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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일괄이양법, 선진국 경험과 사례에서 배운다

2018.11.19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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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부원장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부원장

지방일괄이양법안의 국무회의 통과와 국회 제출은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할 뿐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 행정에 있어서 입법방식의 획기적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지방일괄이양법안의 정식 명칭은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6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이다.

법률안의 정식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의 이양’이라는 단일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나 개정을 필요로 하는 법률이 다수 부처에 관계되어 있어서 이를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일괄’하여 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7년 ‘행정절차법’의 시행에 따라 개정되어야 하는 공인회계사 등의 정비를 위하여 개별법률 267개를 일괄하여 개정한 ‘행정절차법의 시행에 따른 공인회계사법 등의 정비에 관한 법률안’이 있었으며 같은 해 ‘금융감독기구의 인가 등에 관한 관한 법률 제정 등에 따른 공인회계사법 등의 정비에 관한 법률안’ 등이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일괄개정의 입법형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이러한 일괄개정 방식을 비교적 활발하게 활용하는 편이며,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첫 번째, 중장기적인 정책방향이 설정되고 이를 지속적이며 일괄되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이다. 1999년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관계 법률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지방분권일괄법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이러한 지방분권일괄법은 현재 8차례에 걸쳐서 제정·시행됨으로써 자치분권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행정절차법과 같이 특정한 행정분야 또는 소관부처를 뛰어넘어 다수 부처가 소관하는 다양한 법률에 일반적으로 정해놓아야 하는 원칙과 절차 등을 제도화하는 경우이다.

사실 일본의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회에서 심의기간이 부족하여 졸속입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대해서는 국회의 상임위원회에서도 전문가를 중심으로 장기간 검토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심의기간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논란이 해소되었다.

다음으로 자치분권으로 인한 문제점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자치단체 내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정부가 일정한 요건 아래 자치행정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논란이 종식되었다.

세 번째로 이양된 권한과 사무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육성과 재정분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정분권을 병행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공무원의 전문성과 역량강화를 위한 중앙-지방간 인사교류 및 인력 파견, 연수등 전문성 교육 강화, 경력직 채용 등을 통해 보완하도록 함으로써 해소되었다.

마지막으로 권한과 사무 이양 이후의 조례 정비 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 지적에 대해서도 법률뿐 아니라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정비함으로써 조례입법권을 확대하도록 하고, 조례입법권에 대한 중앙정부의 행정지도를 강화하는 것으로 하여 논란이 정리되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사무이양 비용평가자문위원회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여 사무배분 결과에 따른 비용증감 평가 등 재정지원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고 사무이양에 따른 총비용 계산 근거인 지출내역과 총액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함으로써 지방분권을 효율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김안제 위원장(오른쪽 3번째) 등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행정자치부에서 지방이양추진위원회 현판식을 갖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안제 위원장(오른쪽에서 네번째) 등이 지난 1999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행정자치부에서 지방이양추진위원회 현판식을 갖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현대 사회는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 있어서 단일한 입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지켜나가기가 어렵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입법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행정부 내의 칸막이 행정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일정한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동의한다면, 법치행정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입법과정에서도 일괄개정과 같은 방식으로 행정의 종합적 문제해결 노력을 뒷받침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법률개정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뛰어넘어 다양한 법률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입법경제적으로 효율성을 확보하면서 종합적으로 심의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일괄이양법안의 입법과정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 행정부로 하여금 종합적인 대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수립하되 중립적이며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입법부가 명실상부하게 국민의 대표기관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법치국가에서 입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시키면서 입법방식의 선진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입법적 대응이 신속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는데 입법부가 중심에 서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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