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IFANS]는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과정에 기여하고, 일반 국민의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년 말 차기년도 국제정세를 평가·전망하는「국제정세전망」을 발간하고 있다.
※ 1989년 이래 발간되어온 「국제정세전망」은 각 분야별로 국립외교원 담당 연구진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외교부 및 국립외교원의 공식입장은 아님.
□ 2024년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중국, 러시아, 이란 및 북한이라는 도전국가들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대한 상황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중동에서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 등 지정학적 대전환기의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총력을 기울였던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엄중한 국제환경의 변화 추세 속에서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첨단기술 경쟁과 핵심광물을 둘러싼 공급망 확보가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경제안보와 신흥안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대되었다. 또한 2025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대변되는 대외정책은 외교·안보, 경제·통상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 『2025 국제정세전망』은 ▲한반도 정세 ▲주요국 정세 ▲지역별 정세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등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래의 주요 전망을 담고 있다.
I. 한반도 정세
ㅇ (북한내부정세) 북한은 2025년 평양은 대(對)러 군사 협력과 대(對)중 무역 회복으로 외부 자원을 수혈해 이를 돌파하려 시도하겠지만, 중국과의 대외교역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할 경우 자원 부족 현상 심화와 장마당 환율·물가의 불안정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파병이 야기할 국내정치적 후폭풍은 민감한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ㅇ (북핵문제와 남·북 관계) 2025년 남·북 관계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을 의식한 북한의 위기 조성 심화로 안보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북 정책 방향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미국의 정책 의도와 한국의 대응책에 대한 논쟁도 커질 전망이다. 북한은 7차 핵실험, 태평양을 향한 ICBM 실거리 시험발사 등이 군사기술상 필요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반발과 추가적인 국제제재 가능성을 감안하여 당분간 선제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또한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에 우선 집중할 가능성 및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경험으로 인해 2025년 연내 미·북 정상회담, 미·북 핵협상의 개최 가능성은 항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I. 주요국 정세
ㅇ (동아시아 주요국 관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강력한 견제(balancing)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광범위한 경제 분리(decoupling)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강하게 대응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세력 경쟁은 격화되겠지만, 동아시아 지역 체제는 미국의 역외 균형자 역할에 기초해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ㅇ (미국) 백악관과 연방의회를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적극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민주당의 견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세적인 대(對)중국 견제 정책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시행될 것으로 보이며,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의 ‘선택적 디커플링’과 ‘2차 미·중 무역 경쟁’이 핵심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미 동맹의 내구성은 유지될 것이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및 대(對)미 무역 장벽 강화 등에 대응해 한국의 국익을 담보하는 것은 대(對)미 관계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ㅇ (중국) 2025년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예상되는 미국 동맹 체계의 변화 및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거버넌스의 참여를 확대해 갈 것이다. 중국 경제는 2025년 많은 대내외적 도전 요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대(對)중 압박을 맞이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사회 안정 유지를 목표로 중국 공산당의 기업과 사회 대중에 대한 영향력 강화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2025년 한·중 관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미 관계 방향성과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의 참석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ㅇ (일본) 2025년 일본 정치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시바 정권의 국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내각이 교체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미국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일 동맹을 우선적으로 관리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시도할 것이다. 한·일 간에는 국교 정상화 60년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안정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ㅇ (러시아) 2025년 러시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거래적(transactional) 관계’ 구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러·우 전쟁의 종전 타결에 실패할 경우, 푸틴 정부는 전쟁 4년 차로 노정된 각종 국내 문제 해결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반면 종전 또는 휴전이 이루어진다면 푸틴 정부는 새로운 국정 비전 및 성장 동력 제시, 국제적 위상 회복과 같은 과제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는 양자 관계 강화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대(對)중국 외교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및 글로벌 사우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다자 플랫폼의 내실화에 진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III. 지역별 정세
ㅇ (동남아시아) 2025년 동남아시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무역 통상, 신흥 기술 공급망 및 남중국해 현안을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러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의 증가로 외교적 딜레마는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과 ASEAN은 2024년 수립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POA: Plan of Action 2026-2030)을 2025년 수립할 예정이다.
ㅇ (남아시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對)중국 견제를 강화한다면 미국에게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 부과와 인도·중국 간 국경 긴장 완화 상황에 따라 2025년 인도·미국 관계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25년 인도는 중국과 현상 유지를 목표로 협력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양국 간 완전한 관계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역내 국가들은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ㅇ (유럽) 2025년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추이를 지켜보는 한편, 내부 리더십의 구심점 모색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미국과의협력이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불확실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국내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2025년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방위력과 경쟁력 증강을 추진할 구심점은 EU 집행위원회 신(新)지도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ㅇ (중동) 트럼프의 귀환은 2025년 중동 정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독립변수 중 하나다. 트럼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계획이 도출되면서 동면상태에 있던 이·팔 분쟁 해법이 수면 위로 올려졌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 지원,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 및 종결을 통한 강압적 협상의 힘으로 중동의 평화적 지정학 구도 구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ㅇ (중앙아시아) 2025년 중앙아시아의 권위주의 정부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안정적 통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 발전정책과 대외경제 협력 다각화를 지속하는 동시에, 사회에 대한 통제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5+1 다자틀이 중앙아 국가들에게 유용한 레버리지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2025년에도 이를 통한 협력노선 다각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ㅇ (아프리카) 2025년 아프리카는 수단, 말리, 부르키나파소, 콩고민주공화국 등여러 국가에서 심각한 경제난과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층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될 것이다. 특히 ‘Z세대(Gen Z)’라 불리는 젊은 층 주도의 반(反)정부 시위가 예상된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의 지도자들이 민정 이양에 착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ㅇ (중남미) 2025년 중남미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경제위기를 맞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정 정책과 인플레이션율을 관리하며 안정적인 경제 모색이 전망된다. 반면 신규 투자 부족, 노동 생산성의 저조, 임금인상, 사회복지 증가 압박, 노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한 국가 예산 지출 압박 등이 불안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남미를 우회하는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역내 대(對)미 무역 흑자국(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 불법 이민자 추방과 연계한 보복 관세 부과, 미국에서 중남미 지역으로의 송금에 대한 과세 등은 당면한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IV.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ㅇ (국제 금융·통화) 2025년은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강세와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지위도 지속될 것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석유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페트로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페트로 위안)의 사용을 증가시키고, 대안적인 결제체제를 작동시키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을 감소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신뢰가 상승하면서 CBDC를 발행하는 국가들이 증가할 전망이다.
ㅇ (국제통상과 경제안보) 2025년 세계 무역은 약 3%의 성장이 예상되며 세계 무역의 점진적 회복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되며 세계 무역환경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정학적 위기의 여파로 ‘무역 분절화(trade fragmentation)’ 현상이 심화되고,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중국이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취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ㅇ (국제법) 국제법을 기반으로 하는 ‘규칙기반 국제질서’는 2025년에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무력충돌의 지속과 신기술 규제 경쟁, 통상 정책의 자율성 강조, 기후위기 대응 요구 등은 국제법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통상체제는 자유무역 원칙에서 정책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및 지역무역협정을 통해 국가안보, 공중보건 등의 규제권한이 확대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ㅇ (신흥안보: 사이버, 우주, 인공지능, 과학기술외교) 2025년의 지정학적 갈등과 진영 경쟁은 기술 경쟁의 승패가 가려지는 신흥안보 분야에서 한층 격화될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국제규범이 혁신과 위험 감소의 절충적 합의에 따른 이행 방안의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다. 반면 우주무기 불(不)배치와 우주 공간에서의 책임 있는 국가 행위에 대한 국제규범의 논의는 진영 간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한편, 기술유출 우려에 따라 기술 강국들이 공동연구에 있어 연구안보(research security) 개념을 강조하고 협력 대상 국가에 대해 연구안보를 보장하는 법제적 국내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ㅇ (개발협력) 2025년 개발협력 분야는 트럼프의 귀환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강대국 경쟁이 재점화하겠지만, 선택적이고 전략적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제사회 주요 공여국들의 경제외교 및 안보 전략과 개발협력의 연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개발의제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의견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2025년 제4차 UN 개발재원총회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개발재원 동원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25 국제정세전망』은 국립외교원 홈페이지(발간자료→국제정세전망)에 게재됐으며, 정부 주요기관, 대학 및 연구기관, 언론기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