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세금을 낮춰서 재계약했는데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집주인이 나가라네요. 한 번 재계약했으면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청구권)은 못 쓰는 건가요?"
2021년에 3억 4000만 원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던 후배는 2년 후 전세시장 하락으로 2억 6000만 원에 재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5월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금 인상을 요구했고 후배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자 "이미 재계약했으니 안 된다", "본인이 살아야 한다"며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재계약과 갱신청구권의 차이, 그리고 임차인의 갱신청구권에 대한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이 정당한지 법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재계약'과 '갱신청구권' 무엇이 다른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2항) 그렇다면 이미 한 번 재계약한 경우 갱신청구권은 소진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재계약과 갱신청구권 행사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재계약: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합의'로 새로운 계약조건(전세금·계약기간 등)을 협상하여 체결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새로운 계약의 체결로 봅니다.
갱신청구권 행사: 임차인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법적 권리입니다. 기존 계약조건과 동일하되 차임과 보증금만 5%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합니다.
이 임차인의 경우 2023년 재계약 시 전세금이 8000만 원이나 하락(3억 4000만 원→2억 6000만 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조건 조정이 아닌 핵심 조건의 '상당한 변경'이므로 새로운 계약의 체결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중요한 점은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면 그 계약을 기준으로 다시 1회의 갱신청구권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판례도 임대차 조건의 실질적 변경이 있는 경우 이를 새로운 계약으로 보고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12. 선고 2022가단5357636 판결)
따라서 2023년 계약을 기준으로 임차인은 아직 법적인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며 1회의 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살 집"이라는 말, 법은 어떻게 판단하나?
임대인은 본인(또는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임차인의 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 그러나 법은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제 거주 의사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며 법원은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번 사례를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3월 7일: 임차인이 갱신 청구 ▲3월 10일: "계약 종료 후 본인 사용" 의사 통보 ▲3월 19일: "아들이 임시로 사용할 건데 금액 맞으면 계셔도 무방" 발언 ▲3월 21일: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게시된 것 확인 ▲4월 9일: "아들 사용 후 본인이 실거주할 예정" 주장 순입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바탕으로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실거주 의사의 일관성 부족입니다. "본인 사용"→"아들 임시 사용"→"아들 사용 후 본인 실거주"로 주장이 계속 변경되었습니다. 특히 "금액 맞으면 계셔도 무방"이라는 발언은 실거주 의사가 확고하지 않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진정한 실거주 의사가 있었다면 임대료 협상과 무관하게 실거주 계획을 추진했어야 합니다. 대전지방법원(2023. 3. 23. 선고 2022가단1678 판결) 판례도 "원고의 배우자가 법정 상한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의 월세를 추가 요구하였다가 피고와의 이견으로 임대차계약이 다시 체결되지 않자 뒤늦게 원고 가족의 실거주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거주 의사를 부정한 바 있습니다.
두 번째는 매물 게시 행위와의 상충입니다. 실제로 거주할 계획이라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3월 21일 해당 주택이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로 게시된 사실은 실거주 의사와 명백히 모순됩니다.
세 번째는 구체적 계획의 부재입니다. "아들 사용 후 본인이 실거주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이사 계획이나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거주 사유에 관한 판례의 입증 책임 및 판단 기준은 다소 복잡합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2023년 2월 16일 선고 2022가단2405 판결) 사례는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당시에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에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임대인으로서는 같은 조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주장의 일관성 부족, 매물 게시, 구체적 계획의 부재 등 "특별한 사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무상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장영화
기업의 시작과 성장을 돕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이자 창업 15년 차 기업가.
장변의 돈이 되는 Tip
갱신청구권, 이렇게 지키세요
1. 갱신청구 시기를 놓치지 마세요: 계약 만료일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반드시 서면으로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권리 행사가 불가능합니다.
2. 재계약과 갱신청구권을 구별하세요: 임대료나 전세금 등 핵심 조건이 크게 변경된 재계약은 새로운 계약의 시작입니다. 이전 재계약이 갱신청구권 행사였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3.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에 대비하세요:
● 임대인의 발언을 문자나 녹취로 기록하세요.
● 매물 게시, 누리소통망(SNS) 활동 등 모순되는 증거를 확보하세요.
● 주장이 자주 바뀌거나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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