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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아버지의 짜장면

[내가 쓰는 부모님 자서전] 국민대통합위 공모전 수상자 이영화 씨

2016.11.21 정책기자 박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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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는 지난 5월 4일부터 7월 31일까지 초등학교 5학년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내가 쓰는 아빠, 엄마 이야기’ 공모전을 개최해 26건의 우수작을 선정했다.

이 공모전에서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이영화 씨는 아버지의 인생역정을 잔잔하게 담아낸 ‘풍전등화를 지켜낸 달빛인생’이라는 글로 일반부 국민대통합위원장상을 수상했다. 

거리의 나무들이 형형색색 단풍옷으로 갈아입은 어느 날 저녁, 대전 유성의 한 찻집에서 이영화 씨를 만났다. 

‘풍전등화를 지켜낸 달빛인생’이라는 글로 국민대통합위원장상을 수상한 이영화 씨.
‘풍전등화를 지켜낸 달빛인생’이라는 글로 국민대통합위원장상을 수상한 이영화 씨.

이영화 씨는 “어느덧 부모님은 고난과 기쁨의 시간을 지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 들었습니다. 보수적인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저는 아버지가 늘 어려웠습니다. 말 건네기가 어색한 적도 많았습니다. 부모님 자서전 쓰기에 응모하면서 아버지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살아온 발자취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간략하지만 아버지의 삶의 흔적을 기록한 이 글을 선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영화 씨가 남긴 아버지의 삶의 흔적, 그 속으로 한번 들어가볼까? 

버지는 먼 옛날 벼슬아치들의 귀양지였던 진도에서 4남 7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모든 게 어려웠던 시절, 전염병으로 3남 1녀가 사망하고, 아버지는 남은 1남 6녀 중 유일한 아들로 부모님으로부터 넘치는 사랑과 보살핌 속에 어린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은 외동 아들에 대한 신교육과 장래를 위해 육지로 이사했다. 이사를 하면서 힘겨운 타향살이에 풍족했던 재산도 고갈되고 불행이 겹쳐서 전쟁까지 겪게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한끼의 생계를 걱정하며 곤궁했던 시절이라 상급학교에 갈 수 없었다.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장터 작은 모퉁이에서 좌판을 펼쳐놓고 라이터, 라디오, 시계 등 전자제품을 고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영화 씨의 글 제목처럼 바람 앞에 등불같았던 그 시절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 눈 앞에 그려진다. 

그렇다고 고난의 시절만은 아니었다. 어머니를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동안 자식들에게 보여줬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숫기없이 허둥허둥대는 아버지의 모습이 귀엽게(?) 그려진다.  

첫 만남 때, 짜장면도 못먹을 정도로 두근댔던 엄마와의 결혼식 모습.
첫 만남 때, 짜장면도 제대로 못먹고 보내야 했던 엄마와의 결혼식 모습.

서민들에게 외식은 꿈만 같았던 시절. 아버지는 예비신부를 위해 큰맘 먹고 짜장면, 탕수욕에 팔보채까지 주문을 했다. 통치마 한복차림에 얼굴빛이 맑고 긴머리를 양갈래로 예쁘게 땋은 예비신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고, 이성을 전혀 접할 기회가 없었던 순수했던 아빠도 엄마에게 먼저 식사하기를 여러 번 권할 뿐 시간만 점점 흐르고 있었다.

급기야 버스시간이 다되어 음식은 손도 대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지금 같으면 포장이라도 해달라고 했겠지만 그땐 정말 그런 생각도 못했다. 온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대접을 준비했던 식사를 그대로 놓고 나와 지금 생각해도 아깝고 속상하고 또 창피함에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웃음만 나온다고 했다.

산골 깊숙한 곳에 살았던 엄마는 그날 버스를 처음 타서 멀미를 심하게 했고 읍내 구경도 처음이어서 무섭고 겁이 났다고 한다.

이영화 씨는 “아버지는 지금도 엄마를 만났던 그날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면,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일들 보다 무탈하게 잘 자라준 2남 5녀의 보물들과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이영화 씨가 아버지의 추억에 등장하는 순간도 있다.  

부부의 인연을 맺고 첫 아이가 태어나던 날! 아버지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고 했다. 마냥 예쁘고 신기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부모와 가장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무거운 책임감으로 무장하며 살았다.

아버지는 남존여비의 의식이 많이 남아있던 시절이었지만 성별 구별없이 내리사랑으로 공평하게 사랑을 나눠주며 교육을 시켜주셨다. 그러나 자식들을 바르게 자라도록 하려는 욕심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엄격했다. 아버지는 태생적으로 혈육에 대한 애착과 성취욕구가 큰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어릴 적부터 내가 받은 사랑대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외동이로 모진 고난을 헤쳐온 아버지의 생활신조는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것이다. 꾸준히 사회와 이웃에 관심을 가지며 봉사활동과 전통문화 보존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아버지 생일을 맞아 공주 상신리 도예촌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며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 생일을 맞아 공주 상신리 도예촌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며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영화 씨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온 아버지의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는 권위를 지키며 자녀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무한 책임의식을 내려 놓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지나온 삶에 대해 자식들에게 인정받고 자녀와 더 가까이 하고픈 부모의 그 마음을 알아드리고 싶다는 이영화 씨의 한마디가 내 가슴 속에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영화 씨는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이제는 마음만이 아닌 표현으로 내 진심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와 걱정의 그림자를 거두고 아쉬워하지 말라고, 충분히 멋지고 훌륭한 인생이었다고 존경을 담아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대화 단절로 인한 갈등을 치유하는 첫걸음은 내 마음 속에 자리한 진정한 나와의 대화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이영화 씨와 얘기를 나누고 또 이영화 씨가 쓴 글을 보면서 필자도 고1 사춘기 아들에게 긍정적인 칭찬의 한 마디로 삶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박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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