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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안보대화’에서 들어본 북핵과 사드

34개국이 함께한 ‘제5회 서울안보대화’ 참관기

2016.09.13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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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를 돌리던 중이었다. 목덜미 사이로 땀이 차올라, 잔뜩 지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순간 뜬 뉴스속보, 북한의 미사일 발사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잊고 살았다.

우리나라는 휴전 중이었다. 전쟁이 일시 중단된 상태 말이다. 멈춰선 국경 사이, 전쟁의 가능성은 늘 위태롭게 존재했다.

‘진돗개 하나’ 발령으로,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달할 즈음이다. 어린 아들이 핵이 터지면 어떻게 해야 되냐 물었다. 목소리에 뭍은 천진함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집요한 북의 도발은 세월이 흐를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 초 4차 핵실험 이 후 미사일 발사만 14번째다. 막연한 불안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제 5회 서울안보대화가 열리는 웨스틴조선호텔. 행사 시작 전의 휑한 모습
제5회 서울안보대화가 열리는 웨스틴조선호텔. 행사 시작 전의 모습

두 팔을 벌리자 금속탐지기가 몸을 훑었다. 제복을 입은 사람이 가방 안을 일일이 확인했다. 흡사 공항 검색대를 지나듯 약간 긴장이 됐다. 북핵 위협이 사드배치로 이어지며 안팎으로 소란한 지금, 지난 8일 ‘서울안보대화(Seoul Defense Dialogue, SDD)’가 열리는 현장(웨스틴조선호텔)을 찾았다.

5회째인 서울안보대화는 국방부 주최, 34개국 외교안보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해 북한 핵문제와 세계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10년 전, TV로 이 현장을 방송했다면, 빛의 속도로 채널을 돌렸을 거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있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해대는 상대 국가의 한 사람으로 말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담담하게 차오른 이유다.

무려 34개국의 대표단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
무려 34개국의 대표단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

8일은 ‘북한 비핵화와 국제공조'를 주제로 첫 번째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개회사로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은 북한 핵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

더불어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세계적인 안보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국가 간, 지역 간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축사를 전했다.

자리에 함께한 아흐메트 우줌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사무총장은 “화학무기는 전략적 선택이 아니며, 어떤 국가에게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 전했다. 또한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북한의 화학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고, 북한의 화학무기금지조약(CWC) 가입을 강제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이룰 수만 있다면, 바람직한 대안으로 들렸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중국 스인홍 교수의 발언. 살짝 데시벨이 높아지심.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중국 스인홍 교수의 발언.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본격적인 본회의가 시작, 각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화들이 주를 이뤘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핵 위협 규탄을 위해 결집해 있는 시점인 지금은 “UN역사상 가장 강력한 안보결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북한은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고, 이는 북 관리들의 탈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북핵 의지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우리는 아직 대화의 의지가 있다. 북한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인상적인 말이다.

미국과 중국 패널의 순서가 차례로 이어졌다. 대선을 앞 둔 시점인 미국의 입장이나, 정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중국은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를 통해 자국의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의 데이비스 쉬어 미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정책수석부차관은, “G20 정상회담 시 미사일 발사를 한 북한의 도발을 심각하게 여기며, 이는 미국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미국은 “일관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며, 지금도 미래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확고히 했다.

더불어 논란의 중심인 “한반도 사드배치는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우방국들과 함께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며, 이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문제 뿐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과 전 세계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제는 우방국들과 함께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임을 밝히며, “모든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외교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결같은 미국의 입장을 신중하고 분명하게 밝히는 쉬어부차관.
한결같은 미국의 입장을 신중하고 분명하게 밝히는 쉬어 부차관.

“중국의 신호가 중요하다.”고 말문을 연 더글라스 팔 미국 카네기 평화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의 생명선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곧 이은 중국의 발언에 모두가 집중했다. 스인홍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한국의 사드배치는 한·중 관계에 악영향”임을 강도있게 어필했다. 또한 “한국의 사드배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사드 배치를 북핵 방어용이 아닌, 미국의 중국 견제용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의 영향력을 언급한 것은 미국 뿐 아니었다. 일본의 노보루 야마구치 국제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원장은 중국이 정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데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 “모든 상황은 한국사회에 심각한 이슈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 위협이 돼 더 많은 국가가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단·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중국의 더 큰 영향력이 발휘되길 바란다.”고 전하며 “한반도 비핵화의 근본적인 목적은 평화적 통일”임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표도르 브이똘로프스키 세계경제국제관계 연구소 부소장은 정치심리적, 군사정치적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탄도미사일 방어체재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장벽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하며, “6자회담의 메커니즘을 활용해 볼 동기가 생겼다.”고 했다. 초록은 동색인 거다.

이어지는 청중의 질의 응답시간에도 각국의 발언은 이어졌다. 북핵과 사드문제에 대한 질문에 김홍균 본부장은 “사드는 북 핵 위협에 대한 방위조치”임을 분명히 하며, “북 핵 위협이 없다면 사드 배치는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사드는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함”임을 강조한 쉬어 부차관은 “유엔 2270호(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달러화와 물품의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고강도 대북제재) 대북제재 결의안이 북한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했다.
 

질문에 답하기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각국 패널들의 모습.
질문에 답하기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각국 패널들의 모습.

청중석에 자리한 우간다 국방부 사무차관의 발언은 맥락을 조금 달리했다. 한반도의 이산가족을 위해서라도 “평화적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밝힌 차관은 “중국 혼자만의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여러 우방국들과 많은 방법의 노력 후에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제재가 심할수록 절박할 테니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간다는 북한의 우방국이었지만,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북한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각국은 평화를 바란다는 목표를 같이 했다. 하지만, 한국의 사드배치에 있어 입장 차이는 분명했다. 무겁고 진지한 대화들에 지치고 있을 무렵 섬세하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국방대학교 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북한 핵위협은 논의나 전략의 문제가 아닌, 생사의 문제다. 사드배치의 근본 원인은 북의 핵 위협에 때문이다. 국제사회를 포함한 우리는 북 핵 폐기를 생각해야 한다. 사드가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단있는 목소리를 냈다. 최선을 다해 동의하고 싶은 발언이었다.

이에 중국의 스인혼 교수는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하며 “사드 배치에 관한 양측의 다른 의견이 관계에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핵심국가의 공조로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는 정치적이고 모호한 문장으로 마무리 했다.

북의 온갖 도발이 군사정치적 문제가 아닌, 나와 가족의 생사가 달린 문제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질문이었다. 심각한 불행의 가능성을 엿본 느낌이다.

같은 날 오후, 또 다시 속보다. 동아시아 정상회의 ‘북핵 특별 성명’ 채택의 소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위협은 한국 국민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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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주관하는 다자안보대화인 ‘서울안보대화’는 34개 국가 및 5개 국제기구 고위 국방당국자, 민간안보전문가의 참여로 진행된다.
 
다음 날, 북한은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거침이 없었다. 4차 핵실험 이후 8개월 만이며, 역대 최고 위력이라 했다. 한국에 살며 지니는 ‘보편적인 불안’이 어떤 형체를 띄며 다가오는 것만 같다.

서울안보대화에 참석한 주변국들은 대부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전제로 자국의 피해를 염려했다. 양보와 타협은 자국의 이익에 앞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공통적인 지점은 모두가 세계평화를 지향한다는 사실이다.

“핵이 폭발하면 손으로 귀와 코를 막고 입은 벌리며 머리를 아래로 향해야 한대요.” 어릴 적 아들의 말이다. 담담하게 들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불안에도 격이 있다. 10년간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했다면, 제재와 압박 외에 무엇이 필요한지 온 힘을 다해 고민해야 할 때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바란다. 아이들의 미래가 건강하게 보장 받을 수 있기를 말이다.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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