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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준 참 고마운 전시네요”

청와대 장애예술인 특별전 참여 최지현 작가…추락사고 후 전문화가로 제 2인생

“대중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 먹게 돼…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이어지길”

2022.09.16 정책브리핑 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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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의 어느날. 서울의 한 아파트 7층 복도. 집들이에 초대받아 일행 4명과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던 그 찰나의 순간. 난간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언제 올라 올래? 빨리 올라와!” 

순간 몸이 휘청거리면서 앞으로 쏠렸다. 10cm나 되는 하얀 샌들이 문제였다. ‘11월에 왜 샌들을 신어서…’라는 자책도 하기 전에 중심을 잃고 그대로 추락했다. 며칠 후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의사는 다시는 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기엔 너무 꽃다운 나이. 스물여섯. 그는 그렇게 하루 아침에 경추 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장애를 입게 됐다. 

지난 8월 31일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 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전시 작가로 참여중인 전신마비 화가 최지현(43)씨의 이야기다.

최씨는 9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세상을 향한 몸부림의 탈출구Ⅳ_자화상2’라는 작품명으로 첫돌의 모습이 담긴 자화상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전시장에서 이 작품을 대면한 관객들은 작품명과 상반된 이미지의 그림에 적잖이 당황한다. 그림 속 발갛게 상기된 통통한 볼의 아이는 화려한 꽃과 구슬, 리본 끈에 둘러싸여 행복해 보이는데, 작가는 이 아이가 영정액자 속에 있다고 말하니 말이다.

최지현 작가가 장애예술인 특별전에 출품한 ‘세상을 향한 몸부림의 탈출구Ⅳ_자화상2’.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최지현 작가가 장애예술인 특별전에 출품한 ‘세상을 향한 몸부림의 탈출구Ⅳ_자화상2’.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최 작가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땐 걷지도, 손을 쓰지도 못하게 됐지만 영정액자의 틀이 현실과 다른 세계의 통로가 돼 이제 한발한발 나간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면서 “세상을 향한 몸부림의 탈출,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은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장애인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 다짐을 했지만 작품을 내 놓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경추신경 손상으로 사지마비가 되면서 붓에 나무막대 네댓개를 이어 붙인 후 손목에 밴드로 이어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 하나를 긋기 위해 연필로 50번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해야 하는 만큼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했다. 그런 시간이 쌓여가면서 최씨는 어느새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갔다. 일부러 어디를 나가지도, 누굴 만나자고 약속을 먼저 잡아본 적도 없었던 그였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최 작가의 삶은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에서는 전통무용을 전공했고, 클럽 DJ로도 활동했다. 2010년 잠실 장애인미술 창작 스튜디오를 방문한 게 미술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돼 지금까지 13년동안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작업실에 스스로를 가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장애 예술인 특별전 이후 변화가 생겼다.

최 작가는 “지금까지 작가는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면 된다는 어떤 틀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전시에 참여하면서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밝은 영향력을 줄수도 있었는데, 스스로 벽을 치고 왜 소통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지현 작가. 아대에 긴 나무 젓가락을 끼워 작업하는 모습.(사진=최지현 작가)
사진 왼쪽 최지현 작가. 손목 보호대에 긴 나무 젓가락을 끼워 작업하는 모습.(사진=최지현 작가)

전시 개막 2주만에 관람객이 5만명을 넘을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그의 마음가짐을 되돌리는데 영향을 끼쳤다. 

최 작가는 “장애인 아트페어가 열려도 우리들만의 소외된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며 “청와대 첫 전시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우리 장애예술인들을 같이 돋보이게 해줬고, 앞으로는 대중 앞에 당당히 나가 장애예술인 작품을 많이 선보이고 싶은 마음을 먹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림만 그릴 줄 알았던 ‘은둔형 외톨이’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해준 참 고마운 전시”라면서 의미도 더했다. 

최 작가는 자화상 속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꽃과 구슬, 리본 끈이 춤을 추며 새로운 삶의 시작을 축하해 줬듯이 장애예술인들을 위한 지원과 응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최 작가는 “지하에 고립돼 있다가 이번 전시를 통해 3, 4층이 되는 집으로 이사간 느낌이 들 정도로 우리 장애예술인들은 모두가 고무돼 있다”며 “정부가 음지에서 양지로 우리를 끌어올려준 만큼 이런 기회가 1년에 한번이라도 이어진다면 장애예술인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 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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