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74년 만에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된 지 일주일을 맞았다. 이날 기준 관람객이 30만 명을 돌파했다. 또 관람 신청 접수가 403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대통령실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6월 11일까지 현 이벤트 관람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금은 청와대가 명실상부한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났지만 개방 전날까지 실현 가능성을 놓고 우려가 없지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의미와 상징성에도 준비 기간이 두 달이 안될 정도로 턱없이 짧았다. 실무자들조차 “막막하고 두려웠다”고 한다.
물론 그것이 기우로 판명났다. 청와대 개방은 ‘성공’했다. 이제 청와대는 명실상부한 ‘열린 공간, 시민의 공간’으로 국민 품에 안겼다. 그 성공 뒤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가 있다.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 김오진 비서관을 비롯 박충원·정태준·박선연 행정관, 백현민 사무관(문화재청), 김순호 팀장(한국문화재재단)이 그 주역이다.
이들은 현재 집무실 이전뿐 아니라 청와대 개방과 한남동 새 대통령 관저 등 ‘용산 시대' 관련 업무를 이어받아 총괄하고 있다. 5월 17일 청와대에서 박충원 행정관(이하 박), 백현민 사무관(이하 백), 김순호 팀장(이하 김)을 만났다.
“D-50 가장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청와대 개방 일주일이 지났다. 소감은?
=(백)매일 경내를 돌며 시민 반응을 보는데 너무 좋아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다 사라졌다.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하다. 개방을 준비하는 50일간, 공무원 생활 5년 중에서 가장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침류각, 오운정, 미남불 등 청와대 내 문화재를 고려해 해설 프로그램을 제안해 운영 중인데 반응이 좋아 감회가 깊다.
=(박)열린 공간, 시민의 공간이 되길 바랐는데 일주일 만에 청와대가 그런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자체로 감동이다. 청와대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시민들을 보면서 의미 있는 개방이었다는 확신이 더 공고해졌다.
=(김)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에 맞춰 청와대 개방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 청와대를 수시로 오가는 우리와 달리 가족들은 아직 청와대에 와본 적이 없다. 관람 신청해도 매번 탈락한다.(웃음) 그런데 여기에서는 ‘지인 찬스’가 안 통한다. 우리부터 이런 원칙을 세워가고 있는데 청와대 개방 프로젝트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개방 당일 가장 염려했던 것은?
=(박)청와대 개방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반면 우리가 경내에서 개방 행사를 준비한 시점이 5월 10일 0시부터였다. 실질적으로 주어진 9시간 동안 만반의 준비를 끝내야 했다. 화장실, 입장 데스크, 현장 부스 등 편의시설은 물론 안내 프로그램 운영, 행사 요원 투입, 무대 준비까지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개방행사의 특성상 모의실험(시뮬레이션)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긴장과 부담감이 극도에 달했다. 5월 10일 오전 11시 30분, 시민대표 74명이 청와대에 들어서는 장면이 생중계될 때 쾌감과 희열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청와대 개방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박)매일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어서 전부 기억에 남는다. 특별한 경험이고 다시 못할 경험이어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백)뭐니뭐니 해도 개방 전날 밤이 가장 생생하다. 5월 10일 자정 청와대 문이 열림과 동시에 수십 대의 5톤 트럭, 7톤 지게차, 크레인, 작업자들이 들어오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시설물 설치와 점검, 인력 운용 등 현장상황을 진두지휘했던 그 밤, 우리는 9시간의 야간전투를 치른 셈이다. 저녁으로 먹은 김밥과 라면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없다.
“야간개장 포함 영빈관 등 시설 일부 공개 검토”
청와대 개방까지 준비기간 50일, 이들에겐 야근·철야, 휴일 근무가 일상이었다. 박 행정관은 “‘우리 딸 그만 고생시켜달라’는 장모님의 전화를 받았다”며 “아내가 두 달 넘게 여섯 살, 다섯 살 두 자녀를 혼자서 육아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며 웃었다.
이들이 청와대 개방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건 ‘청와대=과거(역사)-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열린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었다. 개방 직후 전통문화에 기반한 문화행사들을 많이 배치한 건 이 때문이다. 박 행정관은 “5월 22일 대정원 뜰에서 열리는 KBS 열린음악회는 미래 콘텐츠인 셈”이라며 “5월 22일 이후부터 6월 11일까지는 미래로 나아가는 프로그램들이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현재 가장 궁금해 하는 건 향후 청와대 개방 계획과 일정이다. 박 행정관은 “야간개장 포함해 영빈관·춘추관 시설 일부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청와대 활용방안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반영할 계획이다.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대통령기록관, 체험관, 놀이시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누리집 등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의견과 아이디어를 내줬으면 합니다.”
청와대 개방과 맞물린 관광지 개발 가능성도 관심사다. 관광객 유입과 상권 개발이 이뤄진다면 청와대 인근이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중심지로 급부상하는 건 시간문제다. 백 사무관은 “청와대 북쪽으로 북악산, 남쪽으로 경복궁이 있다. 이 세로축과 함께 삼청동-효자동을 잇는 가로축이 하나의 관광벨트가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은 74년 만에 의지와 약속을 실천한 대통령, 그리고 헌신적으로 업무에 매진했던 이들이 없었다면 영원히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몫을 다해준 작업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관계부처 기관 직원 500여 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어요. 지금도 편의시설 개보수, 청소와 관리, 안내 요원 등으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그분들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어요. 또한 ‘차 없는 거리’에 협조해주신 인근 주민들에게도 특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김순호 팀장)//
청와대 관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개인 관람 인원이 최대 4명인데 다자녀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지참 시 인원 제한 없이 입장 가능합니다.
-50명 넘는 단체는 입장 가능한가요?
=단체당 30~50명 이하로 신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강처럼 텐트 설치 및 라면 취식이 가능한가요?
=텐트 설치와 라면을 끓여먹는 행위 모두 불가합니다. 간단한 음료 등은 가능하지만 음주는 안됩니다.
-청와대 경내 카페나 매점, 기념품 판매점이 있나요?
=경내에 식음료를 파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앞 사랑채에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는 카페가 있습니다. 기념품도 사랑채 1층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흡연구역이 있나요?
=관람객의 건강권 확보와 화재 예방을 위해 청와대 전 권역에서 흡연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밤에도 들어갈 수 있나요?
=개방 초기 당분간은 시설점검, 안전시설 미비로 야간개방은 하지 않습니다. 추후 야간개방을 검토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