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0대 중반을 넘기신 시어머님은 병원에 자주 가신다. 2년 전에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데 조금만 편찮으셔도 동네 의원을 찾으신다. 한 달에 들어가는 병원비에 약값만 해도 꽤 나오는 눈치다. 그래도 나는 혼자 염려하면서 병을 키우는 것보단 전문의 소견을 속 시원하게 듣고 마음 편한 게 최고라며 편찮은 데 있으면 꼭 병원에 가보시라고 한다. 사실 한 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어 모시고 다니지도 못하는 처지라 어머님이 혼자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죄송하면서도 감사할 따름이다.
홀로 사시는 어머님께 온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 신청 안내문. |
지난 추석 때 시댁에 가니 어머님이 고지서를 하나 내미시면서 팩스를 좀 보내달라고 하신다. 뭔가 해서 봤더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송한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 신청 안내문이다.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병원비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일정 기준까지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고 그 이상 초과된 금액은 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건강보험료 수준에 따라 1년간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의 총액을 정해 놓고 상한 기준(소득분위별 차등)을 넘어가면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어머님이 돌려받으실 액수는 1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아마도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작년에 이래저래 병원도 다니고 한 차례 입원도 하신 터라 환급 대상이 된 모양이다. 어머님께 설명을 드리니, 이제 앞으로는 마음 편히 병원 다니시겠다며 웃으신다.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는 저소득 고령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
2년 전 지인의 아버지도 한 대학병원에서 지주막하출혈로 응급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에 약 일주일 입원비까지 병원비가 꽤 나올 거라고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병원비도 많지 않았고, 본인부담상한제 덕분에 다음 해에 돌려받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탤런트가 미국에서 같은 병으로 응급수술을 받고 우리 돈으로 당시 4억 원 이상의 수술비가 들었다는 뉴스를 전하며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새삼 감사해하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어르신들은 경제활동을 마감하면서 대부분 돈 걱정을 하신다. 때문에 저소득 고령층의 경우, 의외로 병원비 걱정으로 병원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며 병을 키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갖고 있다는 실손보험도 이런 분들에게는 큰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보험을 들어놓고도 청구하면 다음 해에 보험료가 크게 올라가거나 정말 아프고 큰 병에 걸렸을 때 보장을 못 받을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아마 우리 부모님도 청구 안 한 보험료가 산더미(?)일지도 모른다.
소득분위, 연령별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 현황.(출처=보건복지부) |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50% 이하 65세 이상 고령층이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의 가장 큰 수혜자로 나타났다. 만약 고지서를 받았는데 아직 신청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한 내 신청이 없으면 진료 받은 당사자 혹은 대리인에게 최근 1년 이내 지급받았던 계좌로 지급된다고 한다. 단, 사망자는 제외다.
누군가는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를 두고 공평하지 않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것은 공정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조금 더 필요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은 어쩌면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음의 배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uniquekm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