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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낙조…그래서 따뜻하다, 외롭지 않다

[겨울여행] 강화 동검도, 노을과 함께한 여행

2016.12.23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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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바쁘게 달렸어도 아쉬움이 남게 마련인 한 해의 끝자락이다. 이럴 때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해를 보며 눈물 한 방울과 함께 쓸쓸해지는 마음을 씻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거나 진지해질 필요는 없다.

노을사진

어떨 때는 여행도 순식간에 결정된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인천역 앞 차이나타운을 들르게 됐다.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 길거리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사람들로 북적댄다. 화덕에서 구운 만두에 공갈빵, 전병…. 사람들은 줄을 서서 음식이 나올 때를 기다린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하얀짜장’을 파는 집으로 들어갔다.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중국 산둥반도에서 건너온 중국인 부두노동자들이 먹던 짜장면을 재현한 것이 하얀짜장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중국식 된장에 고기를 볶아서 소스를 만들었다. 닭고기 삶은 물을 조금 넣고 다진 마늘도 곁들여 비빈다. 100여 년 전 인천항 부두노동자들이 먹던 그 맛은 아니겠지만 옛 맛을 기억하려 만들어낸 하얀짜장은 옛 생활사를 담은 살아 있는 기록이다.

월미도에도 사람들은 붐빈다. 월미전망대로 올라간다.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월미전망대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하얀 아저씨들이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가리키며 옛이야기를 나눈다. 당신들이 뛰어놀던 산등성이며 갯벌 이야기다. 일정은 더 이상 없었다. 정해놓은 여행지도 없다. 어디로 갈까?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강화도로 가기로 일행과 합의했다. 운전을 하는 지인 옆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정해진 것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 차에서는 저음이 완벽한 관현악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해는 점점 기울어지며 질감이 풍부해진다.

동검도 일몰여행에는 갯벌에 깊게 뿌리내린 갈대가 있어 외롭지 않다
동검도 일몰여행에는 갯벌에 깊게 뿌리내린 갈대가 있어 외롭지 않다.

어둠에 맞서 대지를 밝히는 태양
아스라해지는 풍경 속에서 눈물을 흘리다

강화도의 길은 황량하다. 눅진한 공기와 낡은 도로와 정리되지 않은 풍경들이다. 남쪽 해안길을 따라가다가 동검도로 접어들었다. 강화도 남쪽에 있는 동검도는 강화도와 도로로 연결된 섬이다. 강화도에서 동검도로 진입하는 길 오른쪽에는 갯벌과 바다, 섬이 펼쳐진다. 일몰 시간을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한 해를 차분하게 되돌아본다.

사위가 어두워질수록 마음은 허허로워졌다. 보랏빛으로 변하는 공기의 색에 마음이 이끌린다. 지금부터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공기의 색이 변하는 것을 그 속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일행을 재촉했다. 왔던 길로 돌아나간다. 마을 골목길을 지나 갈대 피어난 바닷가 빈 터에 차를 세웠다.

해질 녘에 공기의 온도가 변하는 찰라가 있다. 차가워진 공기를 느낄 때 갈매기들은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공중으로 날아올라 노을빛 속에서 비행을 한다. 갈매기들이 어디론가 내려앉은 뒤 노을은 또 한 번 그 색을 바꾼다.

갯벌에 기우뚱 누운 배가 섬처럼 떠 있다. 바닷물은 저 멀리 물러나 있고 바다 멀리 산 뒤로 지는 해가 노랗고 붉은빛을 발산하며 풍경을 잠식하는 어둠에 안간힘으로 맞서며 대지를 밝히고 있다.

해가 사라진 공중의 색은 세 번 변한다. 빛의 진폭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안간힘으로 마지막 빛을 내는 한순간을 보았다.

서서히 기울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서서히 기울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갈대가 화석처럼 박혔다. 갯벌에 내린 뿌리로 흙을 완강하게 움켜쥔 갈대가 오늘 하루 세상을 떠돌다 멈추어 선 내 앞에 있는 것이다. 떠다니는 마음 뿌리내릴 수 없는 시간들이 외롭지 않은 것은 이런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하루가 쌓이는 곳은 어딜까? 형식이 강조된 다이어리에 남아 있는 날들은 화석이 되어버렸다.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왔던 순간들은 머릿속에 박제로 남아 있다. 길 위에서 시간은 꿈처럼 흐른다. 끝내 알지 못할 곳으로 지는 해가 거울 같았다.

시린 바람에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눈에서 눈물이 난다. 아스라해지는 풍경의 시간이 카메라에 담기는 순간이 따듯하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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