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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생명지킴이' 자처 "마음이 아플 때도 약국으로 오세요"

'생명사랑약국' 인천 옥신온누리약국 전옥신 약사

2026.08.11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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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옥신온누리약국 전옥신 약사는 2020년부터 '생명사랑약국'에 참여해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인천 옥신온누리약국 전옥신 약사는 2020년부터 '생명사랑약국'에 참여해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지난 6월 늦은 밤 인천 서해구 가좌동의 한 약국에 70대 어르신이 들어섰다. 축 처진 어깨에 어두운 표정,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약사가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이 돌아왔다.

오랫동안 혼자 지내온 어르신은 외롭고 힘든 처지를 하나둘 털어놓았다. 약사는 "많이 외로우셨겠다"며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는 언제든 약국에 들르라는 말도 전했다. 병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안내하며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이후 어르신은 치료와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약국을 찾는다. 

이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인천 옥신온누리약국 전옥신 약사다. 4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동네 주민들을 만나온 전 약사는 "이런 게 결코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2020년부터 '생명사랑약국'에 참여해 마음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전국 곳곳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생명사랑약국이 자살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시민의 정신건강을 살피는 생명지킴이가 돼주고 있다. 자살 위험수단이 될 수 있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복약지도와 상담을 진행하고 위기 징후가 발견되면 관련기관이나 서비스를 연계한다. 인천에도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가 지정한 생명사랑약국 326곳이 있다. 옥신온누리약국도 그중 하나다.

약국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 속 공간인 만큼 자살위험 신호를 가장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자살시도자 2388명 가운데 66.7%가 '중독'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의도적 중독'이었다. 특정 의약품을 과량 또는 반복 구매하는 행동이 위기 신호일 수 있는 이유다.

전 약사는 2024년부터 공공심야약국도 운영하며 동네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살펴왔다. 그에게 약국은 약만 건네는 곳이 아니다. 그는 "작은 관심과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주민을 만났으니 표정만 봐도 마음의 변화가 보일 것 같습니다.

40대에 만났던 분들이 70~80대가 됐어요. 나이가 들면서 표정이나 말투가 달라지는 게 눈에 들어오죠. 늘 밝던 분이 어느 순간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본인은 느끼지 못하지만 인지기능이 떨어진 모습이 보일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요즘 어떠세요?"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무슨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이 필요해 보이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련기관을 안내하죠. 특히 어르신들은 우울하다고 직접 표현하기보다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해요. 우울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견하는 것'부터 생명사랑약국의 역할이군요.

크게 보면 '발견하기, 도움주기, 연결하기' 세 단계입니다. 생명사랑약국에 참여하려면 약사는 자살예방센터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을 일정 시간 이수해 '생명지킴이'가 돼야 합니다. 위기 신호를 어떻게 살피고 말을 건넬지,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주고 적절한 지원으로 연결할지 등을 배웁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위기 신호로 보나요.

처음부터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는 분은 많지 않아요. 특정 약을 자주 찾거나 처방받은 수면제가 아직 남아 있을 시기인데도 다시 찾는 행동을 눈여겨봅니다. 불안하다며 청심환이나 안정액을 찾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다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하거나 죽음에 관한 말을 꺼내기도 합니다. 이런 신호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해요.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마음을 약사에게는 어떻게 열어보일까요.

거창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많이 힘드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상대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거예요. "왜 이렇게 약해요, 좀 강해져야죠" 같은 말은 오히려 힘든 사람을 더 움츠러들게 할 수 있어요. 판단하거나 지적하기보다 '지금 힘들구나' 하고 받아들여주는 거죠. 그러면 조금씩 속마음을 꺼냅니다.

물론 약국에서 긴 상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5분, 10분 정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합니다.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분들이 있어요. 처음에는 괜한 관심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는 누군가 건네는 관심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껴요.

약을 건네면서 안전까지 살핀다고요.

자살 수단이 될 수 있는 의약품의 복약지도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한번은 수면제를 계속 처방받으러 오는 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병원에 직접 연락한 적이 있어요. 본인 확인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했어요.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었어요. 지금은 전산 시스템으로 중복처방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이전보다 관리가 강화됐습니다.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를 한꺼번에 많이 사려는 분들에게는 "약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몸만 상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약에 의존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자고 권하죠.

약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수로 약을 과량 복용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자나 요양보호사에게 정해진 양만 챙겨드리도록 안내해요. 약을 건넨 이후까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람을 살린 사례도 있나요.

인천의 다른 생명사랑약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유난히 어두운 표정의 학생이 약국을 찾아왔어요. 약사가 무슨 일이 있는지 묻자 얼마 전 친구의 자살을 목격한 뒤 충격과 두려움을 혼자 견디고 있다는 거예요. 약사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학교 측에 긴급 특수상담을 요청했고 곧바로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희귀질환으로 약국을 정기적으로 찾던 분도 있었어요. 오랜 투병 중 암까지 발견되자 약국을 찾아와 죽음에 관한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외출이 어려운 분이라 약사는 언제든 전화로 상담받을 수 있는 기관의 연락처가 담긴 리플릿을 건넸대요. 그분은 고맙다며 받아갔고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약국을 찾는데 신체적인 고통은 여전하지만 더 이상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해요.

생명사랑약국에 참여하는 약사에게 별도의 지원이 있나요.

현판과 상담 매뉴얼, 홍보물 등을 지원받습니다. 자살예방 활동에 필요한 교육과 정보도 지속적으로 제공받고요. 매년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는데, 활동조사에 참여하거나 우수사례를 제출하면 기프티콘 같은 소정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사회공헌을 통해 지역사회 안전망을 함께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큰 활동이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옥신온누리약국 한편에 비치된 생명사랑약국 안내문. 사진 C영상미디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옥신온누리약국 한편에 비치된 생명사랑약국 안내문. 사진 C영상미디어

현재 인천에는 343명의 약사가 생명사랑약국에서 생명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약사들이 자살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광역시약사회는 저소득층 여성 어르신에게 상비약과 영양제를 지원하는 '마마드림사업'을 시작했다. 복약지도와 함께 노인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50명 중 7명이 자살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약사회는 이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했다. 약국이 자살예방의 일선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경험이었다. 이후 인천광역시약사회와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 인천광역시의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생명사랑약국에 동참하는 약사도 늘고 있다.

관심을 갖고 다가가되 일정한 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친절하게 대하는 것과 무조건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다릅니다. 가령 술을 사겠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부탁은 단호하게 거절해요. 한번 들어주기 시작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으니까요. 생명지킴이라고 해서 모든 요구를 받아주는 건 아니에요. 필요한 순간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친절함과 단호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약사 자신의 마음건강도 중요하겠어요.

약사도 업무나 환자 응대, 직원 간 관계 등 여러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죠. 과거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에서 생명사랑약국 약사들의 마음건강 상태를 점검한 적이 있어요. 약사 가운데도 고위험군이 있을 수 있으니 먼저 자신의 상태를 들여다보자는 취지였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도 잘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을 조제하는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힘든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약사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혼자 견디고 있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배가 아프면 소화제를 먹고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잖아요. 마음이 아플 때도 마찬가지예요. 진료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으면 지금의 힘든 상태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활습관도 함께 바꿔나갈 수 있고요.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다면 가까운 생명사랑약국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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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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