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청학1동 일명 ‘해돋이마을’. 6·25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이북 피란민들이 살 곳을 찾아 헤매다 이곳에 이주해 돌과 흙으로 집을 짓고 정착하면서 조성된 마을이 다. 이후 부산역 근처에서 생활하던 피란민들도 화재로 삶의 터전 을 잃고 이곳에 들어오면서 마을 규모는 더욱 커졌다.
해돋이마을은 봉래산 둘레길 관광객들이 꼭 찾는 명소다. 마을의 전체 전경(사진=부산 영도구청) |
7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해돋이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8년 현재 주민의 35%가 고령자이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도 14.4%로 전국 평균의 4.5배에 달한다. 이곳은 30년 이상 노후주 택 비율이 83.5%, 무허가 건축물 비율이 90.9%에 이르는 등 노후 주택이 밀집된 대표적인 주거 취약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해돋이마을이 관광객이 찾는 지역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돋이 전망대에 국수 판매소와 카페가 개설되고, 해돋이 공방과 마을관광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해돋이마을이 활기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해돋이마을의 테마 담장. 영도구 도시재생추진단은 벽에 벽화나 시를 쓰거나 타일을 붙여 골목길에 스토리를 입혔다.(사진=부산 영도구청) |
국토교통부가 부산 영도구 해돋이마을에 실시한 도시 취약지역 개조사업인 ‘새뜰마을사업’ 덕분이다. 국토부는 5월 3일 영도구 해돋이마을의 새뜰마을사업을 통해 어르신 맞춤형 수익사업을 마련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영도구 해돋이마을 사업은 지난 2015년 국가균형발전위 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된 취약지역 개조사업으로, 영도구는 국토부, 균형위와 함께 올해까지 약 73억 원을 투입해 물리적 주거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휴먼케어 및 주민 역량 강화 부분에서도 많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해돋이 취약지역 개조사업의 가장 큰 강점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역의 도시계획·건축 전문가를 비롯해 청년단체와 복지사를 사업총괄코디네이터 및 현장 활동가로 선정하고, 주민설명회(4회), 정기회의(매주), 게시판(4곳), 소식지(18회) 등을 활용해 주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돋이 집수리단’ 구성 불량주택 수리
지난 3월 주민 의견을 수렴해 신축한 영도구 복합커뮤니티센터에는 ‘영도구 노인복지관 분관’과 ‘해돋이행복센터’를 조성해 마을 도서관과 건강클리닉 등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생활밀착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국 최초로 지역 대학(한국해양대, 고신대)과 함께 집수리 교육을 통해 공·폐가를 활용한 순환형 임대주택 2곳을 조성하고 ‘해돋이 집수리단’을 구성해 노후 불량주택을 개선,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해돋이마을은 해뜨고 지는 모습을 보기 좋은 곳이다(사진=부산 영도구청) |
아울러 물리적인 환경 개선과 함께 고령자·기초수급자 등을 위한 주민 돌봄 사업도 ‘건강’, ‘일자리’를 주제로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지역 대학·병원과 함께 ‘건강 클리닉 사업’을 추진해 노인들에게 스포츠마사지(28회), 건강검진(3회) 등을 제공하고, ‘일대일 지역지킴이 활동’(864명 참여), ‘반찬 나눔 사업’ 등을 시행해 고독사 등 사회문제를 주민 간 끈끈한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지역 명소인 해돋이 전망대에 국수 판매소와 카페를 개점해 어르신이 만든 음식을 판매하고, 해돋이 공방과 마을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마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활동수익금은 공동 텃밭, 마을잔치 등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는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부산 영도구 도시재생추진단은 사업 완료 시점인 올해 말까지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소방도로를 개설하고, 상수도를 설치해 화재·위생 등에 취약했던 지역의 안전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고령자 배려 골목길 정비, 재해 방지 우수로 개선, 집수리, 청년 밸리 프로젝트 등을 기존 사업과 연계 추진해 해돋이마을의 주거환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다.
현재 해돋이마을은 도로와 접하지 않는 주택 비율이 87.8%, 지하수 이용가구는 35.2% 정도다. 마을 내 세 개의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 가구는 19가구에 달한다.
국내선 처음으로 마을동화집 발간
2016년 부산 영도구의 해돋이마을 ‘새뜰마을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다. 마을 주민들과 작가들이 모여 “사라져가는 마을 이야기를 동화로 남겨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15명의 마을 주민들은 해돋이마을의 삶과 애환을 현정란 작가 등 6명의 동화작가들에게 쏟아냈다.
마침내 그해 8월 마을 주민들과 작가들이 함께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 동화집 <해돋이 마을>(현북스)이 탄생했다.
해돋이마을은 부산항과 오륙도, 부산대교, 영도대교가 바라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사진=부산 영도구청) |
새뜰마을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한 이 책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대를 힘껏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똥구덩이에 빠진 동생을 구하려다 새로 산 흰 바지에 똥물이 튄 상택이, 밤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쥐 때문에 잠 못 들던 진희네, 새로 이사 온 영희네가 샘에서 물을 받으려다 텃세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이북 할매, 신문팔이 소년 장복이가 할아버지가 되어 오래전 거짓말을 용서받기 위해 다시 찾은 영도다리, 구두닦이 소년 억만이의 눈물 등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던 시절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해돋이 마을 골목골목에 마련된 쉼터와 꽃으로 그려진 마을 벽면(사진=부산 영도구청) |
부산 영도구청 “마을이 처음 생기던 때 들어오신 1세대부터 전쟁과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 찾아든 2세대, 그리고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3세대까지 그들의 이야기”라며 “어르신들에게서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배를 잡고 웃기도 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국토부와 균형위는 도시 취약지역 개조사업, 일명 새뜰마을사업으로 달동네 등 도시 내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한 지역에 대해 생활 인프라, 집수리, 돌봄·일자리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68곳의 도시 취약지역 개조사업의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사업 단계별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 동화집 <해돋이 마을>(사진=부산 영도구청) |
매년 추진 실적을 평가해 우수사례를 타 지역에 공유·확산하고, 어려움을 겪는 지역은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주민 참여·집수리 등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와 함께 현장 컨설팅을 시행 중이다. 국토부와 국가균형발전위는 지난해 부산 사하구 괴정2동의 대티고개마을, 인천 동구 만석동 철길마을, 강원 영월군 상동읍 텅스텐마을, 전북 김제시 옥산동 성산지구 일원, 경남 밀양시 남포동 남포마을 등 16개소를 새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