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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일과 학습 병행…실력은 금형만큼 정직합니다”

금형 기능공 출신 관리자 엔디에프㈜ 이현배 씨

2016.12.08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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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엔디에프㈜ 생산관리부 차장 이현배(36) 씨는 사내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출금형 작업 중에 발생하는 불량품의 원인을 문서로 기록하고 보고하는 일이었다. 이제껏 아웃소싱 업체들은 불량품이 나와도 작업반장이나 담당 작업자에게 구두로만 보고해왔다. 그러자 현장 작업자와 거래처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일하느라 바쁜데 언제 문서로 기록하느냐는 거였다. 이 씨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기대 효과를 강조했다.

“날짜별로 공정작업을 기록하고 제품 하자를 문서로 남겨두면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유무를 정확히 따질 수 있습니다. 문서는 곧 데이터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출금형을 개발할 때 유용하게 쓰이죠.”

그로부터 2년, 이 씨가 도입한 시스템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아웃소싱 업체들은 공정 계획서를 작업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작업이 끝나면 하자가 발생한 제품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분석해 이 씨에게 제출한다. 이 씨는 당시를 돌아보며 “한때는 너무 원칙만 고수해 융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확하고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기능공 출신 관리자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열아홉 살부터 금형을 제작했다. 그의 ‘금형 인생’은 대구 달서구에 소재한 정밀 플라스틱 사출금형 제작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작됐다. 온종일 열기를 내뿜는 거대한 기계 앞에서 금형을 만들고 나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정도로 일에 몰입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된 이현배 씨의 ‘금형 인생’은 기능공 출신 관리자가 되면서 17년 만에 꽃을 피웠다.
아르바이트로 시작된 이현배 씨의 ‘금형 인생’은 기능공 출신 관리자가 되면서 17년 만에 꽃을 피웠다.

아르바이트 계기로 고3 때 사출금형 제작기업 입사
개발된 사출금형 테스트하면서 불량품 원인 분석

1990년대와 2000년대 사출금형 공장과 품질관리 기업에서 금형을 만들면서 그는 홀로 꿈을 키웠다. ‘현장’에서 품질관리, 영업, 기획, 제작, 생산, 납품 등 금형의 A부터 Z까지 전 과정을 배웠다. 온갖 기계부품이 먼지와 함께 뒹구는 좁고 어두컴컴한 지하 창고, 금형이 만들어지고 출고되는 거대한 기계들로 둘러싸인 공장, 보고서와 계약서가 잔뜩 쌓인 사무실이 그의 학교이고 놀이터이자 집이었다.

이 씨는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내게 주어진 길이 무엇인지, 삶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 것인지가 보였다”고 했다. 사출금형 시험사출 보조원에서 출발한 그는 17년이 지난 지금, 일본과 미국,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남미에 정밀 플라스틱 사출금형을 수출하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 씨는 일본에 사출금형을 수출하던 이모부 곁에서 어린 시절부터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대구 출신인 그는 1996년 영남공업고에 입학해 기계를 공부했다. 그는 일찌감치 현장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던 1997년 12월, 용돈을 벌 생각으로 정밀 플라스틱 사출금형 제작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 씨는 “그때부터 나는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고 했다.

그의 임무는 새롭게 개발된 사출금형을 테스트하는 거였다. 사출금형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불량품 여러 개가 발생했다. 금형 구조에 따라 가스가 차는데, 냉난방 때 관로에 있는 공기를 최상부에 모아 빼주는 에어벤트를 제때 열어주지 않아 가스가 가득 차면서 불량품이 발생했다.

겨울방학이 끝나 이 씨가 아르바이트를 더 할 수 없게 되자 회사 측이 그에게 사원으로 입사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에 사출금형 수출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일본어에 능통한 이 씨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미리 준비하면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언제나 준비하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현배 씨는 “이른 나이에 기능공 출신 관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끈기와 전문성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대구 달서구 호림동의 사출금형 공장에서 주문서를 확인하는 모습.
이현배 씨는 “이른 나이에 기능공 출신 관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끈기와 전문성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대구 달서구 호림동의 사출금형 공장에서 주문서를 확인하는 모습.

기능공 생활 접고 사무·품질관리직 근무하며 대학 진학
기능공 출신 관리자로 승진 “날 키운 건 일·학습 병행”

기능공으로 일한 지 7년쯤 됐을 때 이 씨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기능공 생활을 접고 사무직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생산직으로 남아선 금형산업 전체를 볼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금형제품 연구개발(R&D)은 현장에서 배울 수 없는 분야였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2005년 사출금형 가공업체의 품질관리 파트로 이직했다. 당시 기능공 월급보다 품질관리 파트의 월급이 더 낮았다. 그래도 기계만 돌리느라 접해보지 못했던 컴퓨터 문서작업을 활용한 데이터 관리, 보고서 작성, 프레젠테이션(PT) 작업 등을 맡으며 업무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사무직이 됐지만 기능공 출신의 눈은 살아 있었다. 이 씨는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금형을 제작했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의 프로세스를 주목했다. 불량품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한 그는 아웃소싱 업체의 품질관리를 수치로 표기한 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에게 제출했다. 일각에선 “일을 이렇게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핀잔했지만 회사는 이 씨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의 성실함과 기능인으로서의 눈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 씨는 “제품의 품질관리만큼은 타협 없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했다.

이 씨는 스물여섯 늦은 나이에 대학생이 됐다. 야간대학 컴퓨터운영기계학과에 입학해 금형 설계의 원리와 기술 개발을 공부했다. 이 씨는 “그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다”고 했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어둠이 낮게 깔린 저녁 형광등 아래 30~40명이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사회생활에서 맺은 인간관계와 달리 학교에서는 나이, 직위, 소속 회사를 떠나 우정의 공동체라는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 형성된 지성의 연대는 새로운 비전을 갖게 해줬죠.”

사실 이 씨에겐 블루칼라 콤플렉스가 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해 사회에서 인정받는 화이트칼라로 살아가는 걸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그가 멘토처럼 모시는 한 대학 교수는 “무엇이든 한 분야만 파고드는 건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배운 금형 제작과 품질관리, 학교에서 공부한 금형 개발 지식을 역량으로 삼아 기능공 출신 관리자가 돼라”고 조언해줬다.

스승의 조언대로 이 씨는 서른넷에 기능공 출신 관리자가 됐다. 그는 그 원동력을 “17년째 이어온 일과 학습의 병행 덕분”이라고 했다.

“제가 이른 나이에 기능공 출신 관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돈이 있어서도 아니고, 인맥이 뛰어나서도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끈기와 전문성이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기 때문에 나만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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