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루에 몇 번씩 스스로에게 대화를 거는가? 바쁜 일상 속 현대인들은 세상을 따라가느라 가만히 앉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할 틈이 없다. 혼자 있을 시간이 생기면 차라리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구경하거나 이어폰을 꼽고 늘 부족한 잠을 청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신은 어떤가?
‘그림으로 만나는 인문학’이 진행된 창덕궁.
인문학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요즘이다. 인간에 대한 학문, 인문학은, 스스로에 돌아볼 시간이 없는 요즘 세대들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공부일지 모르겠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에게 대화를 거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이런 시간의 시작을, 지난 22일, 아름답게 물든 가을 단풍 속 여유로운 단아함과 우아함이 깃든 세계문화유산 창덕궁,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옛 임금들이 시를 짓고 읽곤 했다는 후원 마당에서 박홍순 작가가 열어줬다.
강의는 아름다운 후원 안에서 진행됐다.
평소 미술과 인문학의 융합적 글을 많이 작성해온 박홍순 작가의 강의 주제는 ‘그림으로 만나는 인문학’으로, 동양화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동양화 하면 대개 몽유도원도, 서당, 미인도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마저도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라 어렴풋이 텔레비전이나 책과 같은 매체에서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낸 것일 터이다.
박홍순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동양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양식 수채화부터 배우게 되는 교육 과정 뿐만 아니라, 직업화보다는 선비화를 우선시했던 사회구조적 관념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원근법의 사용도 동양에서 훨씬 앞섰듯 동양화만의 매력은 넘쳐난다. 그러한 동양화들을 활용하여 박홍순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인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박홍순 작가는 한국의 여러 자화상들을 소개했다. 윤두서의 1710년 자화상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한이 서린 듯한 표정에서 절제된 분노의 감정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는 듯하다. 집안 여성들에게까지 글을 가르칠 만큼 조선에서 제일 가던 학풍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정치적 파벌싸움의 영향으로 가족 다수가 귀향살이를 해야 했고, 이는 윤두서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박홍순 작가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세황은 1782년 자화상에서 관직을 의미하는 ‘오사모’를 쓰고 있으면서도 관복 대신 도포차림을 한 모습을 묘사하여 마음만큼은 산림에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자화상 옆에 새겨진 그의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북의 자화상을 통해서도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엿볼 수 있다. 자화상은 그가 한쪽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모습인데, 이는 그가 한 세도가가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구를 하며 모욕하자 그에 대한 반발로 스스로의 눈을 찔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확한 이야기는 알 수 없어도, 최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은 짐작하게끔 해주는 이야기이다.
박홍순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소개한 자화상은 추사 김정희의 자화상이다. 1850년대 그의 자화상은 어딘가 조금 초라한 모양새 때문에 비교적 인기가 덜한 작품이다. 인자한 표정에 누추한 모습을 한 김정희는 당시에 제주도 귀향살이 중이었다고 한다.
이 자화상은 김정희의 이전 작품 1844년 세한도와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를 보인다. 세한도를 그리며 김정희는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기록한다.
이 작품은 그가 귀향살이를 시작하게 된 직후에 그린 그림으로, 그의 많은 주변인들이 그를 떠난 후, 그에게 가끔 서책을 보내주며 연을 이어나간 제자 한 명에게 편지와 함께 보낸 것이라 한다. 그가 작성한 글귀에서 제자에 대한 고마움 뿐 아니라 자신과 연을 끊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 또한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약 십여년 이후의 작품인 자화상에서는 훨씬 평온한 표정의 김정희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의 심경과 자세의 변화도 예측해볼 수 있다.
이 자화상은 또 서양화 중 자화상만 백여 개 넘게 그린 램브란트의 자화상과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램브란트는 1628년 젊을 때에는 훨씬 활기차고 기세등등한 모습의 자화상을 완성한 반면 1668년 자화상에서는 비교적 초라하고 작지만 동시에 온화한 스스로의 모습을 표현했다.
김정희의 자화상과 램브란트의 1668년 자화상의 공통점은 두 작품 모두 화가들의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데에 있다. 어쩌면 인간이란 죽음 앞에서 가장 솔직하며, 또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기에 모든 순간에 스스로에게 솔직하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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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창덕궁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그리며 스스로에 대해 고찰하고 그를 보다 솔직하게 표현했던 반면에 우리 현대인은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수험생도, 취준생도, 회사원도, 그저 현재를 살고 있지는 않은가? 자화상을 그린 화가들이 그 순간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졌듯, 우리도 지금 이 순간의 우리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솔직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기소개서 작성 연습은 많이 하지만, 실로 솔직한 일기를 작성하진 않는 요즘 세대의 우리에게 자신만의 대화와 관련한 인문학은 이제 꼭 필요하다고 박홍순 작가는 힘주어 말한다.
한편, 창덕궁 후원에서 개최되는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는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창덕궁은 시, 수필, 어린이 도서 등 다양한 책이 비치된 후원의 정자에 앉아 휴식과 독서를 같이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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