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제도가 새롭게 시행되거나 달라진다.
이 가운데 고용·가족·복지 분야는 일·가정 양립 지원을 확대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한편, 노동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집중됐다. 이번 변화의 큰 줄기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라기 보다는, 기존 안전망의 범위와 강도를 넓히는 조정이다. 국민 생활과 맞닿은 고용·가족·복지 분야의 하반기 주요 변화를 분야별로 살펴본다.
◆ 임신부터 초등까지,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가장 큰 변화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임신 단계부터 촘촘하게 확대되는 점이다.
9월 18일부터는 배우자가 임신 중이고 유산·조산 등의 위험이 있으면 출산 전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그동안 남성은 자녀가 태어난 이후에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출산 전부터 배우자를 돌볼 수 있게 된다.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도 기존 출산 후 120일 이내에서, 출산예정일 50일 전부터 쓸 수 있도록 확대된다. 배우자가 유산하거나 사산한 경우에 쓸 수 있는 5일 범위(최초 3일 유급)의 휴가도 새롭게 도입된다.
아이를 갖기 위한 치료도 지원이 늘었다. 11월 27일부터 우선지원대상기업 노동자의 난임치료휴가급여는 최초 2일에서 4일로 확대되고, 급여 상한액도 16만 8420원에서 33만 6840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난임치료휴가는 연간 6일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최초 4일은 유급으로 보장된다.
아이가 태어난 뒤의 돌봄 방식도 더욱 유연해진다. 8월 20일 새롭게 시행되는 단기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휴원·휴교하거나 방학, 질병·사고 입원 또는 감염병으로 등원·등교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 연 1회 1주 또는 2주 단위로 쓸 수 있다. 그동안 육아휴직은 30일 이상 써야만 급여가 나와, 아이가 며칠 아픈 상황에는 육아휴직 대신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한 명이 빠지면 운영이 빠듯해지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배우자 출산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7월 1일부터 우선지원대상기업 사업주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한 노동자의 업무를 대신 수행한 동료에게 보상을 지급하면 업무분담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최대 60만 원, 30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40만 원을 지원한다.

근무시간을 둘러싼 작은 변화도 있다. 12월 10일부터 하루 근로시간이 4시간인 노동자가 요청할 경우에 별도의 30분 휴게시간 없이 바로 퇴근할 수 있다. 반차를 쓰고도 휴게시간 때문에 30분을 더 회사에 머물러야 했던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부모 교육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7월부터 전국 가족센터에서 예비부부·부모부터 영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까지,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을 운영한다. 한부모·맞벌이·다문화 등 가족 유형별 맞춤형 교육도 제공하며, 매월 셋째 주 교육주간과 주말·야간 교육, 찾아가는 교육도 확대한다.
아이가 아플 때 야간이나 휴일에도 쉽게 진료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야간·휴일 소아 진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심의 '달빛어린이병원'이 맡아왔지만, 이 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한밤중 응급실 외에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하반기에는 강원 태백·속초·영월 등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되지 않았던 13개 지역에서,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이 주 20시간 이상 야간·휴일 진료에 본격 참여한다.
◆ 제도 밖에 있던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그동안 제도 밖에 있던 사람들을 복지 안전망 안으로 포용하는 제도 개선도 이어진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대표적이다. 10월 29일부터 비양육 부모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의 양육비를 가구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 없이 나라가 먼저 지급한다.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의 양육비를 18세까지 지급한다. 다만 법원이 정한 양육비 범위와 실제 지급 여부 등 법령상 요건은 충족해야 한다.
장애의 범위도 넓어진다. 7월 1일부터 기존 15개 장애 유형에 '췌장장애'가 더해진다.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환자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장애 등록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장애 등록 대상에서 제외됐던 일부 1형 당뇨 환자 등도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수당, 의료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가족돌봄 청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지원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위기아동청년법' 시행에 따라 9월부터 가족돌봄·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가 기존 4개 지역(인천·충북·전북·울산)에서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된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에게는 자기돌봄비 200만 원(중위소득 100% 이하, 1회)과 돌봄서비스를 연계 지원하고, 고립·은둔 청년에게는 회복 단계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청년의 사회복지분야 일자리도 늘어난다. 노인보호전문기관, 학대피해노인 쉼터, 정신요양시설, 아동 야간연장 돌봄시설, 자립지원전담기관 등 5개 유형 시설에 청년인턴 479명을 배치한다. 활동비는 세전 월 215만 원 수준이며, 활동 경력의 80%는 이후 사회복지시설 채용 시 경력으로 인정된다.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능 준비 부담도 줄어든다. 6월 4일부터 학교 밖 청소년도 6월·9월 대학수학능력 모의평가 응시료를 연 2회까지 전액 지원받게 됐다.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그냥드림' 사업도 확대된다. 9월부터 운영 지역은 전국 229개 시·군·구, 사업장은 300개소로 늘어난다. 생계 위기 가구는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고, 필요한 경우 복지서비스도 함께 연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 임금체불 노동자 보호 강화…체불 땐 무겁게 처벌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한층 강화된다.
사업장이 도산했을 때 정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도산대지급금'의 지원 범위가 8월 20일부터 최종 3개월분에서 최종 6개월분으로 확대된다. 휴업수당과 출산전후휴가 기간 중 지급받지 못한 급여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체불에 대한 처벌도 무거워진다. 9월 18일부터 퇴직급여 체불의 법정형은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임금체불도 10월 8일부터 같은 수준으로 처벌이 강화된다. 벌금 정도는 감수하면 된다는 식의 '버티기'를 막고, 임금·퇴직급여 지급을 사전에 유도하려는 취지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한 제재도 강해진다. 그동안에는 임금체불로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만 고용장려금 지원에서 제외됐는데, 6월 1일부터는 '상습체불사업주'로 지정된 경우에도 지정 기간 동안 고용장려금을 받을 수 없다. 상습체불사업주는 1년간 노동자 1인당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체불했거나, 5회 이상 체불하면서 체불 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경우 등에 해당한다.
하반기 달라지는 제도들은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그동안의 빈틈을 조금씩 좁힌다. 국민이 생애주기 전반에서 보다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브리핑 김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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