 보완하려 할 때 선배로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애로사항과 고민 등을 서로 나누고 도움을 주는 소통의 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
김 씨가 올해 개설한 ‘직대딩’ 누리소통망.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대딩들은 이 누리소통망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
‘직대딩’ 누리소통망 개설 “고졸 사원 후배들 돕고파”
야간대학 진학…고졸 학력이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
김 씨는 올해 유연근무제를 신청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퇴근 후엔 야간대학에서 경영학과 공학이 융합된 강의를 듣는다. 2013년 한국방송통신대 경영과에 진학해 3학기까지 수업을 듣고 올해 야간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경영과 공학이 융합된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다. 그는 지금의 공부가 업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체화되면 훗날 사내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기업이 겉으로 볼 땐 정적인 것 같지만 정반대예요. 각자 맡은 업무를 철저히 해내면서도 실무 경험을 쌓는 것과 별개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만이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김 씨의 고졸 학력은 대체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됐고 ‘더’ 자기계발에 몰두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올해로 직장생활 5년 차. 그가 말하는 고졸 사원은 ‘지긋하고 성실한 자세로 스펙을 넘어서는 사람’이다.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출신학교에 구애받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쌓아올린 학벌이라는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겁니다. 회사생활에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예요. 학력에 상관없이 우수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위클리공감]
- 공공누리 출처표시 및 변경을 금하는 조건으로 비상업적 이용이 가능합니다. (텍스트)
-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뉴스 |
|
---|---|
멀티미디어 |
|
브리핑룸 |
|
정책자료 |
|
정부기관 SNS |
|
※ 브리핑룸 보도자료는 각 부·처·기관으로부터 연계로 자동유입되는 자료로 보도자료에 포함된 연락처로 문의
※ 전문자료와 전자책의 이용은 각 자료를 발간한 해당 부처로 문의
- 제37조(출처의 명시)
- ① 이 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6조,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제34조 및 제35조의2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 12. 2.> - ②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 제138조(벌칙)
-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1. 12. 2.>
- 1. 제35조제4항을 위반한 자
- 2. 제37조(제87조 및 제94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출처를 명시하지 아니한 자
- 3. 제58조제3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재산권자의 표지를 하지 아니한 자
- 4. 제58조의2제2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자에게 알리지 아니한 자
- 5. 제105조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저작권대리중개업을 하거나, 제109조제2항에 따른 영업의 폐쇄명령을 받고 계속 그 영업을 한 자 [제목개정 2011. 12. 2.]
이전다음기사
다음기사따뜻한 공간, 이웃의 정…서촌 골목에 살어리랏다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