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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학교로 간 재즈가수… "음악을 가르쳤더니 삶이 바뀌더라"

국립서울맹학교 강사 된 가수 BMK

2026.09.02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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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K는 2024년 가을 학기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악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BMK는 2024년 가을 학기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악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서울 용산구 국립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 방과 후 교실. 나른한 재즈음악 '보사노바'가 흐르고 학생들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보였다.

"어떤 풍경이 떠오르나요?"

선생님의 질문에 예상치 못한 대답이 어어졌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트로피칼 향이 나는 것 같아요."

"뜨거운 목화밭 한가운데 누군가 서 있는 장면이 떠올라요."

학생들은 음악을 통해 눈으로 본 적도 없는 브라질의 해변과 한여름의 미국 남부를 떠올렸다. 음악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특별한 수업 시간. 강사로 나선 이는 가수 BMK(본명 김현정)다. '꽃피는 봄이 오면', '물들어', '하루살이' 등을 부른 국내 대표 소울 보컬리스트다.

BMK는 2024년 우연히 국립서울맹학교 용산캠퍼스를 찾았다. 일반 학교와 비슷한 교육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점자를 배우고 안마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수업 위주였고 음악 수업은 아예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2만 7761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9.3%다. 장애인에게 직업 교육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교육 역시 삶의 질과 사회 참여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쳐온 그는 학교 측에 음악 수업을 제안했다. 2024년 가을 학기부터 'BMK와 함께하는 세계 음악 여행' 수업이 시작됐다. 첫 수업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음악의 힘을 체감한 그는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쳐 국립서울맹학교 강사가 돼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음악이 시각장애 학생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BMK를 만났다.

가르치러 왔다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셨다고요.

강사로서 받는 울림은 가수일 때와는 전혀 다르다. 호수에 작은 돌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예상하지 못한 큰 파문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학생들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음악을 받아들인다. "회색빛이었던 세상이 핑크빛으로 변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음악을 도구로 감정을 느끼는 수업부터 시작했다. 성우의 내레이션을 듣고 마음을 표현하거나 싱잉볼을 직접 손으로 느껴보며 감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이 열리자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하더라. 시력을 잃으며 닫혀 있던 마음이 음악을 통해 조심씩 열리면서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 거다.

음악이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킨 사례가 있었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학생은 최재혁(35) 씨다. 학생회장을 맡을 만큼 책임감이 강하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친구였다. 졸업 후 대부분 안마사의 길을 가는데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고 지난해 7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자극이 됐다. 서지혜(32) 씨도 용기를 냈고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지금은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맹학교의 성인 대상 과정은 교육이 직업훈련에 맞춰져 있나.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맹학교는 사실 직업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안마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왜 음악 수업이 필요하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욕심 같아서는 정규 교과과정에 음악 수업을 넣고 싶지만 지금은 방과 후 수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학생들에게는 잠시라도 숨을 돌리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꼭 필요하다. 현재 교육부 산하 국립 특수학교에서 운영하는 직업전문학교(전공과) 총 다섯 곳 중에서 음악·미술 수업을 하는 곳은 우진학교와 서울맹학교 두 곳 뿐이다. 더 많은 학생이 이런 수업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수업을 이어오면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

"죄송합니다. 규정상 지원이 안 됩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문화예술 교육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막상 제도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정규 교육과정도, 예산도, 기준도 없다.

사막에서 삽으로 모래를 퍼올리는 심정으로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문 강사를 섭외하고 수업 전 과정을 기록했다. 언젠가는 이 수업이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교가 당연히 운영하는 교육이 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 때문이다. 처음 교실에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대부분 무표정했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웃기 시작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들으며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한 중도시각장애 학생이 "밖에 나가는 것도 무서웠는데 음악을 통해 세계여행을 한 것 같아요"라고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한마디면 다시 힘을 낼 이유가 충분하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길이겠다.

사실 가장 힘든 건 출퇴근이다. 경기도 평택에 살고 있는데 SRT를 타고 서울에 와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학교에 오면 땀범벅이 된다. 그럴 때면 가끔 스스로에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잘하고 있는 걸까' 묻게 된다. 그런데 학교에 도착해 학생들을 만나면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진다.

무엇이 바뀌면 이 수업을 더 많은 학교에서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열정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저도 거의 봉사에 가까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후원이 아니라 제도다. 방과 후 수업부터 시작해도 좋다. 전문성을 갖춘 강사를 정당한 대우로 초청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 교육도 특수교육의 한 축이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사진 C영상미디어

지난 6월 김종민 국회의원 등 11명은 문화예술치유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문화예술치유의 정의와 역할을 법률에 명시하고 국가공인자격과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도 정부 지원으로 음악·미술·표현예술 등을 활용한 문화예술치유 사업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인력의 자격과 배치, 지원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황이다. 교육부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확충, 통합교육 선도학교 확대 등을 추진하며 특수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6월 열린 미래교육 차담회에서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며 "장애학생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과 지금, 달라진 건 무엇인가.

누구나 그렇겠지만 직접 그 자리에 서보기 전까지는 상대의 삶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배웠다.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의 생생한 고통을 마주할 때가 있다. 상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여전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문을 두드려 시작한 일이지만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배웠다. 한 사람, 두 사람이 뜻을 보태면서 조금씩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개인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정책이 함께 움직여주면 좋겠다. 학생이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이라면 국가가 그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BMK가 꿈꾸는 다음 무대는 어디인가.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다니든 누구나 음악과 미술, 공연 같은 문화예술 교육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2년 동안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지금 수업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웬만한 서울권 음악대학 수업 못지않은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 앞으로는 이런 수업을 일부 특수학교에만 머물게 하고 싶지 않다. 일반인도 음악을 통해 자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위로받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음악은 누군가 노래를 잘 부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끔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사실 내 앨범을 냈을 때도 이렇게까지 나서서 홍보한 적이 없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학생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수학교 어느 과정이든 문화예술 교육을 받는 일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가 되려면 더 많은 사람이 이 현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도도 바뀌고 학생들의 삶도 바뀔 수 있다. 음악 한 곡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순간을 여러 번 봤다. 그래서 믿는다. 음악은 사람을 다시 세상과 연결하는 언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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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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