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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과 주민이 만든 건해산물 거리의 기적

[대한민국 혁신 국민이 누린다] ④마을 공동 소유 ‘1897건맥펍&스테이’

2022.01.03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1897건맥펍&스테이 내부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1897건맥펍&스테이 내부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정부·사회혁신 및 적극행정 등 문재인정부의 주요 제도혁신 성과를 수혜 현장과 수혜자의 말을 통해 소개합니다. 이번 호는 주민이 나서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건맥1897협동조합 사례입니다. <편집자 주>

▶1897건맥펍&스테이 옥상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1897건맥펍&스테이 옥상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평소 사람 한 명 없이 썰렁했던 전남 목포시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가 하루아침에 6000여 명의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 기적은 건해산물 거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회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이뤄낸 성과라는 게 더욱 놀랍다. 수많은 관광객의 방문에 한껏 고무된 지역 주민들은 이런 축제를 일상화하는 데 합의하고 십시일반 모은 자금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건물을 매입해 마을 공동 소유의 ‘1897건맥펍&스테이’를 열었다.

지역 주민이 다 같이 건물을 관리하며 지역의 상권을 살리는 데 동참하기로 한 것.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긴 했지만 ‘1897건맥펍&스테이’를 운영하는 주민들은 6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 그 기적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건어물+맥주’로 쇠락한 시장 살리기

“2019년 9월 처음 ‘건맥(건어물+맥주)1897 축제’를 준비할 때는 모두가 반신반의했어요. 500명은 올지 걱정도 했죠. 그런데 오후 4시도 안 돼 준비한 자리가 모두 꽉 찼고 상가들의 탁자와 의자를 모조리 꺼내놓아도 자리가 모자랐어요. 믿을 수가 없었죠. 평소에 사람이 한 명도 안 다니는 거리인데 하루 동안 6000여 명의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드니까 상인과 지역 주민들이 신나고 행복해서 난리가 났죠. 그 많은 사람이 왔다는 게 마냥 좋아서 장사할 생각도 안 하고 손님들과 대화하느라 정신없었어요. 정말 대단했어요.”

2019년 첫 건맥1897 축제 분위기를 묻자 박창수(47) 해산물상가상인회 회장 겸 건맥1897협동조합 이사장은 당시로 돌아간 듯 행복한 추억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2019년 건맥1897 축제는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건해산물 거리에서 건어물 장사를 한 지 27년이 된 박창수 회장은 “이곳 건해산물 거리는 도매상만 가끔 다니는 완전히 죽은 동네였다. 그런데 축제 덕분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살아 있는 동네가 됐다”면서 “하루아침에 이곳 상인과 주민들의 삶이 바뀌었다. 덕분에 행사를 한다고 하면 모두 ‘오케이!’를 외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 해산물상가상인회와 주민들은 목포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협력해 ‘건맥1897’을 브랜드로 만들고 거리를 활성화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이에 상인회와 주민 130여 명은 50만~500만 원씩 출자해 총 8500만 원의 자금을 모아 2019년 12월 1897건맥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를 활성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2021년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실시된 소규모 1897건맥 축제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2021년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실시된 소규모 1897건맥 축제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지역자산화 사업 선정 4억 7000만 원 융자 지원

협동조합 측은 건해산물 거리에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지역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는 ‘마을펍’을 만들기 위해 오래된 3층짜리 여관 건물을 개조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2020년 행정안전부에서는 지역 내 방치된 공간을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에게 자금을 융자해주는 ‘지역자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1897건맥펍은 당당히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4억 7000만 원의 건물 매입 대금을 융자받았다. 상가 건물 1층은 마을펍, 2~3층은 호스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2020년 7월 1897건맥펌&스테이를 열었다. 

장인수(27) 건맥1897협동조합 운영팀장은 “지역자산화 사업은 주민들이 주인공이지만 나이 든 주민들이 처리하기 힘든 행정적인 업무 등은 젊은 인력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이 하고 있다”면서 “물론 지역 주민들도 건물 리모델링 공사 감독 등을 하면서 마을 소유의 공동펍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897건맥펍&스테이를 개장하는 날은 그야말로 마을의 축제 같았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펍에 입장했고 80석에 해당하는 1층 펍은 한동안 호황을 이뤘다. 목포 근해에서 나온 신선한 건해산물 안주와 맥주를 판매하는 ‘1897건맥펍’은 그야말로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또한 오래된 여관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스테이는 5만~7만 원대의 저렴한 숙박비는 물론 안주와 맥주까지 공짜로 제공하기 때문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박창수 회장은 “1897건맥펍을 개장하고 난 뒤 동네가 갑자기 유명해졌다.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 ‘서울에 2호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19 장기화로 관련 사업이 모두 정지된 상태”라고 아쉬워했다.

▶2020년 7월 1897건맥협동조합원 130여 명은 마을 공동소유의 펍을 열고 지역상권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2020년 7월 1897건맥협동조합원 130여 명은 마을 공동소유의 펍을 열고 지역상권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건맥1897협동조합)

“힘든 시기 버티면 생기 넘치는 거리 되찾을 것”

그럼에도 2021년에는 100~200석 규모의 소규모 축제도 5회나 개최했다. 물론 테이블 간 거리두기, 손소독 등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야외에 테이블 100여 개를 놓고 진행한 행사라 손님들도 안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상인들은 매출이 올라가서 좋고 손님들은 저렴하게 건어물과 맥주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협동조합 측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그동안 오프라인 위주로 진행했던 행사를 온라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인수 팀장은 “2021년에는 조합 활동이 지역공동체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 것이 인정돼 행안부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일정 사업비도 지원받았다”면서 “앞으로 소규모로 작은 행사를 상시 운영하고 브랜드 홍보를 통해 건맥 세트 소포장 판매, 수제 맥주 개발, 온라인 사업 등으로 확장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포시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의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박창수 회장은 “지금 코로나19로 거리가 다시 텅 비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관광객들의 발길로 꽉 찰 거라고 믿는다”면서 “힘든 시기를 잘 버티고 다시 생기 넘치는 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민들의 노력과 금융기관의 협력 ‘1897건맥펍&스테이’ 성공 배경은?

‘1897건맥펍&스테이’가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협동조합의 자금 여력만으로는 건물을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멋진 펍&스테이를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은호 목포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은 “지역에서 마을펍을 만들고 싶어 했는데 주민들이 스스로 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센터에서는 지역자산화 사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직접 처리하기 힘든 행정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1897건맥펍&스테이’처럼 130여 명이 모여 마을펍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사례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행안부 지역자산화 사업에서 4억 7000만 원 융자를 지원받고 신용보증기금 저금리 대출, 꿀벌신협 대출, 비플러스 펀딩(시민투자), 사회가치연대기금 등의 사회적 금융기관을 통해 초기 시설에 투입되는 자금(8억 원)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전은호 센터장은 “목포시 ‘1897건맥펍&스테이’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사회적 금융기관들의 협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안정적으로 원금을 상환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그 수익금으로 지역사회 발전과 건해산물 거리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897건맥펍&스테이’ 성공시킨 행안부의 지역자산화 사업이란?

지역자산화 사업은 2020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주민이 공간을 공동으로 소유·운영하는 경우 금융기관의 융자금 지원을 통해 자산화를 도움으로써 지역사회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지역자산화에 필요한 공동 공간 매입비는 건당 10억 원 한도 내에서 융자하며 대상은 사회적협동조합,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이고 소유와 운영계획에서 주민의 참여·계획은 필수 조건이다. 지역자산화 사업의 추진 절차는 행안부 사업공고에 따라 사업예정지의 관할 광역지방자치단체 사회적경제기업 담당부서에 우편이나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행안부는 이 사업을 위해 2020년에는 12개 단체에 총 57억 원의 융자금을 지원했으며 2021년에는 28개 단체를 예비 대상자로 선정하고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역자산화 사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마을 주민 130명이 조합원으로 운영하는 ‘건맥1897협동조합’, 주민의 자전거 문화를 기반으로 원도심 활성화와 농어촌 공정여행(현지의 문화와 환경을 존중하고 교류하는 여행)을 이루고자 하는 제주도의 ‘푸른바이크 쉐어링’, 광주의 소상공인 협업 공동브랜드 ‘한글피움’ 등을 꼽을 수 있다.

행안부에서 지역자산화 사업을 담당하는 문윤희 사무관은 “지역자산화 사업은 자산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침체한 지역에 해결의 실마리를 주고자 시작됐다”면서 “이 사업을 통해 주민이 지역사회 혁신활동 공간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지역사회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지역 활성화의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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