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만이 아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역 곳곳에도 국민마이크의 불이 켜졌다. 지난 6월 8일 대구를 시작으로 지역민도 인수위원이 됐다. 광화문을 찾지 않아도 자기 지역에서 정책 발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른바 ‘국민마이크 in OOO’이다.
지난 6월 10일 ‘국민마이크 in 대구’ 무대가 대구 동성로에서 열렸다. 이날은 6월 민주화 항쟁 3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30년 전 최루가스가 가득했던 동성로 거리에는 당시 현장 사진이 전시됐다. 이른 불볕더위에도 대구 시민의 국민마이크 참여 의지는 뜨거웠다. 특히 지역에서 열리는 국민마이크인 만큼 지역사회 현안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위탁교육기관 ‘마음이 자라는 학교’의 교사 김병하(52) 씨는 내실 있는 대안학교 정책을 호소했다. 그는 “팔공산 인근에 있는 마음이 자라는 학교를 교사 연수기관으로 만들려 한다”며 “친자연 환경에서 안정을 찾은 학생들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의해 시내로 옮겨질 위기에 처했다.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돌볼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 외 현장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미술작가 손영복(36) 씨도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예술가들이 정책에 참여하는 과정이 확대되고 있지만 지역은 아직 부족하다”며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직접 참여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6월 17일 수원에서 열린 국민마이크 현장.(사진=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조선뉴스프레스) |
“도서·산간 지역 곳곳에도 국민마이크 가주세요!”
6월 17일 수원 화성행궁에서 열린 ‘국민마이크 in 수원’.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화성에서 8개월 된 아이와 함께 온 안보람(28) 씨는 “지역별로 출산보조금의 차이가 큰데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정해 지역별로 차이 나지 않는 균등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남편 한성용(28) 씨는 “새 정부가 초석을 잘 다져 정책의 중심을 잡고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아이들의 참여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승혁(13) 군도 용기를 냈다. 공공 와이파이의 확대를 요구한 유 군은 “청소년 입장에서 데이터 요금이 부담되는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뉴스에서 보던 광화문 1번가가 수원에도 와서 좋다”며 “도서·산간 지역 곳곳에도 마이크가 가서 국민이 발언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민마이크 in 수원’을 담당하는 수원영상미디어센터의 최소원 팀장은 “최대한 많은 지역민의 의견을 담고자 노력한다”며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할 기회를 갖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원은 시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기 위해 ‘찾아가는 국민마이크 in 수원’도 진행했다. 여기에는 ‘동네방네TV 시민제작단’이 참여해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의 의견을 담아냈다. 지동시장, 광교산 등산로 입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아 참여도를 높였다. 특히 국민마이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우만종합복지관 등을 방문하고 이주민센터에 마이크를 설치해 소외된 목소리를 줄이도록 힘썼다.
‘찾아가는 마이크’, ‘릴레이 마이크’, 형식도 다양
6월 14~26일 광주는 릴레이 형식으로 국민마이크를 이어갔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광주에서 활동하는 인사 및 시민단체의 의견을 영상으로 담았다. 첫 발언권은 행사를 제작·기획하는 청년협동조합인 코끼리협동조합의 박지민 이사에게 주어졌다. 그는 계약 이전 공공기관 프로젝트에 착수해 계약금액을 낮춰 제안하는 불공정 계약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계약조건이 수차례 바뀌며 미뤄지다가 결국 전시 일주일을 남기고 일을 포기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와 같은 경험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박 씨는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고민하지 않는 순간 갑질이 나온다. 행정상의 맹점 속에서 청년들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사회가 하나씩 바뀌어나가길 기대했다.
마이크는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에게 전해졌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와 달리 근로정신대 할머니에게 우리 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것을 지적했다. 이 씨는 “위안부로 오해받는 게 두려워 근로정신대 신고기간을 놓친 할머니들에게는 지원금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신고조차 두려워했던 할머니들을 위해 정책이 미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일제강점기에 강제노동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현재 평균 연령 88세 고령의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14건의 법적 제소를 한 상태다. 이 씨는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아 90세 고령의 피해 당사자가 직접 법원을 오간다”며 새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민마이크 in 광주’는 유치원 방과후교사·초등돌봄교사 해고 사태, 문재인 정부의 농정과제 해결, 일용직 건설현장 문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등을 주제로 바통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국민마이크 in OOO’은 전북 전주, 경기 성남, 화성, 부천, 충남 서천, 강원 원주, 화천, 인천 남구 등에서 지역민의 소리를 담았다. ‘국민마이크 in OOO’은 7월 12일까지 지역 곳곳에 무대를 만들고 국민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한다.
‘국민마이크 in OOO’을 운영하는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허경 사무국장은 “국민마이크 in OOO은 지역 이슈와 생활 밀착형 의견을 받고자 노력하며 영상으로 제작된 지역민 정책은 추후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