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그 누구들에겐 추억 속 그림, 더 어린 누구들에겐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익숙해지곤 줄곧 그래왔다. 불편하고 비위생적이고 화려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요즘 시장은 달라졌다. 재래시장이라는 이름도 ‘전통시장’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전통시장 육성책을 써온 정부 정책이 주효했다. 더불어 시장에서 꿈을 펼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시장으로 간 젊은이들은 누구인지, 그들이 바꿔놓은 전통시장의 모습은 어떤지 살짝 엿보았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시장’에 가고 있다. 장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달려간다. ‘청춘’의 희망이 자라는 곳은 바로 전국의 전통시장. 젊은이들은 양파, 고추, 쌀, 고등어, 반찬, 국밥을 파는 곳에서 자신만의 특화된 ‘무기’로 꿈과 희망을 ‘판다’. 황학동 풍물시장, 연남동 동진시장, 구로시장, 인현시장 등 서울의 주요 전통시장에 10개가 넘는 ‘청년몰’이 들어섰다.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상인몰’처럼 지방에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기존 시장에 젊은 상인이 늘면서 전체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밝고 활기차게 변한 것. 나이 든 시장 상인들의 반응도 좋다. 젊은 혈기가 유입되면서 매출도 늘고 있다고 한다. ‘청년 주인장’이 운영하는 점포가 늘어 일종의 ‘거리’가 만들어지자 이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증가 추세다.

현대화로 재탄생한 전통시장

‘전통시장’이란 ‘과거’나 ‘재래’의 의미가 들어 있는, 자연스럽게 발생한 고유 시장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재래시장’이 있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경우, 상업 기반시설이 오래돼 개보수 또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유통기능이 취약해 상거래의 현대화가 절실했다. 전통시장은 이를 개선해 재탄생한 시장이다.

젊은이들이 전통시장에 뛰어든 것은 기존 ‘장터’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몰리는 소형 유통업체, 온라인 쇼핑몰 운영보다 전통시장에 들어가 ‘장사’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에는 1500여 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젊은이들이 달려갈 곳이 전국에 퍼져 있는 셈이다.

여기에 청년 시장상인들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 등을 활용해 청년몰 조성 및 청년상인 창업교육, 공동마케팅 교육 지원 ▲전통시장 내 창업 희망 청년들의 창업에 따른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컨설팅, 홍보마케팅 지원 ▲지역 전통시장 우수상품 및 특산품 홍보, 판촉을 위한 전시회 개최 ▲점포 경영, 상품 디스플레이 등 개별 점포 지도 등이 그것이다.

젊은 마케팅이 시장 활력 높여

젊은이들이 있는 시장은 저마다 개성과 특색을 지닌다. 뚝도시장, 대명여울빛거리시장, 길음시장 등 2016년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된 곳이다. 부산에서는 국제시장, 부산전자종합시장, 광안상가시장 등 35곳이 지원을 받았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곳은 강원도로 동쪽바다중앙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42곳이었다. 이들 시장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볼거리와 팔거리, 먹거리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걸 만들어내도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 젊은이들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무기는 특히 마케팅이다. 누리소통망(SNS) 등을 활용한 뉴미디어 마케팅은 기존 상인들에게도 전파되어 손님을 끌고 있다. 시장에서 희망을 쏘는 젊은 상인들과 그들이 이끌어 내고 있는 전통시장의 변화상을 살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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