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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보드 좀 하니? 그래도 스키가 좋다

[김창엽의 과학으로 보는 문화] ‘겨울스포츠의 꽃’ 스키

2018.01.26 김창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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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년 사이 많은 사람들에게 독보적으로 사랑 받는 겨울 대중 스포츠의 꽃은 아무래도 스키라고 해야 할 듯 하다.

40~50년전만 해도 스케이트가 대종을 이뤘지만, 최근 들어 세태가 크게 변한 것이다. 과거 겨울이면 방죽이나 얼어 붙은 논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썰매를 즐기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 않았으나, 요즘은 거의 옛일이 돼버리고 말았다.

활강 스키 경기에서 선수가 회전하며 역주하고 있다. 스피드가 중요한 경기에서는 캠버 형태의 스키가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제공=트리실)
활강 스키 경기에서 선수가 회전하며 역주하고 있다. 스피드가 중요한 경기에서는 캠버 형태의 스키가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제공=트리실)

겨울이 찾아오는 나라 치고 인기 겨울 스포츠가 없는 나라는 없다. 추위가 일찍 왔다 늦게 물러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나 러시아,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 등지에서는 열광적으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 겨울 스포츠의 대표주자는 스키와 스케이트라고 해야 할 듯 하다. 겨울이 긴 국가에서는 실제로 스키장과 실내 링크 스케이트장이 고루 붐비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은 스케이트가 퇴조하고, 스키가 압도적 인기 종목으로 부상해 북유럽 국가들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겨울 스포츠라면, 많은 한국인들이 스키를 연상하는 건 그래서 무리가 아니다. 스키가 한국인의 겨울 놀이문화에 있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되고, 또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강원 지역에 스키장과 리조트가 다수 위치한 것도 그 중 하나일 터이다.

스케이트는 과거 농촌의 얼어붙은 저수지나 논 위에서 타기 좋았지만,  요즘 시골에는 스케이트를 즐길 만한 젊은 인구 자체가 극단적으로 적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철 긴 기간 동안 강이나 저수지 등이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얼어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스키와 스케이트의 인기를 이처럼 갈라 놓은 건, 스포츠 인프라 차이와 기후 여건도 한 몫을 했다.

스키 타기는 지난 수십 년 사이 놀이 문화 혹은 여가 문화의 하나로 인식됐지만, 사실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많은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삶과 생존의 한 방식이었다.  인류가 처음부터 재미 삼아 혹은 겨울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스키를 고안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스키의 발상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듯, 겨울이 추운 지역이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오늘날의 러시아 지역에서 길게는 8000여년전부터 인류가 스키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스키 종주국처럼 인식되는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대략 7000년전 스키를 탔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스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스키의 주 재질은 나무였다. 최근 수십 년 사이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키가 나오면서 대중화가 촉진됐다. (제공=그리핀더)
나무로 만든 스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스키의 주 재질은 나무였다. 최근 수십 년 사이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키가 나오면서 대중화가 촉진됐다. (제공=그리핀더)

스키라는 단어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고어인 ‘skíð’에서 비롯됐는데, 그 지역 발음으로는 ‘쉬’에 가깝다. 널리 ‘스키’라고 불리게 된 건, 이 단어가 영어로 그대로 차용되면서 영어 식으로 발음됐기 때문이다.

스키는 무엇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북쪽지역 사람들에겐 옛날에 최적의 교통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힘을 덜 들이고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북유럽 지역과 특별한 교류가 없었지만, 겨울이면 눈이 많은 남한의 강원도나 북한 지역 일원에서 한국인의 조상들 또한 수천 년 전부터 원시적 형태이나마 스키를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키가 현대 국가에서 대중들 사이에 겨울철 놀이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데는 무엇보다 과학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현대 스키에는 그 어떤 운동 장비 혹은 장구보다 과학이 많이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핏 보면 기다란 스키 몸체에 부츠를 장착하는 단순한 구조인 것 같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구석구석이 모두 다 ‘과학’의 산물이라 할만하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스키는 한국이나 유럽 모두 몸체의 주요 재질이 나무였다. 가볍고 잘 휘는 등 탄력성 있고, 눈 같은 습기와 장시간 접촉해도 잘 부풀어오르지 않는 나무가 주로 이용됐다. 한국의 강원지역에서는 예를 들어 물푸레나무 같은 것들을 다듬어 스키를 만들었다.

현대적 의미는 스키는 1950년대를 전후에 등장했다. 예컨대 1950년에 선보인 나무 판 양쪽에 알루미늄 합금을 덧댄 스키 같은 게 한 예이다. 스키는 탈 것이라는 점에서 비유가 아주 적절하지는 않지만, 개발 및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자동차와 유사한 면도 있다. 스피드와 회전 및 브레이킹 능력의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초점이 모아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재미 삼아 타는 스키는 대부분 알파인 계통의 스키들이다.  산 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활강 스키가 대부분이라는 말인데, 평지나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등의 동작에 적합화된 노르딕 계열의 스키를 즐기는 사람도 서구에는 적지 않다. 헌데 알파인이든 노르딕이든 스키어가 힘을 덜 들이고 스피드를 낼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훌륭한 자동차의 또 다른 조건이 우수한 브레이킹 및 회전 능력이듯,  훌륭한 스키는 스키어가 의도한 대로 회전이나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눈과 접촉면인 스키 바닥은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하는 반면, 측면의 이른바 ‘엣지’ 등은 방향 전환할 때 스키어의 의도대로 속도를 감속시키는 등 양호한 응답성을 갖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스키들. 맨 위는 스키장이 아닌 설산에서 주로 타는 스키, 가운데는 일반인들이 흔히 타는 스키, 아래는 눈을 다지는 스키장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는 스키이다. (제공=치안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스키들. 맨 위는 스키장이 아닌 설산에서 주로 타는 스키, 가운데는 일반인들이 흔히 타는 스키, 아래는 눈을 다지는 스키장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는 스키이다. (제공=치안티)

좋은 평을 받는 자동차와 좋은 스키의 평가 기준은 그러고 보면 상당히 유사한 셈이다. 즉 가속 페달을 밟으면 짧은 시간에 차가 최고 속도에 이르러야 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즉시 안전하게 멈춰야 하듯 좋은 스키는 스피드를 내기 쉬우면서도 회전이나 멈춤이 자유로워야 한다.

스피드와 제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스키에 녹아 든 과학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 스키의 전반적인 모양이라 할 수 있다. 스키는 대부분 앞쪽의 폭이 가장 넓고 허리가 잘록하며 뒤끝에서는 다시 조금 넓어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유선형을 유지하고, 눈 속에 묻히지 않으면서도 눈과의 마찰로 인해 물기가 나오게 함으로써 미끄러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스키는 눈 위에 놓았을 때 옆 모습을 기준으로 크게 3종류로 나뉜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수평인 ‘플랫’, 그리고 가운데 부분이 지면에서 위로 들려진 ‘캠버’, 또 이와 반대로 아래로 쳐진 ‘락커’가 그들이다.

초기 스키들은 대부분 플랫이었지만, 최근의 스키는 캠버나 락커형이 대부분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캠버는 스피드를 내는데 유리하며, 락커는 회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축구선수의 신발에 붙어 있는 징의 숫자가 공격수냐 수비수냐에 따라 다르듯, 선수들은 전문 분야에 맞춰 다른 스키를 탄다.

스키는 알파인과 노르딕으로 크게 나뉘지만, 평창 올림픽 같은 경기 부문에서는 더 다양하게 종목이 분류된다. 회전 대회전 같은 알파인 부문 외에도, 점프 스키,  모굴 스키, 프리 스타일, 크로스 컨트리 등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러지는 스키 경기들이 즐비하다.

겨울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라면 스키시즌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때 스노우보드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다가 최근 스키 인구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용평스키장을 찾은 스노보더가 은빛 슬로프에서 넘어지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용평스키장을 찾은 스노보더가 은빛 슬로프에서 넘어지고 있다. 겨울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라면 스키시즌을 손꼽아 기다린다. 최근 스노우보드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다가 스키 인구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피드를 중시하는 알파인 계통은 캠버 계통의 스키들이 대부분이고, 스키 점프의 경우 스피드가 우선이기 때문에 스키 자체의 길이도 길고 폭도 넓은 편이다. 그런가 하면 모굴 스키는 쉴새 없이 회전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스키 길이도 짧고 스키의 허리 부분은 머리와 꼬리 부분에 비해 한결 폭이 좁다.

전문 선수가 아닌 일반인용 스키는 과거에 비해 길이가 짧아지고,  허리가 잘록한 스타일이 최근에는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는 스피드와 방향 전환을 고루 감안한 결과이다. 한때 스노우보드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다가 최근 스키 인구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건, 스키 과학의 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타기 쉬우면서도 스피드도 웬만큼 낼 수 있는 스키들이 최근 십 수년 사이에 널리 보급된 게 한몫을 한 것이다.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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